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조금 or 中 공장’ 선택하라는 칩스법…삼전·하이닉스 발등의 불 [이종화의 세돌아이]

이종화 기자(andrewhot12@mk.co.kr) 2023. 2. 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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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급히 방미
‘中 투자제한’ 유예 요청한듯
美보조금 받으면 中공장 투자못해
유예 받아도 미중갈등 큰 불은 여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위 임원들이 급히 미국을 방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미국의 ‘칩스법’의 중국 투자 제한 조치를 유예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입니다.

미국 칩스법의 정식 명칭은 ‘미국 반도체와 과학법’입니다. 지난해 7월 미국 의회를 통과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서명으로 공표된 법안입니다. 칩스법의 구조는 인플레이션 방지법(IRA)과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미국 내 산업 활성화를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는게 목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칩스법은 미국에 반도체 관련 투자를 결정한 기업들에게 세액공제, 보조금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합니다. 단 칩스법의 혜택을 받았을 경우 10년간 미국이 지정한 우려 국가에 첨단 반도체 시설을 짓거나 추가 투자하는게 제한됩니다.

문제는 우려 국가에 중국이 포함된다는 점입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와 다렌 등에 공장을 갖고 있습니다. 또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신설 계획, SK하이닉스는 약 150억달러를 투자하는 미국 첨단 패키징 공장 건설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즉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 공장을 보유한 상태에서 미국 칩스법의 혜택을 받아 미국 내 공장을 새로 만들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만약 칩스법에 명시된 채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내 투자 제한 영향을 받게 된다면 중국 공장들이 미래에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반도체 산업은 한 해 번 돈을 재투자해 더 좋은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꾸준하게 투자해야 산업 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공장에 투자할 수 없게 된다면, 이 공장들은 구형 반도체 제품을 생산할 수밖에 없고 당연히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중국 내 사업을 포기하자니 매출 비중이 너무 높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매출 중 29.2%를 중국에 의존했습니다. 2021년 말 기준으로 돌아가면 중국 매출 의존도는 약 36.6%에 달합니다. 삼성전자 역시 중국 매출 비중이 30% 전후로 추정됩니다.

이미 미국은 칩스법 외에도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기 위해 2가지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하나는 엔비디아, AMD 등에서 만든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수출 규제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 조치와는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문제는 두 번째입니다. 미국은 램리서치 등 반도체 장비 기업들의 일부 장비들을 중국에 수출하지 못 하도록 막았습니다. 이에 ASML과 도쿄일렉트론이 있는 네덜란드와 일본도 동참했습니다.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와 관련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급한 불은 끈 상태입니다. 미국이 두 기업에 대해 1년간의 유예 기간을 부여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임원들이 이번에 미국에 방문한 이유는 칩스법도 마찬가지로 유예 기간을 달라는 요청을 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입니다.

단 유예 기간을 받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고민은 남아있습니다. 미중 갈등이 오히려 악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 미국이 자국 영공을 침범한 중국 정찰풍선을 격추시키며 두 나라간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무한정 유예를 시켜주기 부담스러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급한 불을 끄더라도 큰 불은 아직 남아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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