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조금 or 中 공장’ 선택하라는 칩스법…삼전·하이닉스 발등의 불 [이종화의 세돌아이]
‘中 투자제한’ 유예 요청한듯
美보조금 받으면 中공장 투자못해
유예 받아도 미중갈등 큰 불은 여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위 임원들이 급히 미국을 방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미국의 ‘칩스법’의 중국 투자 제한 조치를 유예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입니다.
미국 칩스법의 정식 명칭은 ‘미국 반도체와 과학법’입니다. 지난해 7월 미국 의회를 통과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서명으로 공표된 법안입니다. 칩스법의 구조는 인플레이션 방지법(IRA)과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미국 내 산업 활성화를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는게 목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문제는 우려 국가에 중국이 포함된다는 점입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와 다렌 등에 공장을 갖고 있습니다. 또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신설 계획, SK하이닉스는 약 150억달러를 투자하는 미국 첨단 패키징 공장 건설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즉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 공장을 보유한 상태에서 미국 칩스법의 혜택을 받아 미국 내 공장을 새로 만들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만약 칩스법에 명시된 채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내 투자 제한 영향을 받게 된다면 중국 공장들이 미래에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반도체 산업은 한 해 번 돈을 재투자해 더 좋은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꾸준하게 투자해야 산업 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공장에 투자할 수 없게 된다면, 이 공장들은 구형 반도체 제품을 생산할 수밖에 없고 당연히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중국 내 사업을 포기하자니 매출 비중이 너무 높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매출 중 29.2%를 중국에 의존했습니다. 2021년 말 기준으로 돌아가면 중국 매출 의존도는 약 36.6%에 달합니다. 삼성전자 역시 중국 매출 비중이 30% 전후로 추정됩니다.
이미 미국은 칩스법 외에도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기 위해 2가지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하나는 엔비디아, AMD 등에서 만든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수출 규제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 조치와는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문제는 두 번째입니다. 미국은 램리서치 등 반도체 장비 기업들의 일부 장비들을 중국에 수출하지 못 하도록 막았습니다. 이에 ASML과 도쿄일렉트론이 있는 네덜란드와 일본도 동참했습니다.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와 관련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급한 불은 끈 상태입니다. 미국이 두 기업에 대해 1년간의 유예 기간을 부여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임원들이 이번에 미국에 방문한 이유는 칩스법도 마찬가지로 유예 기간을 달라는 요청을 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입니다.
단 유예 기간을 받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고민은 남아있습니다. 미중 갈등이 오히려 악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 미국이 자국 영공을 침범한 중국 정찰풍선을 격추시키며 두 나라간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무한정 유예를 시켜주기 부담스러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급한 불을 끄더라도 큰 불은 아직 남아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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