[기고] 제2 중동붐에 생각하는 '음수사원'

입력 2023. 2. 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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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순방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제2의 중동붐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그 성공을 보며 물을 마실 땐 우물 판 사람을 생각한다는 '음수사원(飮水思源)'의 사자성어를 떠올린다.

윤 대통령의 일정에는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3호기의 준공식이 포함돼 있었다. 바라카 원전은 대한민국 최초의 원전 수출이었고 해외에서 수주한 가장 큰 규모의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였다. 그 수주 과정에 참여했던 필자로서는 바라카 원전 준공에 뿌듯함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역사적인 수주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주인공이 있다. 바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2009년 11월 초 UAE 정부가 원전 발주를 프랑스로 하겠다는 결정을 코앞에 둔 시기에 이 대통령이 UAE 경제를 총괄하는 당시 왕세제이며 현재의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국의 특임단을 일주일 내에 보낼 테니 제안 내용을 들어보고 최종 결정을 하라고 요청했다.

이 대통령의 설명에 왕세제가 동의했고 이때 이 대통령은 원전뿐 아니라 폭넓은 기술 및 경제협력,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국방 분야에도 협력하자는 제안을 했다. 한국 원전 분야의 원가와 공기(工期)를 맞추는 경쟁력이 바탕이 되었지만, 이란의 침공 가능성에 UAE가 대비해야 할 필요를 파악한 이 대통령의 한 수가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2009년 11월 13일, 금요일, 오후 3시경에 지경부의 원전국장이 당시 인베스트코리아에서 외국인 투자 유치를 총괄하던 필자에게 전화로 UAE에 급히 출장 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 필자가 가능하다고 대답하면서 특임단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다음 날인 토요일 오후에 청와대에서 윤진식 실장의 주재로 경제팀 발표 자료를 점검하는 회의가 있었다. 그리고 월요일에 청와대 본관에서 이 대통령이 주관한 특임단 총회의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국방팀이 UAE에서 발표할 내용을 대통령 앞에서 발표했다.

특임단은 그다음 날인 화요일에 UAE로 출발했다. 그리고 이튿날 UAE 정부 관계자들 앞에서 우리의 계획들을 발표했다.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정신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필자는 아부다비 정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왜 프랑스의 EDF가 아니라 한국전력 컨소시엄에 원전 발주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그들의 질의에 답변을 했다. UAE 측에서는 약 15명이 참석했는데 평가단의 위원장은 당시 에미리트원자력공사(ENEC)의 최고경영자였고 현재는 이사회 의장인 칼둔 칼리파 알무바라크였다.

UAE의 원전 수주 국가 결정 발표는 2009년 12월 27일에 아부다비에서 있었다. 그날 이명박 대통령은 UAE에서 한국전력으로의 수주 발표와 서명식에 참석했다.

필자는 UAE 평가단 앞에서 발표를 마무리 지으면서 원전 사업은 발전소 수명이 50~60년이 되기 때문에 원전을 수주하게 되면 한국과 UAE는 형제국가가 되는 것이라고 호소했었다. 그 말이 지금 현실화되는 것을 보고 감회가 새롭지 않을 수가 없다.

앞으로 바라카 원전 4호기의 준공식도 있을 것이다. 그때 이명박 대통령도 초대가 되어 전임 대통령에게 수주의 공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이 대통령에게 각별한 정을 가지고 있는 UAE 측도 감동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동수 글로벌유니티홀딩스 회장 한국투자홍보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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