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덕칼럼] 양자전쟁, 인재전쟁

손현덕 기자(ubsohn@mk.co.kr) 2023. 2. 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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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든 우주든 양자든
첫째도 인재 둘째도 인재
대통령 관심이 1번
다음은 돈, 닥치고 지원이다

'진정한 극일(克日)은 이런 것'이라고 각인된 사건이 있다. 지난 2006년이었다. 그해 삼성전자가 만든 TV는 '넘사벽'이라고 생각했던 일본의 소니를 꺾었다. 그로부터 16년간 삼성 TV는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작년 기준 시장 점유율 30.2%, 소니와의 격차는 3배 이상 벌어졌다. 어쩌다 1등이 아니었고 소니의 실수만으로 이룬 쾌거가 아니었다.

한 해 전 7월 고(故) 이건희 회장은 선진제품비교전시회를 연다. 신경영을 선언한 1993년부터 정기적으로 이어온 행사였다. 이날은 800평 규모의 전자 수원사업장에 삼성이 만드는 80개 제품을 진열했다. 비교 대상으로 나온 제품은 모두 582개. 삼성 TV 옆에는 당연 소니가 있었다. 부문별로 평가를 했다. 화질은 우세, 디자인은 동등 우세…. 이런 식이었다. 유독 음질 부분에서만 삼성이 열세였다. 담당 사장이 이유를 밝히고 향후 계획을 브리핑했다. 이 회장은 보고가 끝나기 무섭게 한마디 한다. "전 세계에서 소리 제일 잘하는 사람 불러오라"고. 결국 사람이 문제였다. TV가 1등을 하기 위해선 TV 만드는 사람이 1등이어야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다보스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해외 순방을 나섰을 때 별도로 하루 일정을 빼내 들른 곳이 있다. 아인슈타인의 모교인 취리히공대다. 경제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에도 핵심이 될 양자기술 분야의 석학을 만나고자 한 것이다. 지금 세계는 양자(量子) 전쟁 중이다. 그것도 특히 미국과 중국 간에. 그래서 양자(兩者) 전쟁이라고도 한다.

윤 대통령은 취리히에서 과학 인력 양성이 중요하다는 조언을 듣는다. 배석했던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어떻게 인재를 양성할지 고민에 들어갔다. 곧 인력지도를 발표할 예정이다. 양자기술의 중요성을 유독 강조하는 분이 있는데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이다. 그의 통찰이 핵심을 찌른다.

"양자기술이라고 하나로 뭉뚱그릴 수가 없다. 핵심 분야가 셋인데 양자컴퓨터, 양자통신, 양자센서다. 아직은 모두 선진국과 격차가 크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어떻게? 이어지는 질문에 숨도 안 쉬고 '사람'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과학자 중 양자통신을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통신을 하고, 양자센서를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센서를 하라는 것. 무엇(what)이 아니라 누구(who)가 먼저다.

사람이 하늘에서 어느 날 툭 떨어질 리가 없다. 그래서 과학기술 인재에 대한 투자를 말 그대로 확 늘려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사회보상시스템은 왜곡돼 있다. 국가 발전에 도움이 덜 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전국에서 의대 합격생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학교는 과학고나 자사고 같은 유명 고등학교가 아니다. 서울대다. 서울 공대 들어가 재수해 의대 가는 현실. 사회보상시스템이 그렇게 짜였는데 누굴 나무랄 건가. 그 의대 가는 인재가 의과학자가 된다면야 그나마 다행이련만 그렇지 못한 현실. 그래서 보상시스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첫 번째 요건은 충족됐다. 대통령의 관심. 확실한 인센티브다. 다보스에서 돌아오자마자 설 연휴인데도 과학자들과 오찬을 함께한 거라든지, 지난주 금오공대 가서 인재양성회의를 연 거라든지, 어제 카이스트를 찾아 혁신 기업인을 만난 거라든지 과학 산업 기술 분야에 중점을 둔 행보는 계속돼야 한다.

그다음은 무조건 돈이다. 공대는 물론이고 의대 가도 연구하겠다면 돈 팍팍 지원해야 한다. 우수 과학 인재 매년 1천명 1천만원씩 10년간 인센티브 지급하면 어떨까? 그래 봐야 1천억원이면 된다. 또 한국 내 우수 외국인 유학 졸업자 1천명에게 국적을 부여하면 어떨까? 파격이 필요하다. 기실 파격이랄 것도 없다. 선진국도 그 정도는 한다. 심지어 중국과 북한은 한술 더 뜬다. 인재 전쟁이다.

[손현덕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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