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선 애가 안잔다고?…조용해서 타자마자 '쿨쿨' [육카일기]

이유섭 기자(leeyusup@mk.co.kr) 2023. 2. 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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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월 아기와 전기차·내연기관차 비교 시승해보니
전기모터 덕에 정숙성 탁월
육아에 도움된다지만 …
이건 반박하기 어렵다
"전기차서 잘 자는건
멀미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던데요?"
GV70 전동화 모델.

매일경제 자동차 섹션이 육아에 초점을 둔 시승기 '육카일기'를 선보입니다. 신차 구매 계기 중 하나가 출산과 육아입니다. 중형 크기 이상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정답 같지만 사실 소득·취향·생활방식·자녀 수·연비 등 고려할 게 많습니다. 육카일기는 출산·육아로 새 차 마련을 고민 중인 독자에게 육아 관점에서 정보와 경험을 제공합니다. 주말마다 '내 짐 없이 한 짐 가득한' 차의 시동을 거는 모든 부모를 응원합니다.

"잠 안 자는 아기들도 차에 태우고 드라이브하면 곧바로 꿈나라 직행이죠. 그게 뭐가 중요하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애가 잠을 자주냐 아니냐에 따라 엄마·아빠 컨디션은 천지차이입니다. 근데 전기차에서는 아기가 잘 안 잡니다. 엔진이 없어 특유의 진동도 없다 보니, 차 멈추면 곧바로 깨서 웁니다. 정말 미쳐버릴 것 같습니다.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와 멈추는 게 두려울 때도 있습니다."

어느 한 육아 관련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글쓴이는 이 같은 이유로 "전기차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전기차 관련 찬반 토론은 화재, 급발진, 멀미와 울렁거림을 넘어 육아의 영역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집중 육아기'를 넘긴 부모들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며 격려의 말을 건네지만, 막상 육아의 한복판에 있는 부모 입장에선 일상 속 모든 중요한 선택에 대한 핵심 고려 요인이 아이가 된다. 신차 구매도 그중 하나다.

전기차를 처음 몰면 내연기관차 대비 뛰어난 정숙성에 놀랄 수밖에 없다. 전기차는 조용하고 매끄럽게 회전하는 전기모터 덕분에 실내로 전해지는 소음·진동이 현저히 적다. 그런데 이 정숙성이 카시트에 앉아있는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다.

그것은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시승이었다. '브라이텍스 듀얼픽스2' 카시트에 앉은 15개월 남자 아이는 GV70 전기차를 타고 이동할 때마다 잤다. 잘 시간이 돼서 잔 경우도 있었지만, 잘 타이밍이 아닐 때조차 잠들었다.

잠드는 과정도 수월했다. 아기들 중에는 카시트 위에서 최소 30분 넘게 울고 나서야 간신히 잠드는 경우가 있다. 특히 피곤할 때 나타나는 현상인데, GV70 전기차를 탈 때는 예외였다.

실제로 GV70 전동화 모델은 능동형 소음 제어 기술인 'ANC-R'을 적용해 운전자·탑승자가 느끼는 실내 소음 수준을 획기적으로 낮춘 것으로 유명하다. 또 제네시스 측은 모터의 구동·제동력을 활용해 각 바퀴에 토크를 최적 분배하는 기술로 최적의 승차감을 느끼게 해준다고 설명한다.

'아이 따라 다 다르다'는 뜻의 '애바애'가 진리일 것이다. 그런데도 전기차 정숙성이 아이 수면에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추가 검증하고픈 욕구가 생겼다. 그래서 두 종류의 전기차와 소음·진동의 세기가 상당한 차량을 추가로 시승했다.

EV6.

추가 시승 전기차는 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인 EV6와 폭스바겐의 첫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ID.4였다. ID.4의 경우 편도 30분을 왕복하는 짧은 시승에 그쳤고, 아이는 그중 한 번만 잠들었다. GV70 못지않은 정숙성도 좋았지만, 손으로 더듬어 위치를 찾을 필요 없이 뚜껑만 열면 유아용 시트 고정 장치(아이소픽스)가 보이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카시트를 설치해야 하는 부모 입장에선 작지 않은 편의성이다.

EV6도 전기차다 보니 조용하긴 했지만, GV70과 비교하면 정숙성 측면에선 부족함이 느껴졌다. 체감상 내연기관과 GV70 사이 정도의 소음이었다. 차체가 상대적으로 얇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것 때문인지 EV6 시승 시에는 아이의 '초과수면'을 목격할 수 없었다.

하지만 넓어 보이는 외관에 비해 내부 뒷자리가 넓지 않게 느껴지는 GV70과 달리, EV6의 2열 공간은 넉넉했다. EV6는 '미래차'라는 인상을 주는 실내외 디자인과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와 같은 주행과 주·정차 안전성도 장점으로 꼽힌다. 최상위 트림인 '어스'와 'GT-라인'에는 메탈 풋레스트를 신규로 적용해 디자인의 고급스러움도 강화했다.

르반떼 GT 하이브리드.

마지막으로 조용함과는 거리가 먼 마세라티의 '르반떼 GT 하이브리드' 시승을 통해 전기차의 정숙성이 카시트에 앉은 아이 수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르반떼 GT 하이브리드는 마세라티만의 배기음을 간직한 SUV다.

르반떼를 탈 때 잠이 들까 말까 하려는 찰나 정지 신호에 멈추면 아이는 짜증을 냈다. 이때 르반떼의 엔진음과 떨림은 아이를 달래는 데 큰 효과가 없었다. 다만 이는 GV70 전기차와 비교했을 때 이야기고, 보통 내연기관차 수준의 수면 질은 충분히 유지됐다.

르반떼를 통해 새로운 육아 노하우도 익힐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아이소픽스의 위치였다. 보통 아이소픽스는 뒷좌석 시트와 거의 평행한 위치에 있지만, 르반떼는 좀 더 위쪽에 설치돼 있다. 처음엔 적잖게 당황했지만, 덕분에 브라이텍스 듀얼픽스2 카시트의 경우 고리 부분이 기울어지기 때문에 장착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가(1억3390만원·GT 기준)라는 점을 제외하고 보면 르반떼 GT 하이브리드는 패밀리카로서 매력적인 선택이다. 흔하지 않고, 크고, 강한 힘과 소리를 보유한 슈퍼카 브랜드의 대표 SUV기 때문이다. 최근 마세라티는 브랜드 사상 두 번째 SUV 모델인 '그레칼레'를 출시하면서 디지털시계·디지털화면· 헤드업디스플레이 등을 도입했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르반떼는 마세라티의 SUV 중 유일하게 '아날로그 감성'이라 부를 수도 있는 브랜드 고유의 유산과 정체성을 지닌 모델이 될 수 있다.

다수의 시승 경험을 바탕으로 전기차의 정숙성이 차내 육아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지만, 한 가지 반론에는 반박하기 어렵다. "전기차를 타는 아이들이 잘 자는 건 멀미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던데요?"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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