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리오프닝·고물가 이중고 직면…실적 기대 줄하향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 둔화로 게이머 지출 줄어"
액티비전블리자드 주가 4.86% 떨어져
연초 상승장에도 게임주가 좀처럼 웃지 못하고 있다. 미국 게임사인 테이크투 인터랙티브와 액티비전블리자드가 나란히 어두운 실적 전망을 내놨다. 코로나19 확산세에서 벗어나면서 실내 생활이 줄어든 가운데 소비자들이 고물가로 인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어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업계 우려가 나온다.
테이크투, 신작 개발 중에 비용 절감
6일(현지시간) 테이크투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3.40% 하락한 105.56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올해 들어 주가가 1% 올랐지만 같은 기간 S&P500 지수 상승 폭(7%)과 비교하면 성적이 저조하다. 테이크투는 약 1억7500만장의 판매고로 마인크래프트(약 2억3800만장)에 이어 비디오 게임 역대 2위 흥행 기록을 낸 ‘GTA5'의 개발사다. 지난해 9월 후속작인 ‘GTA6’의 개발 영상이 유출되면서 신작 출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커졌지만 주가는 제자리 걸음이다.
이날 경영진이 내놓은 실적 전망도 어둡다. 테이크투는 이날 2023회계연도(지난해 4월~올 3월) 결제액 규모를 52억~52억5000만달러로 예상했다. 월가 전망치(54억5000만달러)에 못 미친다. 지난 4분기 결제액도 13억8000만달러(약 1조7300억원)로 팩트셋 추정치(14억6000만달러)에 미달했다. 테이크투는 5000만달러 규모 비용 절감을 위해 출장 일정을 줄이고 하계 인턴십 프로그램을 없애겠다는 계획도 함께 내놨다.
모바일 게임보다는 실내에서 주로 소비되는 비디오 게임 부문의 사업 우려가 더 크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스트라우스 젤닉 테이크투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전문매체 배런스에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 둔화로 게이머들이 지출을 줄인 게 게임 내 아이템 판매에 영향을 미쳤다”며 “이러한 시장 상황은 경쟁사들도 직면한 문제”라고 언급했다. 이어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기간엔 소비자들이 집에서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에 집중했지만 이제는 야외 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마르 드스키 뱅크오브아메리카 애널리스트는 “오는 5~6월 중 GTA6 출시일이 공개되면 주가 추이가 변곡점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닌텐도, 생산량 확대 계획에도 월가 ‘가우뚱’
다른 게임 소프트웨어 업체도 전망이 밝지 않다. 액티비전블리자드는 6일 주가가 전거래일 대비 4.86% 하락한 71.5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당 95달러에 이 업체를 인수하는 데에 합의했던 점을 고려하면 주가 하락 폭이 컸다. 이날 장 마감 후 액티비전블리자드는 실적 전망을 내놓으며 “지난해 대비 올해 결제액 규모는 7~10% 늘어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팩트셋 예상 증가율(17.7%)에 못 미치는 전망이다. 다만 지난 4분기 결제액이 35억7000만달러(약 4조4900억원)로 블룸버그 추정치(30억8000만달러)를 웃돈 점은 고무적이었다.
축구 게임 ’피파 시리즈‘의 배급사인 일렉트로닉 아츠(EA)도 사정이 비슷하다. 6일 EA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1.52% 내린 112.19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8% 하락했다. 지난달 31일 발표했던 지난 4분기 매출이 18억8100만달러(약 2조3600억원)로 팩트셋 추정치(19억3000만달러)에 못 미치는 등 실적이 부진했던 여파다. 실적 발표 직후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140→130달러), 웰스파고(150→120달러), 코우언(158→136달러) 등은 일제히 EA의 목표주가를 낮췄다.
업계 전통 강자인 닌텐도는 오는 4월부터 자사 게임 플랫폼인 스위치의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올해 도쿄증시에서 주가 상승 폭이 2%에 불과하다. 후쿠야마 겐지 UBS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닌텐도가 스위치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며 “올해는 게임 플랫폼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 투자자들이 수익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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