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정국 애청 '피지컬:100'...1등을 찾는 여정에서 '다양성'을 만나다

신진아 2023. 2. 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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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파이낸셜뉴스] 몸을 만들고 가꾸는데 관심이 큰 가운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피지컬:100’이 지난달 24일 공개되자마자 글로벌 톱10 TV쇼(비영어)에 오르며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지난 1월 24일부터 매주 2편씩 공개 중인 9부작 ‘피지컬: 100’은 최강 피지컬이라 자부하는 100인이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 예능. 격투기 선수 추성훈, 스켈레톤 선수 윤성빈, 체조 선수 양학선, 씨름 선수 박민지 등 유명인부터 치어리더 조연주, 교도관 박정호, 발레리노 최규태, 모델 플로리안 크라프 등 다양한 성별과 체급, 직업, 인종이 참여했다.

또 MBC 교양국 소속 장호기 피디가 넷플릭스에 기획안을 보내 제작이 확정된 특이한 사례로 갈수록 장르와 플랫폼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호기 PD는 이날 "BTS 정국이 (라이브 방송에서) 피지컬 100을 봤을 때 동시 접속자 1000만명이 나왔다"며 "자랑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참을 수가 없다"라고 기뻐했다.

"특공대 군복무" 교양국 PD가 만든 넷플릭스 서바이벌 예능

넷플릭스 콘텐츠 팀의 유기환 매니저는 7일 기자간담회에 앞서 “지난해 넷플릭스가 예능을 본격적으로 제작하겠다고 발표한 이래 지난 10월 음악 예능 ‘테이크 원’부터 매달 1편씩 내놓고 있다. 특히 ‘피지컬:100’은 시작부터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이라고 운을 뗐다.

“2021년 10월 단 한 번도 본적 없는 PD님에게 메일이 왔다. 기획 의도가 명확한 아주 거대한 스케일의 작품이었다. 기존 서바이벌 예능에선 보지 못한 것들이 있어 색다른 쇼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단 2주 만에 연락하여 제작팀을 꾸려달라고 요청했다.” 역대 스케일이 가장 큰 한국 예능은 이렇게 넷플릭스의 100% 투자로 완성됐다.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100'

장 PD는 왜 넷플릭스에 기획안을 보냈을까? 왜 예능 연출에 나섰을까? 그는 “평소 인간에 대한 주제라면 어떤 형태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피지컬:100’ 역시 인간에 대한 프로그램이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은 연출자에게 큰 무대라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문을 두드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획은 코로나19 기간 운동하러 다니던 헬스장 게시판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는 “특공대에서 군복무했다. 대단한 동료들이 많았다. 선임이 ‘축구, 탁구, 유도 너 나와’ 그랬던 기억이 있다. 우연히 헬스장에서 ‘이달의 베스트 바디’ 게시물을 보고 “가장 좋은 몸이란 무엇일까?”,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기준이라는 게 존재할까? 라는 질문을 갖게 됐다”고 돌이켰다.

“각 분야에서 내노라하는 사람을 모아놓고 다양한 퀘스트를 하면서 ‘최고의 몸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다루고자 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특정 운동을 주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완벽한 몸’에 대한 콘텐츠이기 때문에 누구나 재미있게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말 다양한 출연자들을 섭외했고, 퀘스트도 한 줄로 설명이 가능할 정도로 명료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서바이벌 포맷은 새롭진 않다. 그런데도 서바이벌을 선택했다. 그는 “나 역시 서바이벌을 좋아하더라. 서바이벌은 여전히 전 세계에 통하는 인기 포맷이다. 탈락에 대한 공포, 내가 응원하는 사람의 성공 등이 전 세계 시청자에게 통하는 것 같다”라고 인기의 이유를 설명했다.

출연자 선정, 남녀 신체 차이 문제는?

