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톡] 중산층 난방비 지원 '그림의 떡'?… 천문학적 비용 등 걸림돌

송연순 기자 2023. 2. 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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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 마련 힘들고 중산층 기준마저 모호
국가 빚 증가·물가상승 우려 등도 걸림돌
주택가 가스계량기.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 이어 중산층으로 난방비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으나 현재로선 실현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전체 국민의 약 60%를 차지하는 중상층의 난방 지원을 위해서는 천문학적 비용이 예상되는 등 재원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대통령과 국회가 취약계층 지원을 넘어 '포퓰리즘' 정책을 펼치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7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여당인 국민의힘과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중산층 난방비 지원 여부 등에 대해 논의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중산층의 난방비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데 따른 것이다.

'난방비 폭탄'에 서민들 겨울나기에 어려움이 커지면서 정부가 중산층으로 지원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재원 마련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 26일 160만 가구 대상 가스요금 할인과 117만 가구 대상 에너지 바우처 지원을 기존 2배로 늘리는 방안을 내놨다. 정부는 이틀 뒤인 2월 1일 모든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 59만 2000원씩 지원하는 대책을 추가로 발표했다. 정부는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을 위해 예비비 1000억 원에 기존 예산 800억 원까지 총 18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난방비 지원 범위를 중산층으로 확대하면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존 예산, 기금, 예비비, 공기업 지원 등으로는 부족해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

여기에 중산층을 분류하는 기준, 지원 대상을 가려내는 문제 등 어려움도 많아 중산층 지원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중산층 지원이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면서 물가 상승의 부작용이 너무 크다고 우려한다.

지난달 3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한국의 처분가능소득 기준 중위소득 50-150% 비중은 2021년 61.1%였다. 중위소득 50-150%는 한국 통계청에서 주로 활용하는 중산층 기준이다. 이 기준을 그대로 차용해 선별 지원할 경우 경계선에 있는 이들의 불만이 예상된다.

10 가구 중 6 가구에 난방비를 지원하려면 취약계층에 집중해 난방비를 지원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예산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앞선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에는 총 1800억 원을 투입키로 했지만, 중산층에 대해서는 조 단위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 야당은 연초부터 30조 원 규모 추경으로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건전재정을 내세워 새해 추경에 대해 부정적이다. 추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 편성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이미 여러 차례 못 박았다. 국가채무가 올해 1100조 원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부담이 커진 것이다. 또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의 고공행진 속 추경으로 돈을 풀면 물가가 추가 상승할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산층 지원을 위해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철학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 현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가 시행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소득 하위 88% 대상 국민지원금 등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는데, 전체 가구의 60%에 달하는 중산층 지원 역시 같은 맥락에 놓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앞서 제안한 국민 80% 대상 7조 2000억 원 규모의 에너지 고물가 지원금도 국민 60%가 해당하는 중산층 난방비 지원과 차별화가 힘든 것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추가 인상은 불가피한 데다, 매년 여름과 겨울철 냉방비와 난방비 대란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매 번 정부가 나서서 에너지 요금 인상 부담을 경감해 주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정부가 재정을 직접 투입하지 않고 중산층에 간접적으로 난방비를 지원하는 방식을 마련할 가능성은 열려있다. 가스공사 차원의 요금 할인 대상 확대로 가스요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효과를 만들거나 각종 세제 혜택을 늘리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이 마저도 가스공사의 미수금 문제로 연결될 수 있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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