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70여년만에 개방...은행권은 우려 "수요 흡수·규제 관건"
"NDF 편리…실수요 증가 의문"
"외국 은행 기존 규제 완화도 필요"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금융당국이 그동안 국내 금융기관에만 열려 있던 국내 외환시장을 내년부터 외국 금융기관에도 개방하기로 했지만 은행권에선 효과에 대한 의문과 우려를 제기했다. 외국 금융기관이 당국의 기대만큼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아 외환 수요 흡수 효과가 낮을 수 있고, 외환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보다 많은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성희 국민은행 채권운용본부장은 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 세미나’ 자유토론에서 "이번 구조 개선방안은 진일보한 방안이긴 하지만 외환시장 종사자들은 우리나라 외환시장이 이미 100%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가 열려 있기 때문"이라며 "인가 받은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RFI, Registered Foreign Institution)를 만들어도 본격적으로 현물환 수요로 흡수될지는 좀 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NDF는 달러 계정만 있으면 돼 현물 거래보다 편리한 데다, RFI는 의무 확약까지 해야 해 외국 금융기관들의 현물환 실수요가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영선 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운용섹션장은 "내년 7월 이후 구조 개선방안이 시행되면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는 흥행에 실패하는 것이다. 열어놨는데 외국 금융기관들이 들어오지 않고, 시장 유동성은 없게 되는 것"이라며 "외환시장 개방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줄이려면 원/달러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하는 시장 참여자들이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해야 야간시간대 현물환시장 호가가 경쟁력을 가져 NDF 시장 참여 고객들도 유입될 수 있고, 시장 쏠림이 나타날 때도 유동성을 적절히 공급해 변동성을 완화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오종욱 JP모간 서울지점장은 "10년 전쯤 투자자들을 초청해 국내 투어를 할 때는 30명 정도 모여 다니곤 했는데 최근 했을 때는 4명이 왔다"며 "과거에는 원화 변동성 자체가 컸었지만 점점 완화되고 그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이 떨어졌다는 반증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외환시장 선진화를 위해선 더 많은 규제 완화와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오 지점장은 "외환지점 입장에서 보면 2008년 규제 받았던 부분들, 선물환, 과소자본 제재나 차입금을 많이 가져오지 못하게 하는 규제들 있었는데 자유화되고 더 많은 참여자들이 들어오면 필연적으로 차입금 등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과거 정책 목적의 규제들을 조금 완화해주는 방향으로 가면 어떨까 싶다"고 주장했다.
문 섹션장은 "딜러들이 거래할 수 있는 채널이 좀 다양화돼야 한다. 변동성이 커졌을 때는 원/달러 야간 현물화시장에서 받은 물량을 거기서 다 소화하기 힘들다"면서 "NDF 시장의 로컬(국내) 은행 접근성이 확대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최근 몇 년간 비중이 커진 개인투자자들의 외환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본부장은 "선물거래 상장지수펀드(ETF)는 거래비용이 비싸고 개인 비중이 크다. 개인은 달러를 팔 수 없고 살 수밖에 없다"며 "환 투기가 아니라 개인들이 외환시장의 펌프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개인 거래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외환 선진화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외환시장 개방으로 필요해지는 인력과 시스템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문 섹션장은 "인력과 인프라 정비가 필요한데 플랫폼 개발은 시행 시기까지 어느 정도 마무리될 것 같지만 인력 부분은 대부분 은행들이 걱정하고 있다"며 "국내 은행은 외국계 은행보다 해외 지점의 역량이 떨어지고, 야간시간대 서울 딜링룸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인력 부족에 대비하겠지만 당국과도 소통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오 지점장은 "현물시장이 개방된다고 하면 외환 트레이딩을 하는 딜러가 싱가포르에 가서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할지 고민"이라며 "딜러 개개인 차원에선 유동성을 국내에서 접근하는 것과 해외에서 접근하는 것에 굉장히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금융당국 측은 지속적으로 시장의 목소리를 듣고 제도 개선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오금화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외환시장이 개방돼도 원화 거래의 중심은 당연히 국내 기관들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RFI가 들어오게 되는데 새로운 제도가 논의돼야 한다. 당국은 개선이 원활히 추진되도록 시장 참여자들과 계속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지영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도 "유동성이 확보돼서 이 시장이 정착될 수 있도록 계속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국내 금융회사들이 네트워크 역량을 갖출 수 있을지와 기존 규제들을 재정비하는 부분 등은 고민해야 할 이슈"라고 말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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