출연자는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섭외했을까? 그는 “시즌 1이라서 자료 조사를 한 뒤 섭외했다”며 “1000명에서 500명으로 추린 뒤 미팅과 면접, 신체검사, 멘탈케어를 한 뒤 최종 100명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추성훈이나 양학선 등 인기인을 섭외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그는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다"며 "어느정도 위치에 올라 있어 잃을 것이 많다고 걱정하면서도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특별 대우가 없다는 것도 수용해주셨다“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100'

출연자 선정은 다양성을 중시했다. “키는 1m50cm에서 2미터, 몸무게는 40kg에서 130kg까지 다양하다. 또 댄서의 몸부터 농부가 된 트레이너의 몸까지 최대한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을 섭외했다. 출연진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피지컬을 대표하길 바랐다”고 부연했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한국 예능 중 스케일이 가장 큰 이 작품은 초반 경기의 경우 축구장 2개 크기에서 촬영됐다. 장 PD는 “우리끼리 화장실 갔다오면 무릎 나갈 정도라고 농담했다”며 “그런데 그 넓은 공간에 사람이 가득 찼다. 지난해 6-7월 두달 가량 찍었다. 다들 바빠서 오래 찍을수 없었다. 아시안게임 등 국가대표 선발전이 있어 못 나온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1대1 데스매치에서 여성 출연자 춘리와 남성 출연자 박형근의 대결 장면이 이슈가 됐다. 예고편 영상에서 박형근이 춘리의 가슴 부위를 누르는 장면을 두고 게임의 공정성에 대한 지적이 일었다.

장 PD는 “프로그램 기획 의도가 남녀 구분 없이 완벽한 피지컬을 찾아가는 과정이라서, 모든 분에게 큰 개념을 설명하고 동의 받고 진행했다”며 이와 관련해 실제 주인공이었던 출연자의 입장문도 참조해달라고 말했다.

또 “방송과 달리 아주 디테일한 룰이 현장에 있었다"며 시청자들의 우려와 달리 경기 진행에 공을 들였음을 드러냈다. "촬영 중에 경기를 많이 중단했고, 필요시 경고음을 줬다. (방송에선 안보이지만) 경기장 코너별로 심판도 있었다. 방송보다 룰이 훨씬 더 디테일했다. 중간에 끊으면서 경기를 진행했다.”

그는 또 “젠더 갈등 부추기거나 신체 관련 악플을 다는 것은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모든 출연자가 최선을 다해 참여해줬다. 무분별한 악플을 자제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모든 게 다 찐이다”

‘피지컬:100’의 미덕은 출연자들이 서로의 경기를 성원하며 본다는 것이다. 서로를 비방하거나 결과를 두고 얼굴을 붉힌 일도 거의 없다. 비록 아쉬움을 드러내나 깨끗이 승복하고 상대의 승리를 축하해준다.

극중 출연자들이 서로 격려하는 모습은 연출자의 의도일까? 장 PD는 “전혀 아니다”라고 답했다.

“가이드를 준 게 하나도 없다. 게임에 대해서도 미리 알려준 게 없다. 오직 해야 하는 것만 말해줬다. 저도 그 부분은 굉장히 감명 받았다. 미련이 남으면 좋지 않은 표정이 표출되곤 하는데 우리는 최선을 다했기에 서로 격려한 게 아닌가. 서로가 최선을 다한 게 느껴졌다. 이게 우리 프로그램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다큐멘터리 연출 이력이 있는 그는 연출시 가장 중시한 점으로 “담백함과 리얼함”을 꼽았다.

장 PD는 “최대한 담백하게 연출하려고 했다. 또 경기와 관련해 비밀을 엄수했다. 아무것도 미리 요구하지 않았다. 출연자 표정이나 반응은 다 리얼이다. 기존 서바이벌을 보면 빌런이 나와 주고, 서로 욕하고 싸우고 헤어지고 그런 장면이 있는데 그렇기 하기보다 주어진 공간에서 일어나는 것을 자연스럽게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인 사람들을 다루지만, 세트나 음악, 미술은 비현실적이길 바랐다. ‘오징어게임’처럼.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오가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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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자의 변화도 언급했다. 그는 “처음에는 우승이나 상금에 관심을 가졌으나 출연자들 역시 세상에 나와 같은 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며 “(세상의 편견과 달리) 마르고 작지만 유연하다든지 뚱뚱해도 날렵할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가장 완벽한 피지컬을 찾아가는 과정이나, 그 과정을 통해 다양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저서 ‘풀하우스’에서 말했다. “진화는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의 증가다.” 1등만 기억하는 경쟁사회에서 우리는 늘 패자였고, 1등조차 행복하기 힘들었다. 다양성을 인정하면 더 많은 사람이 당당하고,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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