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 돈 문제 호통친 날... 이화영·김성태, 쌍방울 대납 대화 나눠”

김정환 기자 2023. 2. 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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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 “대북송금 무관” 주장 사흘 전
쌍방울 재무 책임자 법정 증언
김성태(왼쪽에서 둘째) 전 쌍방울 회장은 2019년 1월 17일 중국 선양에서 열린 ‘한국 기업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간담회에는 안부수(첫째) 아태협 회장, 송명철(셋째) 북한 조선아태위 부실장, 이화영(넷째)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도 참석했다. 김 전 회장은 당시 이 부지사가 이재명 경기지사(현 민주당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을 바꿔줬다고 검찰에 진술했다고 한다./사진=노컷뉴스

쌍방울 측에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지난 3일 수원지법 재판에서 쌍방울 CFO(최고 재무 책임자) A씨가 증인으로 나와 “이 전 부지사와 (쌍방울 전 회장) 김성태씨가 북한 스마트팜 사업 비용(500만 달러)을 쌍방울이 대납하겠다는 대화를 나눴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으로 7일 알려졌다. A씨 증언은 이 전 부지사와 김성태씨, 북한 조선아태위 송명철 부실장 등이 2019년 1월 17일 중국 선양에서 만났던 그날 상황에 대한 설명이었다.

A씨는 3일 법정에서 “(2019년 1월 17일) 당시 이 전 부지사와 쌍방울 전 회장 김성태씨가 함께 회의에 참석했다”며 “당시 (두 사람은) 경기도가 내야 할 북한 스마트팜 사업 비용을 쌍방울이 대신 부담하겠다는 대화를 나눴다”고 증언했다.

당시 그 자리에 있던 북한 송명철은 이 전 부지사를 보고선 “경기도가 무슨 낯으로 왔느냐”며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북한 스마트팜 사업은 이 전 부지사가 2018년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결재를 받고 방북한 뒤 추진했지만, 경기도의회의 반대로 사업 비용 조달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를 알고 있던 송명철이 이 전 부지사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전 부지사와 김성태씨는 그날 쌍방울이 스마트팜 사업 비용을 경기도 대신 내기로 대화를 나눴다는 게 A씨 증언 취지다. 두 사람의 대화 이후 김성태씨는 송명철에게 쌍방울이 비용을 대신 내겠다는 취지로 말했고, 양주를 곁들인 저녁 식사도 대접해 분위기가 다시 좋아졌다고 한다. 실제 쌍방울은 2019년 1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북한 스마트팜 사업 비용 총 500만 달러를 보냈다.

해외 도피 중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쌍방울 그룹 전 회장이 지난달 17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고운호 기자

이와 관련, 김성태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분위기가 좋아지자 이 전 부지사는 당시 경기지사였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전화해 나를 바꿔줬고, 이 대표는 ‘고맙다’고 말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경기도가 북한에 스마트팜 사업 비용 500만 달러를 줄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쌍방울이 이를 해결해줬기 때문에 이 대표가 김성태씨에게 감사 표시를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 대표는 2019년 이재명 대표가 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 도발 등을 기획·지휘한 북한 조선아태위원장 김영철에게 ‘방북(訪北) 요청’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A씨는 그날 저녁 식사가 있기 전 자신이 북한 측에 쌍방울의 대북 사업을 설명했던 상황도 증언했다. 그는 “내가 (북한 측 인사들에게) ‘경기도와 쌍방울이 컨소시엄을 형성해 대북 사업을 함께 진행할 것이고, 경기도와 함께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글로벌 펀딩이 가능하며 남북협력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사업 설명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내용은 김성태씨 또는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구속 기소)으로부터 사전에 전달받은 내용이다”고 했다.

구속 수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변호인을 통해 언론에 알린 입장문. 이 전 부지사는 지난 6일 A4 용지 크기의 2장짜리 입장문을 냈다./이화영 전 부지사 측 제공

검찰은 경기도가 북한에 줘야 할 돈 500만 달러를 대납해준 김성태씨에 대해 제3자 뇌물 공여 또는 직접 뇌물 공여 혐의 등이 적용되는지 따져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부지사는 지난 6일 자필로 쓴 입장문에서 “이화영과 이재명 대표님, 경기도는 김성태와 쌍방울의 대북 송금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했다. 또 “쌍방울의 대북 송금이 이루어진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경기도를 위해서 쌍방울이 북한에 금전을 제공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가 입장문을 내기 사흘 전 쌍방울 고위급 임원이 자신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자신과 입장과 배치되는 증언을 한 것이다. 법정에서 허위 증언을 하면 처벌을 받게 돼 있다. 한 법조인은 “이 전 부지사가 ‘뇌물 공범’으로 추가 기소될 것을 우려해 대북 송금 관련 내용을 모두 부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법정 증언이나 물증이 그에게 불리하게 흘러가는 모양새”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한편, 이재명 대표도 지난 6일 이 전 부지사 전화로 김성태씨와 통화했다는 의혹에 대해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해명했다. 이 전 부지사가 자필 입장문을 공개한 날과 같은 날이다.

이 대표는 2019년 1월 17일 대장동 개발 업적 과장 발언 사건 관련 “당시 성남지원에서 오후 2시부터 저녁 8시까지 재판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만찬(이화영·김성태·송명철 저녁 자리)이 (오후) 6시부터 한 8시쯤이었다고 하는데, 상식적으로 그게 가능한 얘기냐”고 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선 이 대표의 해명을 두고 의혹이 말끔하게 해소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반응도 나왔다. 중국 시각이 우리나라와 1시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중국에서 오후 6~8시면 우리나라는 오후 7~9시다. 이 대표가 재판을 마치고 나온 뒤에 이 전 부지사, 김성태씨와 통화가 가능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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