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이 내건 이상민 탄핵 사유 이해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이태원 참사에 대한 도의적·정치적 책임을 추궁할 수는 있다. 이 장관이 나라의 재난안전관리를 총괄하는 주무부처 수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탄핵으로 법적 책임까지 묻겠다는 데는 동의하기 힘들다. 대통령·장관 등 최고위직 공무원을 파면하는 최고수위 징계가 탄핵이다. 그만큼 그 근거가 명확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헌법 65조는 '공무원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 탄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마디로 범법 행위가 존재해야만 탄핵이 가능하다는 거다.
그런데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이 장관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위법행위가 없다면 탄핵은 성립할 수 없다. 게다가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설사 죄가 있더라도 그 위법행위가 중대해야만 탄핵이 가능하다. 2004년 헌재는 "사소한 법 위반, 직책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탄핵소추 사유가 될 수 없다"며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을 기각했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면서도 헌재는 "세월호 참사 당시 성실한 직책수행 여부는 탄핵 대상이 아니다"고 했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이 내건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이라는 탄핵 사유는 이해하기 힘들다. "재난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행안부 장관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주장 자체도 논란거리지만 헌재 판례에서 보듯 '직무수행 적절성' 여부는 위법과는 거리가 멀다.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품위 유지 의무를 어겼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도덕적 비난을 받을 수 있을진 몰라도 탄핵 사유는 아니다. 여론 운운하는 것도 그렇다. 여론재판식으로 탄핵소추를 밀어붙이는 것만큼 무책임한 건 없다. 민주당도 이를 모를 리 없다. 헌재에서 탄핵소추안이 기각될 개연성이 크다는 것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무리수를 두는 건 탄핵 이슈로 국정을 흔들고,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물타기하려는 시도라는 것 외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어 보인다.
탄핵안이 접수되면 헌재가 신속하게 인용 여부를 결정해 국정 혼란이 장기화되는 걸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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