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기대 커진 1기 신도시… “재초환 벽 넘을 수 있을까” 우려도

조은임 기자 2023. 2. 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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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겪었던 1기 신도시 특별법, 법적 근거 마련
안전진단 완화·용적률 500% 등 기대이상 내용 담겼지만
”재초환, 재건축 대못… 1주택자라도 감면해줘야”

“1기 신도시를 재정비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나왔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그대로라면 정책 효과는 생각만큼 나지 않을 수 있다.”

7일 정부가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내용을 발표한 뒤 시장 관계자들의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부는 이날 택지조성사업이 완료된 지 20년 이상이 된 100만㎡ 이상의 택지 등을 대상으로 특별법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재건축 안전진단을 완화하는 것을 비롯해 용적률을 높이겠다는 내용 등을 담을 예정이라고도 했다.

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신도시 일대의 모습./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1기 신도시 재정비는 그동안 우여곡절을 겪었다. 대통령 당선과 동시에 1기 신도시는 재정비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커진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정부가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2024년에 수립하겠다고 발표하며 ‘사실상 공약파기’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이번 특별법 내용 발표는 이러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동시에 부동산 규제완화 기조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내년에 수립하겠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지만, 내년이 오기 전 법 통과를 목표로 사업을 빠르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기도 하다.

최병길 국토교통부 도시정비산업과장은 “보통 입안을 해서 정비계획을 수립하는 데까지 3~4년이 걸리는데 그것을 내년까지 마무리 짓겠다는 것”이라면서 “준공까지도 시장상황의 변동을 감안해서라도 5~6년 만에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1기 신도시 특별법 내용에는 시장이 기대했던 것 이상의 파격적인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특별법이 적용되는 주택의 연한을 30년이 아닌 20년으로 앞당기고, 안전진단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성이 확보된다면 면제까지도 가능하도록 가능성을 열어뒀다. 더불어 용적률 규제를 종상향 수준으로 완화해 최대 500%까지 높여줄 예정이다. 가구수 증가가 15%로 제한된 리모델링 사업 관련 규제도 더 완화하기로 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1기 신도시를 포함해 택지개발로 만들어진 노후 도시를 개발할 수 있는 법적 기준이 만들어 진 것에 의미가 있다”면서 “당장 반향은 없더라도 1기 신도시 특별법이 제정되는 데 시장의 관심이 쏠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문성요 국토교통부 국토도시실장이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1기 신도시 정비 특별법안 주요내용을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1991년 입주를 시작한 분당과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1기 신도시의 규모는 약 30만가구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공약집에 1기 신도시에 10만호를 추가로 공급하겠다고 명시한 바 있다. 이번에 발표된 특별법을 통해 이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택지의 기준이 신도시의 기준인 330만㎡가 아닌 ‘100만㎡이상의 택지’로 정해 5곳의 신도시 외에 전국의 노후 택지지구들이 모두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했다. 계획했던 것보다 더 많은 공급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 노원구 상계·중계·하계동, 양천구 목동 일대를 비롯해 수도권 택지지구, 지방 거점 신도시 등도 포함될 수 있다”면서 “주거 질이 하향되고 감가상각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와중에 수도권 2~3기 신도시 개발과 분양으로 주택 수요가 유출돼 불만이 컸던 노후 택지들의 개발 기대감이 고조될 전망”이라고 했다.

다만 상당수 전문가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재초환)’가 정책효과를 반감시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재초환은 재건축사업의 대표적인 대못으로 지목되는 제도다. 정부는 재건축 사업을 거치며 오른 집값에서 건축비 등 개발비용과 평균 집값 상승분을 뺀 초과이익에 대해 세금을 매겨 환수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재건축 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재건축 부담금 면제 기준을 기존 3000만원에서 1억원 이하로 상향하고 부담금을 매기는 초과이익 구간도 2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넓혔다. 초과이익 산정 개시시점은 ‘추진위원회 구성 승인일’에서 ‘조합설립 인가일’로 늦췄다.

하지만 이후에도 재초환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돼왔다. 부담금 부과구간이 3억8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이익의 50%을 내놓아야 한다는 데서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반발이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건축초과이익에 대한 환수 논의 등 신도시 재정비사업의 장애요인이 여전하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 제도가 존치된다면 특별법의 정책 효과를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재건축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인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게 아쉬운 지점”이라면서 “과감하게 폐지를 하는 것이 옳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1주택자에 한해서라도 100% 감면이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도시 재정비를 통한 주택가격 안정이 궁극적인 목표인만큼 사업을 지지부진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는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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