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으로 환율 변동성 완화… "주가 떠받칠 역할 여지도 충분"

김동준 2023. 2. 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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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7일 외환시장을 해외에 개방하기로 결정한 것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서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발생한 이후 '환율 안정'에 방점이 찍힌 외환시장 규제가 최근 들어서는 되레 '환율 불안'을 야기하는 데다, 시중은행 등 국내 기관들의 사업 확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는 외환시장이 개방되면 당장 환율과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지만, 길게는 변동성을 줄일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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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 20년만에 전면 개방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
"투기목적 기관 시장참여 제한"
외국자본 '놀이터' 될 가능성도
지난 2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미 달러를 체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7일 외환시장을 해외에 개방하기로 결정한 것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서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발생한 이후 '환율 안정'에 방점이 찍힌 외환시장 규제가 최근 들어서는 되레 '환율 불안'을 야기하는 데다, 시중은행 등 국내 기관들의 사업 확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 때마다 다른 통화와 비교해 더 들썩였던 원화 가치가 이제는 선진통화에 수렴하는 수준으로 변동성이 약해졌다는 점도 외환시장 개방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무역과 금융시장은 그간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2008년 8573억달러였던 무역 규모(수출입 합계)는 작년 1조4150억달러로 대폭 커졌고, 같은 기간 주식(코스피·코스닥 합산) 거래량도 59억5000만달러에서 124억5000만달러로 두 배 넘게 늘었다. 반면 원·달러 현물환 거래량은 78억1000만달러에서 90억4000만달러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정체된 현물환 시장을 대체해온 것이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이다. NDF란 계약과 만기 시점간 차액만 달러로 결제하는 선물환을 의미한다. NDF 시장은 꽉 막힌 국내 외환시장 특성에 기인해 비정상적으로 확대되면서 2010년대 이후 현물환 거래 규모마저 넘어섰다.

이에 우리나라 외환시장은 수급이 일방향성을 나타낼 때마다 출렁였다. 2006~2008년 선박 수주 호황기에 조선사의 막대한 수주가 원·달러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금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뿐 아니라 개인까지 해외주식 투자에 나서면서 환율이 치솟는 양상이다.

더욱이 현물환보다 거래비용이 낮은 NDF 시장에 투기 수요가 진입하기 쉽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은 "NDF 시장의 투기적 거래가 환율 움직임을 주도하면서 원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위험통화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며 "현재의 시장 구조가 오히려 시장 안정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달러 가치가 상승하던 시기에도 원·달러 환율이 주요국 통화와 비슷하거나 낮은 정도의 변동성을 보였다는 점 등을 들어 이번 조치가 시장에 큰 충격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가받은 외국 금융기관(RFI) 범위를 기존 은행간 시장에 참여하는 국내 금융기관과 동일한 유형(은행·증권사)으로 제한하는 등 시장 안정성을 위한 조치도 같이 마련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투기 목적의 기관은 앞으로도 시장에 참여시키지 않을 생각"이라며 "(외환거래시) 외국환중개회사를 통하도록 의무화해 당국 모니터링 효과성도 크게 달라질 게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업계는 외환시장이 개방되면 당장 환율과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지만, 길게는 변동성을 줄일 것으로 예상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인 자금이 단기적으로 주가를 밀어올리거나 떨어트리는 데 활용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주가를 떠받치는 역할을 할 여지도 충분하다"며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가 늘면 NDF 시장 의존이 줄어 역내·외 환율 괴리도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 외환시장이 선진금융기법을 앞세운 외국 자본의 '놀이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리나라에 한정된 경제 위기가 닥치면 개방된 외환시장이 독이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환시장을 경쟁에 맡기는 등 자유롭게 하는 것은 좋지만, 전세계적인 위기가 아닌 우리나라만 경제 위기를 겪는다고 가정하면 (환율 등) 변동성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동준기자 blaa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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