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물건 골라 분류·운반까지 ‘척척’…공상과학 영화 보는 듯

노현 기자(ocarina@mk.co.kr) 2023. 2. 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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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의 미래 ‘대구FC’ 가 보니
축구장 46개 크기 센터 누비는
1000여대의 무인 운반 로봇
고객 주문제품 작업자에 배달
‘소팅봇’ 선반에 상품 올려두면
몇초만에 배송지별로 분류·운반
“로봇으로 업무효율 65% 올려”
쿠팡 대구 풀필먼트센터 7층 집품장에서 무인 운반 로봇이 고객 주문 제품이 담긴 선반을 작업자가 있는 곳으로 나르고 있다. <사진제공=쿠팡>
“기존 물류센터에서는 사람이 물건을 찾아다녔지만, 이곳에서는 물건이 사람을 찾아옵니다.”

지난 2일 찾은 대구 달성군 쿠팡 대구 풀필먼트센터(대구FC). 7층 집품장에서 취재진을 안내하던 박주호 대구FC 센터장은 “로봇을 활용해 업무효율을 65% 올렸다”며 “고객이 주문할 물건을 로봇이 작업자에게 전달하는데 채 2분이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쿠팡 대구FC는 국내 최대 규모 물류센터다. 지하 2층·지상 10층 건물로 건축연면적이 축구장 46개 넓이인 33만 제곱미터(약 10만평)에 달한다.

이 곳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로봇이다. 인공지능(AI)으로 무장한 물류 로봇들은 집품(picking)에서부터 포장·분류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작업을 처리한다. 숫자도 사람보다 훨씬 많다.

이같은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집품장이다. 기존 물류센터 집품장에서는 사람이 상품이 담긴 선반들 사이를 오가며 고객이 주문한 물건을 찾아다녔지만, 이곳은 정반대다. 선반이 사람에게 온다.

고객 주문이 접수되면 자율주행 무인 운반 로봇(AVG)이 집품장 내에 끝없이 펼쳐져 있는 2.5m 높이의 선반들 중에 해당 제품이 담긴 선반을 고른 뒤 작업자에게 가져온다. AGV는 바닥에 1.2m 간격으로 표시된 QR코드를 인식, 작업자에게 정확하게 선반을 전달한다. 대구FC에는 AGV가 1000대 넘게 있다. 작업자가 하는 일은 모니터 화면에 뜬 제품을 확인한 뒤 이를 로봇이 가져온 선반에서 꺼내 박스에 담는 것 뿐. 모니터에는 주문 제품이 선반 어디에 있는지도 표시된다.

쿠팡 관계자는 “이같은 자동화 시스템은 공휴일을 포함해 1년 365일, 하루 24시간 풀가동된다”며 “로켓배송 등 고객경험을 개선하는 핵심 자동화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쿠팡 대구 풀필먼트센터 1층 분류장에서 소팅봇이 배송물품을 목적지별로 분류하고 있다. <사진제공=쿠팡>
집품 단계를 거친 물건들은 1층으로 옮겨져 자동포장된 뒤 고객 주소지별로 나뉘어 배송된다. 로봇은 이 과정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1m 남짓한 키의 소팅봇(sorting bot)이 주인공이다.

포장된 상품을 배송지별로 분류하는 작업은 물류센터의 ‘보틀넥’이었다. 사람이 일일이 운송장을 확인한 뒤 분류해야 했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고 오류도 많았다. 소팅봇은 이같은 패러다임을 바꿨다. 작업자가 상품 꾸러미를 소팅봇 선반 위에 올려놓기만 하면 포장지에 찍힌 운송장 바코드를 스캐너로 인식한 뒤 AI시스템을 통해 최단 거리를 계산, 단 몇 초만에 배송지별로 상품을 분류하고 작업대로 옮겨준다. 초속 2.5m로 움직이는 수십, 수백 대의 소팅봇들이 쉬지않고 움직이며 상품을 옮기는 모습은 공상과학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1층 분류장에서 작업자의 역할은 컨베이어벨트에 실려오는 상품을 소팅봇에 올려주거나, 소팅봇이 옮긴 상품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것 정도다. 박주호 센터장은 “쿠팡은 수백 대의 소팅 봇을 대구FC에서 운영 중”이라며 “소팅봇 도입으로 직원 업무를 더 편안하게 해 주면서 고객 서비스 품질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로봇은 작업자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역할도 하고 있다. 물류센터에서 안전사고에 가장 취약한 분야가 지게차 작업인데, 대구FC는 무인지게차를 도입해 안전사고의 여지를 없앴다. 대구FC 5층에 수십 대가 배치된 무인지게차들은 작업자가 누르는 버튼 한 번에 스스로 대용량 제품을 옮겨준다. 바닥 대신 기둥에 찍힌 QR코드를 인식해 상품과 스스로의 위치를 파악한다는 것만 다를 뿐, 작동 원리는 7층의 AGV와 똑같다. 대구FC는 작업자와 무인지게차의 동선을 펜스로 완전히 분리해 안전사고를 원천 봉쇄했다. 무인지게차에는 ‘라이트커팅센서’가 부착돼 사람이 접근하면 자동으로 멈춘다.

이날 쿠팡은 대구FC 현장 공개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구FC의 현황과 청사진을 소개했다. 강정훈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전무는 대구FC를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미래형 물류센터’로 정의했다. 대구와 남부권을 아우르는 첨단 물류의 핵심으로, 전국 물류센터에 혁신 기술 DNA를 전파하는 테스트베드이자 전진기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쿠팡은 향후 자동화 물류 기술 도입을 확대함에 따라 배송 물량이 늘어나고, 자동화 기술 관리자 채용 등으로 2500여개의 신규 일자라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종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는 “AI를 이용한 상품관리, 자동화 로봇 기술이 접목된 최첨단 물류 인프라를 기반으로 고용 창출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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