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강진] "막대한 피해, 경제적 손실 GDP의 2% 달할 수도"
강력한 지진이 발생해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튀르키예에서 경제적 손실도 클 것으로 관측된다.
6일(현지시간) 미 지질조사국(USGS)은 관련 보고서에서 이번 지진에 따른 튀르키예의 경제적 손실이 최대 국내총생산(GDP)의 2%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USGS는 손실이 10억∼100억달러(약 1조2500억∼12조5000억원)에 이를 확률을 34%로 가장 높게 봤다. 또 100억∼1000억달러(약 12조5000억∼125조원)일 확률을 30%로 예상했다.
USGS는 추정 인명피해와 추정 경제 손실을 각각 '적색 경보'로 표시하면서 "많은 사상자와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과거 적색 경보에는 국가적, 국제적 대응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지진은 터키 국민소득의 약 10분의 1이 발생하는 지역을 강타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카흐라만마라슈, 말라티아, 아드야만, 아다나 등지의 공항이 파손됐으며 고속도로도 일부 부서졌다. 하타이에서는 병원과 항구 등이 일부 붕괴하는 등 기간시설의 피해가 컸다.
로이터·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라크와 아제르바이잔산 원유가 해외로 나가는 관문인 튀르키예 남부 제이한항의 수출 터미널 가동이 중단됐다. 지진으로 터미널에서 가스 누출 등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으나 예방 차원에서 이같이 조치했다고 한 튀르키예 당국자는 설명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이번 지진으로 경제 불안과 내전으로 인한 인도주의 위기에 시달려온 튀르키예와 시리아가 더 큰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이스탄불 코치대학 셀바 데미랄프 교수는 "강진으로 인한 생산과 공급망 차질로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적 악영향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튀르키예 경제에 미친 영향도 심상찮다. 이날 튀르키예 리리화는 장중 한때 신저점을 기록했고 주식시장은 폭락했다. 일부 종목은 거래도 중단됐다. 튀르키예와 시리아는 강진 이전부터 심각한 경제 불안에 시달려 왔다. 튀르키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난해 밀어붙인 비정통적인 재정 조치로 인플레이션이 85%에 달하면서 통화 붕괴와 함께 많은 기업과 국민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5%(추정치)로 전년도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보이며 지진 발생 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4%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강진으로 튀르키예의 경제 위기를 더욱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규모 7.4 강진이 발생한 1999년 튀르키예의 경제성장률은 2.5%가량 하락했다.
데미랄프 교수는 주요 관광지인 역사 유적지에 큰 피해를 발생해 경제 상황이 더 복잡해지고 있다며 튀르키예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가 고갈되는 상황에서 중요한 관광 수입마저 준다는 것은 좋지 않은 소식이라고 지적했다. 튀르키예 정부가 경제적 타격을 줄이기 위해 강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엠레 페케르 유럽 국장은 보고서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진의 경제적 타격을 제한하기 위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 같다"면서 "새로운 신용완화 조치뿐 아니라 대규모의 직접적인 재정 지원 등 구호 조치가 뒤따를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피해가 큰 남동부 지역은 경제적으로 가장 낙후된 곳 중 하나로 1천500만 지역 주민은 지진으로 목숨은 아니더라도 평생 모은 돈을 날렸다며 "삶과 경제는 멈출 것이고 사업이 다시 시작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리아의 경우 12년간 내전으로 국가 경제가 황폐해졌고 수백만 명이 난민이 돼 튀르키예로 탈출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내전으로 인한 파괴와 사상자·난민 발생, 경제 네트워크 붕괴로 시리아 GDP는 2010~2020년 절반 아래로 감소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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