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년 버틴 성도 와르르···규모 7.8 강진에 문화유산도 버티지 못했다
진앙지 가지안테프 성 파손·균열
수천년 역사를 자랑하는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문화유산도 6일(현지시간) 발생한 규모 7.8 강진을 버티지 못했다. CNN, 가디언 등 해외 매체들은 고대 로마와 비잔티움 시대 유적들이 지진에 무너져내렸다고 보도했다.
지진 진앙지였던 튀르키예 가지안테프에서는 20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가지안테프 성이 파괴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에는 가지안테프 성벽이 무너져내린 사진이 다수 올라왔다.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통신은 “가지안테프 성의 옹벽이 무너지고 잔해가 성 주변으로 떨어져있다”며 “망루 곳곳이 파손되거나 큰 균열이 생겼다”고 전했다.
가지안테프 성은 히타이트(기원전 1700-1200년) 시기 처음 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주요 건물들은 2∼3세기 로마인들이 지었고, 이후 비잔티움(동로마)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1세 때 확장·강화됐다. 이번 지진으로 가지안테프 성과 인접한 17세기 건물 시르바니 모스크의 돔과 동쪽 벽 일부도 무너졌다.
튀르키예 정부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가지안테프는 약 6000년의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도시다. 수메르 문명 시기인 기원전 4000년쯤 인류가 정착한 흔적이 발견됐다. 지리적 특성 때문에 고대부터 동서양을 잇는 교역로이자 문명의 교차점 역할을 해왔다. 히타이트, 아시리아, 페르시아, 로마, 비잔틴, 아바스, 셀주크튀르크 등 여러 제국·왕조의 지배를 받으면서 다양한 문명의 유적들이 켜켜이 흔적을 남겼다.
시리아에서는 알레포, 하마, 바니야스 등의 문화 유산이 파손됐다. 시리아 국가유산박물관국(DGAM)은 이번 지진으로 고대 건축물인 알레포 성채 등 다수 문화 유산이 파손됐다고 밝혔다. 알레포 중심가 언덕에 있는 알레포 성채는 13세기에 건축된 거대한 요새다. 중세시대 사원과 궁, 목욕탕 등 과거의 모습을 간직한 유적들이 남아있어 198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알레포는 기원전 2세기 이후 1000년 이상 무역 중심지 역할을 해왔지만 내전을 겪으며 구시가지 60%가 파괴됐다. 알레포 성채 또한 내전 내내 수난을 당했다. 2015년에는 시리아 반군이 정부군을 격퇴하기 위해 외벽 아래 폭탄을 설치해 성채가 훼손됐다. 이후 다시 시리아 정부군이 알레포 성채를 군사 기지로 활용하면서 피해를 입었다.
2018년 알레포 성채는 다시 문을 열고 관광객들을 맞았지만 이번 지진으로 다시 건축물이 파손됐다. DGAM는 성채 내 오스만 방앗간 건물의 일부가 떨어져 나갔고, 북동부 방어벽 일부도 금이 가거나 파손됐다고 밝혔다.
알레포에서 남쪽으로 200㎞가량 떨어진 하마 지역에서도 이맘 이스마일 모스크, 시메미스 성 등의 벽이 무너지거나 건물에 균열이 생기는 피해가 발생했다. 시리아 북서부 바니야스 외곽에서는 11세기 십자군 전쟁 당시 요새였던 알마르캅 성의 탑 한 곳에서 석재들이 떨어져나갔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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