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더 성실·치열해야 할 국민연금 기금위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 기금운용위원회는 920조원의 자금 운용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 51조원이 넘는 보험료를 국민에게 걷어갔다. 기금위에서 내리는 결정은 최종 투자로 이어지기 때문에 책임이 막중하다. 최근 기금위가 운영되는 모습은 성실과 거리가 있다. 작년 하반기 열린 기금위에서는 한 위원이 모두발언이 끝나자 부랴부랴 자리를 떠났다. 의결정족수 '커트라인'을 가까스로 넘겼다. 당연직 위원인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 등 정부부처 차관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논의가 담긴 회의록을 뒤져봤다. 한국은행과 외환스왑을 체결하는 굵직한 안건이 통과됐음에도 토론 내용은 달랑 2쪽이 전부다. 발언이 나와 있는 인원은 5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참석 위원들은 발언을 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회의록에 기록하지 않은 것인지 알 수 없다. 위원들이 1년에 10번 내외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해 몇 시간 안에 모든 안건을 심의·의결해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다.
정부 측에 치우친 구조로 기금 운용이 정치적 '외풍'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우려도 있다. 매일경제가 단독 보도한 국민연금 환헤지 비율을 10%까지 끌어올린 사례를 들 수 있다. 기재부가 국민연금을 향해 달러자산 환헤지 비율을 높이라고 요청하자 기금위에서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기금운용위원장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고 있는 것부터 독립성을 훼손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국민연금 기금 운용을 책임지는 기금운용본부장(CIO)도 국민연금 이사장의 추천을 받아 복지부 장관이 임명하는 구조다.
이참에 기금위 구성에서 정부 측 당연위원을 대폭 줄이고 대표성을 갖춘 전문가를 중심으로 운용위원회를 다시 짤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법 제103조에 따르면 운용위원회는 위원장인 복지부 장관, 당연직 위원인 기재부·농림축산식품부·산업통상자원부·고용부 차관과 공단 이사장으로 구성한다. 법 개정을 위해 여야의 합의가 필수적이다.
최근 복지부는 기금위원들과 소속 전문위원회 위원들을 한데 모아 합동연찬회를 열었다. 앞으로 열리는 기금위도 전문가들이 모여 제대로 된 회의를 하기를 기대해본다.
[김정범 증권부 nowher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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