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카잔차키스가 걸렸던 그 병…노인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 새 지평 연다”
이런 급성골수성백혈병을 겪고 있는 노인 환자에게 희망이 될 만한 새로운 치료법에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됐다. 8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혈액병원 혈액내과 조병식(교신저자)·곽대훈(제1저자) 교수팀은 백혈병 신약 베네토클락스와 항암제 데시타빈의 병합치료요법 효과를 입증하고 논문을 게재했다. 논문은 네이처 출판 그룹의 국제학술지인 ‘Blood cancer journal’에 지난해 12월 19일 올라갔다.
제목은 ‘노인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에서 데시타빈 단독 치료와 데시타빈과 베네토클락스 병합치료 효과에 대한 성향점수 매칭 코호트에서의 비교’다. 고령 백혈병 환자는 전신수행능력이 떨어져 치료의 선택지가 적다. 젊은 환자들이 받는 표준 항암치료나 조혈모세포 이식에 부적합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앙 생존기간이 10개월 미만에 달해 예후가 좋지 않았다. 중앙 생존기간이란 병의 진단 날짜로부터 환자군의 절반이 살아 있는 시간의 길이를 말한다.
조병식·곽대훈 교수팀이 입증한 병합치료요법은 노인 급성백혈병 치료에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보인다. 이 치료법은 BCL-2를 억제하는 표적치료제인 베네토클락스와 메틸화 억제제를 병합 치료하는 방법이다. BCL-2는 세포의 자연사를 억제해 암세포 증식에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메틸화 억제제는 종양의 발달 및 진행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메틸화를 억제한다.
이번에 연구팀이 입증한 치료요법은 국내에서 많이 쓰이는 메틸화 억제제인 데시타빈과 베네토클락스 병합요법에 대한 효과다. 그간 미국 등 해외에서는 메틸화 억제제 중 아자시티딘과 베네토클락스를 병합한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해 국내에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2013년부터 2021년까지 데시타빈 단독 혹은 데시타빈과 베네토클락스 병합 요법을 이용해 치료받은 65세 이상 고령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 304명을 대상으로 치료 효과를 비교했다. 연구 결과 병합요법의 효과가 단독치료보다 우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데시타빈과 베네토클락스 병합치료군의 중앙 생존기간은 13.4개월이었다. 데시타빈 단독 치료 환자군의 중앙 생존기간은 8.3개월에 불과했다.
특히 병합요법군에서 형태학적으로 백혈병 세포가 검출되지 않는 수준 이상의 반응률은 70.3%에 달했다. 데시타빈 단독치료(24.3%)보다 뛰어난 효과다.
또 병합요법을 받은 환자의 약 30%가 성공적으로 백혈병 세포를 제거한 뒤 동종 조혈모세포이식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식 후 1년 이상 생존률은 80%에 이르렀다.
곽대훈 임상강사는 “본 연구는 데시타빈과 베네토클락스 병합요법의 효과를 데시타빈 단독치료와 직접 비교한 최초의 연구라는데 의의가 있다”며 “데시타빈과 베네토클락스 병합치료는 데시타빈 단독치료대비 뛰어난 치료 효과를 보였으며, 이는 아자시티딘과 베네토클락스 병합치료와 비견할만 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환자의 급성 골수성 백혈병 세부 타입, 유전자 돌연변이와 상관 없이 데시타빈과 베네토클락스 병합요법의 효과가 아자시티딘과 베네토클락스 병합요법과 비슷함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조병식 교수는 “연구의 또다른 중요한 점은 실제 환자들에서 메틸화 억제제와 베네토클락스의 병합 요법을 통해 성공적으로 조혈모세포 이식까지 유도함으로써 노인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에서 치료의 새로운 지평이 열렸음을 확인한 것” 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논문은 포항공대 생물학 연구정보센터(BRIC)에서 소개하는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한빛사)에도 선정됐다. 한빛사는 생명과학분야 학술지 중 인용지수가 10 이상인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저자를 선정해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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