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와중에… 공공기관 밥그릇싸움

정석준 2023. 2. 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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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역보험공사>

공공기관의 밥그릇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기획재정부가 한국수출입은행의 대외채무보증을 확대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자 무역보험공사 노조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수서고속철(SRT)의 운영사인 SR의 통합 갈등도 진행형이다. 중복 업무에 따른 혈세 낭비 논란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무보 노조는 7일 '한국수출입은행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철회를 요구하는 입법의견서를 기재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기재부가 추진 중인 이번 개정안은 수은의 연간 대외채무보증 총금액 한도를 무보의 연간 보험 인수 금액의 35%에서 50%로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대외채무보증은 해외 법인이 국내 물품을 수입할 때 구매 대금을 국내외 금융사로부터 대출받는 경우 그 채무를 보증해 수출과 수주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하는 제도다.

개정안에는 현지 통화 금융이 필요한 거래에 대해 수은의 대출 연계 없이 대외채무보증을 제공할 수 있는 예외 조항도 담겼다. 현행법상 수은의 대외채무보증은 대출과 보증을 합해 대출 비중이 50%를 초과하는 거래에서만 가능하지만 예외 조항을 통해 수은의 보증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문제는 수은의 대외채무보증과 무보의 중장기수출보험이 사실상 같은 역할을 하는 상품이라는 점이다. 무보는 이익 대부분이 발생하는 중장기수출보험으로 중소·중견기업의 수출만 보증할 수 있는 수출신용보증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보전하고 있다. 결국 수은의 보증확대로 무보의 중장기수출 보험의 이익이 줄어들면 중소기업의 무역금융 지원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해묵은 갈등이 개정안 추진으로 다시 불거진 것이다.

무보 노조는 이번 개정안을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무보 노조는 "직접 대출은 수은이, 보험·보증 등 간접 지원은 무보가 한다는 우리나라 수출신용기관 운영의 기본 원리를 무시하는 내용"이라며 "불필요한 업무 중복에 따른 국부 유출을 야기하고 공공기관 효율화 흐름에도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또 "중장기 수주 지원 보험료를 바탕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무보의 업무 구조상 수출 중소기업들에 대한 무보의 지원 여력을 축소해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수출 생태계의 저변을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재부와 수은은 이번 개정을 통해 연평균 10억달러 이상 지원 규모 증가 효과와 자금 수요 급증이 예상되는 방산·원전 분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국회예산정책처는 '금융공공기관의 정책금융 운영 현황 분석' 보고서를 통해 "정부는 업무 중복 등과 관련한 불필요한 논란이 지속되지 않도록 부처·기관 간 충분한 협의와 정부 주도의 협의체 마련·활성화를 통해 이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수서고속철(SRT) 운영사 SR의 통합 갈등도 '뜨거운 감자'다. 두 기관이 경쟁을 벌이면 철도 서비스가 개선될 수 있으나 사실상 같은 노선을 사용하는 특성상 중복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철도노조는 불필요한 경쟁체계가 철도 안전을 파괴하고 민영화를 촉진할 것이라며 코레일과 SR 통합을 요구하고 있지만 두 기관이 협력을 통해 서비스 개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경쟁체제를 유지해야 철도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통합 여부를 두고 갈등이 이어지는 동안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해 말 SRT 노선인 충남 천안아산역∼경기 평택 지제역 구간 통복터널 전차선 단전사고가 발생하고 SR은 코레일과 맺은 위수탁 계약 재정비 의사를 밝혔다.

당시 사고 원인은 겨울철 하자 보수공사를 담당한 GS건설이 여름용 접착제를 사용한 것이었으나 관리주체가 불명확해 국가철도공단과 코레일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분위기를 보였다. 해당 구간 공사 발주처는 철도공단이고 코레일은 완공 이후 시설물 인수인계를 받았으나 하자관리업무는 철도공단에 위탁받고 있다.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는 '거버넌스 분과위원회'를 통해 철도 경쟁체제 평가를 거쳐 코레일과 SR 경쟁체제 유지 또는 통합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 여파로 정상적으로 경쟁 체제가 이뤄진 기간이 3년에 불과해 정확한 분석이 어렵다는 이유다. 다만, 국토부는 지금 경쟁체제를 유지하면서 서비스 개선 등 미비점을 보완해나갈 계획이지만, 통합여부 평가 계획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정석준기자 mp1256@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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