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시리아 지진, 왜 피해 크나…전문가들 분석 보니

윤태희 2023. 2. 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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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나우뉴스]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왜 피해 크나…전문가들 분석 보니 / 사진=6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카흐라만마라슈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건물이 파손되고 붕괴된 모습이 일반적으로 보여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6일(현지시간)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해 4300명 이상이 숨지고 1만 9000여 명이 다쳤다. 지진의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는 진원까지 깊이가 18㎞로 얕은 편이라는 점과 해당 지역에서 근 200년간 큰 지진이 일어나지 않아 에너지가 축적됐다는 점이 꼽힌다. 여기에 10년 이상 시리아 내전으로 대다수 건물의 상태가 좋지 않고, 지진이 새벽에 발생해 대피가 어려웠던 점도 피해를 키웠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17분 튀르키예 남부 도시 가지안테프에서 약 33㎞ 떨어진 내륙, 지하 18㎞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했고, 약 9시간 뒤인 오후 1시24분 카흐라만마라슈 북동쪽 59㎞ 지점에서 규모 7.5의 여진이 뒤따랐다. 첫 지진 후 여진이 120차례 넘게 발생하면서 남부 인접국 시리아에서도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 가지안테프는 튀르키예에서 여섯 번째로 큰 도시로 인구 213만 명이 거주한다. 지금까지 양국에서 확인된 사망자 수는 최소 4372명, 부상자 수는 1만 9365명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은 1939년 3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튀르키예 역사상 최악의 지진과 동일한 규모”라고 설명했다.

튀르키예는 세계에서 가장 지진이 활발하게 발생하는 지역 중 한곳이다. 아나톨리아 지각판, 유라시아 판, 아라비아 판, 아프리카 판이 만나는 지점에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지진은 아라비아 판이 북쪽으로 이동하며 아나톨리아 판과 충돌하며 발생했다.

지진이 발생한 지역은 대표적인 주향이동단층(스트라이크-슬립 단층)인 동아나톨리아 단층에 있다. 주향이동단층은 단층의 상반과 하반이 단층면을 따라 수평으로 이동하는 단층으로, 같은 규모의 지진이더라도 단층이 수직으로 이동하는 역단층·정단층일 경우 피해가 훨씬 커질 수 있다.

200년간 에너지 축적

동아나톨리아 단층은 최근 지진 활동 없이 비교적 잠잠했다.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축적했다는 뜻이다. 로저 머슨 영국 지질조사국(BGS) 명예 연구원은 “동아나톨리아 단층은 200년 넘게 진도 7 이상의 지진이 없었다. 지진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번 지진을 1822년 8월13일 같은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7.4의 지진과 비교했다. 당시 지진으로는 약 2만 명이 숨졌다. 그러면서 “마지막 대지진 이후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기에 상당히 많은 양의 에너지가 축적됐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애나 포어 워커 영국 런던대(UCL) 런던 위험·재해감소연구소 소장도 “2016년 이탈리아 중부를 강타해 300명이 숨진 규모 6.2의 지진과 비교했을 때 이번 지진은 250배나 많은 에너지를 방출했다”고 설명했다.

진원 깊이 비교적 얕아

6일(현지시간)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한 튀르키예 하타이에서 한 경찰관이 동료들과 함께 건물 잔해에서 구조한 딸을 안고 있다. 지진 발생 하루 만에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사망자 수가 4000명을 넘어서는 가운데 여진이 잇따르며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2023.02.07 / 사진=AFP 연합뉴스

과학자들은 진원 깊이가 비교적 얕았다는 점이 피해를 키웠다고 입을 모은다. 데이비드 로서리 영국 개방대 교수는 “지면의 흔들림은 진앙이 더 깊은 같은 규모의 지진보다 심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크리스 엘더스 호주 커틴대 교수도 “18㎞는 매우 깊어 보이지만, 지진에 의해 방출된 에너지는 지각 깊숙이 있을 때보다 훨씬 더 큰 강도로 표면에 아주 가깝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네팔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지진도 진원 깊이가 11㎞로 지표면에 가까웠다. 당시 지진은 약 900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건물 튼튼하지 못해

6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부 아다나에서 실종자 수색에 나선 시민들이 강진으로 붕괴한 건물 잔해를 들어올리고 있다. 이날 튀르키예에서는 규모 7.8, 7.5의 강진이 잇따라 발생하고 80여 차례 여진이 일어나 건물 5600여 채가 붕괴했다. 시리아와 국경을 맞댄 지역에서 일어난 이번 지진으로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현재까지 약 3500명이 사망했다. 2023.02.07 / 사진=AP 연합뉴스

건물이 튼튼하지 못한 점도 대규모 인명 피해의 배경이다. 영국 화산학자인 카르멘 솔라나 포츠머스대 부교수는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의 내진 기반 시설은 수준이 일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200년 넘게 주요 지진이나 경고 신호가 없어 대비가 잘 돼 있지 않았다.

시리아의 오랜 내전도 지진 피해를 키운 한 배경으로 보인다. 빌 맥과이어 UCL 교수는 “시리아에서는 이미 10년 이상 전쟁으로 인해 많은 건물들이 구조적으로 손상된 상태로 약해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튀르키예와 접경지인 시리아 북부에는 내전을 피해 이주해온 난민들이 머물고 있다. 건물들이 낡은 데다 지진 발생 시 취약할 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여진 계속

튀르키예에서 규모 7.8과 7.5의 강진이 잇따라 발생한 6일(현지시간)인접한 시리아 알레포주 아프린시 잔다리스의 붕괴한 건물 잔해에서 시민들이 다친 여자아이를 구조하고 있다. 아프린시는 시리아 반군이 장악한 곳이다. 시리아와 국경을 맞댄 지역에서 일어난 이번 강진으로 지금까지 두 나라에서 약 3500명이 숨졌다. 2023.02.07 / 사진=AFP 연합뉴스

여진이 계속되며 인명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우려도 있다. 머슨 연구원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여진)은 이웃 단층으로 퍼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지진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1822년 지진 당시에도 여진은 이듬해까지 계속됐다. 엘더스 교수도 “여진은 큰 단층선을 따라 약 100~200㎞ 떨어진 곳에서도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추운 날씨

6일(현지시간) 지진으로 무너진 튀르키예 남동부 디야르바크르의 한 건물에서 사람들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이날 오전 튀르키예에서 규모 7.8 강진이 발생해 튀르키예와 인접국 시리아에서 현재까지 1300명 이상이 숨졌다. 2023.02.06 / 사진=AFP 연합뉴스

추운 날씨 탓에 구조 작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진앙 주변의 한낮 최고 기온은 3~4도다. 기온은 앞으로 더 떨어져 7일 아침까지 영하를 맴돌 것으로 예상된다. 시리아 미국 의료협회(SAMS)의 중동 지역 책임자인 마젠 키와라는 “지금 우리는 악천후와 무너진 건물, 손상된 병원 외에도 위기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머슨 연구원도 “추운 겨울 날씨는 잔해 속에 갇힌 사람들이 생존할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희생자가 수천 명에 달할 수도, 수만 명에 달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지진으로 인한 희생자가 1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캐서린 스몰우드 세계보건기구(WHO) 유럽 비상사태 담당관은 “추가 붕괴 가능성이 있어 인명 피해가 초기 수치보다 8배 증가하는 것을 자주 본다. 다음 주 사망자, 부상자가 초기 보고보다 상당히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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