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서는 맨시티…‘만수르 제국’ 성공 신화 경종 울리나

박강수 2023. 2. 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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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의 '재정적 언페어플레이(비신사적 행위)'에 휘슬이 불렸다.

사무국은 맨시티가 스폰서 수입, 운영 비용, 감독 및 선수와 계약금 등 구단 재정에 대한 정보를 프리미어리그 측에 정확하게 보고하지 않았고, 유럽축구연맹(UEFA)의 재정적페어플레이(FFP) 규칙을 위반했으며, 조사가 시작된 2018년 이후부터는 자료 제출 등 협조 의무를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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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재정 준칙 위반으로 맨시티 기소
페프 과르디올라 맨체스터시티 감독(오른쪽)이 지난해 5월 2021∼202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 뒤풀이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의 ‘재정적 언페어플레이(비신사적 행위)’에 휘슬이 불렸다. 리그 챔피언에 대한 퇴장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지난 6일(현지시각) 공식누리집에 ‘프리미어리그 성명’이라는 공지를 띄워 “다수의 리그 규칙을 어긴 혐의로 맨시티를 독립위원회에 회부한다”고 알렸다. 4500자 분량의 건조한 성명에는 2009~2010 시즌부터 지금까지 14년 동안 맨시티가 위반한 프리미어리그 재정 준칙이 빼곡하게 열거되어 있다. 맨시티 ‘영광의 세월’과 일치하는 기간이다.

사무국은 맨시티가 스폰서 수입, 운영 비용, 감독 및 선수와 계약금 등 구단 재정에 대한 정보를 프리미어리그 측에 정확하게 보고하지 않았고, 유럽축구연맹(UEFA)의 재정적페어플레이(FFP) 규칙을 위반했으며, 조사가 시작된 2018년 이후부터는 자료 제출 등 협조 의무를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맨시티는 독립위원회가 주관하는 비공개 청문회에서 심리를 받을 예정이다.

이제 막 절차가 시작된 만큼 처벌 수위를 예단하긴 어렵다. 프리미어리그 최신 규정집에 적시된 위원회의 권한(W.51) 항목을 보면 징계는 질책, 벌금, 승점 삭감에서 최악의 경우 리그 퇴출까지 아우른다. 리그 퇴출은 위원회에서 최종 권고하고 이후 리그 회원들 4분의 3 이상의 결의를 통해 이루어진다. 프리미어리그 31년사에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맨시티는 혐의를 받기 1년 전인 2008년 아랍에미리트(UAE) 왕가의 만수르 빈 자예드 나얀이 소유한 사모펀드(아부다비 유나이티드 그룹)에 인수됐고 이후 눈부신 성공 신화를 써내려갔다. 2011~2012 시즌 리그 우승을 시작으로 여섯개의 리그 우승컵 포함 열일곱개의 트로피를 들었다. 이 기간 지출한 선수 영입 지출은 약 21억파운드(3조1774억원)로 추산된다.

걸프 왕국의 막대한 자본을 뒷배 삼은 맨시티의 행보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 왔다. 2018년 이른바 ‘풋볼리크스’ 폭로로 스폰서 수입 부풀리기를 통해 재정 준칙을 우회한 맨시티의 범행 정황이 알려졌고, 유럽축구연맹은 2020년 맨시티의 챔피언스리그 진출 자격을 두 시즌 동안 박탈하는 중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맨시티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해 결정을 뒤집었다.

영국 맨체스터에 자리한 에티하드 스타디움과 맨시티의 전 주장 빈센트 콤파니 동상. EPA 연합뉴스

이번 사안 역시 청문회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진다 해도 항소 절차가 가능하다. 다만 3년 전 맨시티를 구원했던 스포츠중재재판소가 개입하는 건 불가능하다. <디애슬레틱>은 “스위스에 기반을 둔 스포츠중재재판소는 영국에서 벌어지는 중재 절차에 관할권이 없다”고 설명했다. 당시 유럽축구연맹 징계를 무력화한 징계 시효(5년) 역시 프리미어리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맨시티의 성공 모델은 이후 유럽축구 산업의 운영 방식을 바꿔놓았다. ‘만수르 제국’의 승승장구를 벤치마킹해 2011년에는 카타르가 파리 생제르맹(프랑스)을, 2021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뉴캐슬 유나이티드(잉글랜드)를 사들였다. 지난해 러시아 자본에서 미국 자본으로 주인이 바뀐 첼시는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스페인·이탈리아·독일·프랑스 리그를 합친 것보다 많은 돈을 썼다.

얼마가 걸릴지는 알 수 없으나 맨시티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들의 성공담은 리그 생태계를 해친 범죄의 부산물이 된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법인 이사 하비에르 고메즈는 최근 “잉글랜드 클럽들은 구단에서 창출하지 않은 돈을 주입하면서 클럽을 재정적으로 도핑하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구단주가 떠나게 될 경우 구단의 생존 가능성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비판한 바 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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