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납북자 가족 공동 면담… “北인권 싸움서 지지 않겠다”

김은중 기자 2023. 2. 7.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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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국군포로·납북 피해 가족 면담
정 박 부차관보, 이신화 대사 참석
”인권이 美 우선순위, 北 송환 강력 촉구”
피해자 가족 “북에 확실한 경고 보내달라”
7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 대사관에서 열린 국군포로, 납북자 가족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대화를 하고 있다. /김은중 기자

“북한이 유린한 인권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피해자 가족의 목소리를 증폭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겁니다. 미국에 있어서 인권은 우선순위고, 우린 결코 이 싸움에서 지지 않을 겁니다.”

정 박(Jung Pak) 미 국무부 부차관보 겸 대북정책 특별부대표와 이신화 외교부 북한인권대사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국군포로와 납북·억류·피랍 피해자 가족들과 만나 면담했다. 한국과 미국의 고위 관계자가 국내에서 이들과 한자리에 모여 피해자 가족들과 만난 것은 지난해 11월에 이어 두 번째로, 북한 인권을 고리로 하는 한미 간 공조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면담은 예정된 시간(약 1시간) 훌쩍 넘겨 90분 가까이 진행됐다. 당국에서도 외교부 평화외교기획단 관계자가 참석했다.

박 부차관보는 모두 발언에서 “미국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 사회에서 납북자 문제의 시급성을 강조하고, 납북된 모든 피해자에 대한 즉각적인 귀환을 촉구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의 인권 유린 책임을 묻고 북한 안팎으로 자유로운 정보의 흐름을 촉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고 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한·미·일 정상이 납북자 문제의 조속한 해결 의지를 확인한 프놈펜 성명을 “아주 중요한 이정표(milestone)”라 언급하며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삼각(三角) 공조도 예고했다. 바이든 정부는 최근 6년 가까이 공석(空席)이었던 북한인권특사(대사급)에 줄리 터너 국무부 과장을 임명했다.

이 대사는 “납북·실종·억류자, 국군포로는 인권 문제이자 인도적 문제”라며 “여기 계신 분들을 포함한 가족들 모두 진실을 확인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생사(生死) 여부, 행방을 알기 위해 수십년 애타게 기다려온 분들”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가 그동안 방기한 인권, 인도적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며 “납북·억류자의 기가 막히고 한 많은 사연에 한국과 미국이 귀를 기울이고 국제 사회 역할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7일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열린 국군포로, 납북자 피해 가족 간담회에서 정 박 미 국무부 부차관보와 이신화 북한인권대사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면담에 참석한 피해자 가족들은 “20년 넘게 송환 운동을 했지만 이런 기회를 갖게 돼 정말로 고맙다”며 “한미가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납북자 문제를 거론해달라”고 했다. 역대 한국 정부가 국군 포로, 납북자 문제에 너무 무관심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피해자 가족들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수신인으로 하는 친필 편지, 정전협정 70주년을 기념한 정책 제안서, 20년 넘게 활동하며 모으고 정리한 자료 모음집 등을 정성스레 준비해 박 부차관보 측에 전달했다.

최성용 납북피해자가족연합회 이사장은 “우리 대통령 세 분이 김정일, 김정은과 3번 회담을 했는데 비전향 장기수 63명은 북한으로 보냈으면서 ‘국군포로 1명이라도 받아달라’는 우리 가족들의 호소는 아무도 북한 지도자에게 언급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국무부에서 일본 납북자만 얘기하지 말고 한국인 납북자 문제도 꼭 같이 거론해달라”고 했다. 탈북민 출신인 손명화 6·25국군포로가족회 대표는 “북한에서 국군포로는 개가 시체를 물고 가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을 정도의 취급을 받았는데 한국에서도 버림을 받고 살았다 생각한다”며 “정부가 유해 한 구도 송환하지 못했다. 미 정부에게 ‘우리를 버리지 마세요’ ‘우리도 인권이 있고 소중히 여겨달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1969년 부친인 황원 강원MBC PD가 대한항공 여객기 납치사건 때 납북된 피해 가족 황인철씨는 “모든 가족들의 고통과 아픔이 흘러 넘쳐 울려펴지고 있다”며 “국제 사회의 원칙과 힘에 의해 우리가 자연스럽게 가족들을 만날 수 있도록 간곡히 힘써달라”고 했다. 이미일 6·25전쟁납북인사가족회 이사장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제재를 강화하고, ‘단 한사람이라도 다치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는 명백한 경고의 메시지를 계속 던져야 한다”고 했다.

박 부차관보는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시간이었다”며 “우리가 없어진 후에도 이런 진실들이 남아있도록 기록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인권은 보편적인 언어고 결코 영어가 장애물,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워싱턴으로 가져가 증폭시킬 것이다. 후속 논의가 계속 진행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 대사는 “북한인권대사로서 뭘 해야할까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며 “북한이 자신들의 잘못과 범죄를 시인하고 한·일을 포함한 국제 사회의 진상 규명 요구에 협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오늘 모임은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하나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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