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그래미의 높은 벽
푸에르토리코의 팝스타 배드 버니의 개막 무대로 막을 올린 65회 그래미상 시상식. 배드 버니는 스페인어로 된 음반으로는 처음으로 '올해의 음반' 후보에 올라, 그래미의 다양성 추구 노력을 보여줬다. 이 때문에 3번째 그래미상에 도전하는 BTS의 수상 여부가 주목됐지만, 결국 불발됐다. 이미 빌보드 뮤직 어워드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를 수상한 BTS는 아시아 가수 최초로 3대 음악상을 모두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는데, 그래미는 결국 BTS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래미상의 성격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그래미상 수상자는 가수, 작곡가, 프로듀서 등 음악 종사자들이 속한 미국 레코드 예술과학 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음반 판매량이나 스트리밍 조회 수, 유명세 등은 배제하고 오로지 음악성만 따진다는 것이다. 이 방식은 그래미의 권위를 높이기도 하지만, 대중과 괴리를 키운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빌보드 성적 위주로 상을 주는 빌보드 뮤직 어워드나, 최신 추세를 많이 반영하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와 달리 그래미에서 아이돌 음악이 저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남스타일'로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와 빌보드 뮤직 어워드를 받은 싸이도 그래미상은 받지 못했다. 우리 가수들에게 그래미는 아직 높은 벽인 셈이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그래미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K팝 스타들의 성취가 퇴색되는 것은 아니며, 과거 힙합이 그랬듯 K팝이 그래미에서 당당히 인정받는 날이 올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올해 그래미는 의미 있는 수상자도 배출했다. 미국 팝스타 비욘세는 그래미 최다 수상자로 등극하며 '그래미의 여왕'임을 확인했고,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서 BTS와 경쟁했던 샘 스미스와 킴 페트라스는 성소수자로서는 처음으로 그래미상을 받았다. 올해 신설된 '베스트 송 포 소셜 체인지'는 이란의 히잡 시위를 지지하는 노래를 온라인에 게재한 이후 체포된 이란의 셔빈 하지푸르에게 돌아갔다. 하지푸르는 체포됐지만, 그의 노래는 계속 울려 퍼지며 여성과 생명, 자유의 메시지를 전할 것이다.
[이은아 논설위원]
Copyright©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단독] ‘판교 힐튼호텔 특혜 의혹’ 이재명, 부지 연내 종상향 문건에 직접 서명 - 매일경제
- “의사 자질 충분하다고 들었다” 조민 발언에 의사들 반응은? - 매일경제
- “로켓배송 이렇게 오는거였어?”…쿠팡 대구물류센터 가보니[르포] - 매일경제
- “신입 연봉 1천만원 더 준다니까”…지원자 수천명 몰린 이 회사 - 매일경제
- “여보 3% 주담대 나왔대”…‘이자 지옥’ 탈출 기회가 성큼 - 매일경제
- [속보] 법원, ‘베트남전 학살’ 韓정부 배상책임 일부 인정 - 매일경제
- “폭탄 만날수도 있지만”…‘익명채팅앱’에 푹 빠진 2030들 - 매일경제
- “준비되면 해”…룸카페로 불붙은 ‘청소년 성행위’, 챗GPT 답변은? - 매일경제
- 이준석, ‘尹 당비 300만원’ 발언에 “나도 200만원 냈는데 총질” - 매일경제
- 쇼트트랙 임효준 中 귀화 이후 첫 국제대회 우승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