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컴백’ 박찬숙 “여자농구가 이렇게 재미있구나 보여줄 것”
“공격 농구, 재밌는 농구로 위상 되찾을 것”

‘농구 여제’라 불리며 한국 여자농구계에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박찬숙 한국실업농구연맹 수석 부회장(64)이 18년 만에 코트로 돌아왔다. 그의 숙원이었던 감독 직함을 달고서다. 박 감독은 오는 3월 서울 서대문구에서 창단하는 여자실업농구단의 초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박 감독이 프로나 실업, 학교 등 단일팀 감독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일 서울 서대문 문화체육회관에서 만난 박 감독은 “포기하지 않으니 꿈이 이뤄졌다. 박찬숙이 다시 농구 코트로 돌아온 만큼 흥미롭고 재미있는 농구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선수시절 190cm의 큰 키와 남다른 기량으로 센터는 물론 포워드로서의 능력까지 갖춘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로서 코트 위에서 활약했다. 최연소 여자농구 국가대표선수, 아시아 여자농구대회 4연패 달성의 주역, LA올림픽 은메달리스트 등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은퇴 후 1993년부터 4년간 태평양화학에서 코치를 맡았던 박 감독은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출범 이후 최초의 여성감독으로 하마평에 올랐지만 프로팀 감독이 되지는 못했다.
그는 농구 관계자들에게 ‘여자니까 너무 약하지 않나’ ‘위기가 왔을 때 과연 헤쳐나갈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박 감독은 “시켜보지도 않고 선입견만으로 기회조차 주지 않는 현실에 화가 났다”며 “내가 안되더라도 후배들이 코치와 감독의 꿈을 이룰 수 있게 싸웠다. 지금은 각 팀마다 여성 코치나 감독이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여자팀에는 당연히 여자 스텝이 있어야 안전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데 (팀 내에)문제가 생겨도 계속해서 남성 지도자를 뽑는다”고 꼬집었다.

농구단은 오는 3월 창단을 앞두고 선수모집이 한창이다. 프로에서 은퇴했거나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에 가지 못한 선수 등 가능성이 있지만 선수생활을 이어가지 못한 이들을 위주로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이 추후 대학에 진학하거나 프로에 도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싶다고 박 감독은 말했다.
박 감독은 “실력도 중요하지만 농구는 높이 싸움인 만큼 팀의 중심이 될 키 큰 선수를 뽑는 게 관건이다. 안되면 내가 나갈 판이다”라고 웃었다.
서대문구 여성실업농구단은 김천시청, 사천시청, 대구시체육회, 서울시농구협회에 이어 5번째 여자실업농구팀이다. 오는 5월 열릴 전국실업농구연맹전에서 실력을 검증받게 된다.
박 감독은 “우승이 목표지만 올해는 우리 선수단이 손발을 맞추고 체험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라며 “수비보다 공격하는 농구를 추구하는 만큼 올해 관련 기술을 선수들에게 최대한 많이 전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배구에 빼앗긴 농구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재미있는 농구를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현역시절 제가 했던 비하인드 패스(뒤를 보지 않고 머리 뒤로 보낸 패스)처럼 획기적이고 놀라운 플레이가 나와야 한다”며 “‘저 선수가 오늘은 뭘 보여 줄까’ 하는 호기심을 갖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감독직을 수락하며 체중감량과 몸 관리에도 신경쓰고 있다.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무서운 대선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부드럽고 따뜻한 지도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농구단은 오는 20일 지원자를 대상으로 입단 테스트를 치를 예정이다. 서대문구의 상징인 독립문과 까치, 초록색을 활용한 유니폼과 마스코트 시안도 최종 검토 중이다.
박 감독은 “‘여자농구가 이렇게 재미있구나’를 느낄 수 있도록 농구다운 농구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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