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기의 과학카페] 해조류, 탄소제로 게임에 구원투수 될까

강석기 과학 칼럼니스트 입력 2023. 2. 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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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인류는 1만여 년 전부터 수렵채집 생활을 버리고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지만 엄밀히 말하면 수렵채집의 비율이 줄어든 것일 뿐 사라진 것은 아니다. 특히 밥과 반찬으로 이뤄진 우리나라 식단에서는 채집으로 얻은 다양한 식재료가 여전히 쓰이고 있다. 산나물비빔밥 집에서 나오는 나물들을 보며 ‘여기서 뭐가 참나물일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바닷가도 즐겨 찾는 채집 장소이고 여기서 구해 먹는 해조류도 무척 다양하다. 요즘은 대부분 양식인 미역과 김을 비롯해 다시마, 톳, 파래, 매생이에 바닷가를 여행하다 식당에 들어가면 ‘저런 것도 먹나?’라고 고개를 갸웃하는 이름도 모르는 해조류도 많다. 

해조류를 seaweed(바다잡초)라고 부를 정도로 사람이 먹을거리라고 생각하지 않는 서구인들은 해조류를 즐겨 먹는 동아시아인들을 이상하게 바라봤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시각이 많이 바뀌어 건강식품으로 여기고 특히 김은 간식으로 먹기도 한다지만 여전히 지구촌 사람들의 평균 해조류 섭취량은 미미하다.

한편 오늘날 해조류의 상당량은 식품이나 화장품 등 여러 제품의 원료를 만드는 데 쓰이고 있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서 대규모로 양식하는 홍조류인 유케우마에서 추출하는 점성이 있는 다당류인 카라기닌이 대표적인 예다. 우리나라에서도 자라는 우뭇가사리를 비롯한 여러 홍조류에서 추출하는 한천도 비슷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해조류가 새로운 용도로 주목받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파국으로 가는 걸 막기 위한 해결책인 탄소 순배출 제로 목표를 이루는 데 큰 몫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무를 심는 것과 비교해보면 성장(생체량 증가)이 더 빠르고 물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수십 년 동안 회수한 이산화탄소가 산불로 하루아침에 대기로 돌아갈 위험성도 없다.

해조류는 갈조류, 녹조류, 홍조류로 나뉘는데 갈조류와 홍조류가 주로 양식되면서 특정 지역에서 식재료로 쓰이거나 식품, 화장품, 의약품의 원료로 쓰인다. 식품, 사료, 비료, 연료(energy) 등 경제적 가치가 낮은 분야에서는 외면 받아온 해조류가 최근 기후변화 위기를 받아 구원투수로 떠오르고 있다. 환경과학 및 바이오테크놀로지 리뷰 제공

● 사료첨가물이 효과 커

올해 들어서도 관련 연구들이 잇달아 발표되고 있는데 학술지 ‘네이처 지속가능성’ 1월호에 실린 퀸즐랜드대 등 호주 공동 연구팀의 논문이 특히 흥미롭다. 연구자들은 오늘날 상업적으로 양식하는 주요 해조류 34종을 대상으로 잠재력을 평가했는데 한편으로는 너무 이상적인 비전이 아닐까 생각되면서도 달리 생각하면 ‘왜 빨리 실행하지 않나?’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놀라운 측면도 있다.

주요 해조류 34종 가운데 하나라도 자랄 수 있는 바다(feasible)와 양식이 가능한(suitable) 바다 분포를 보여주는 지도다. 양식이 가능한 면적인 약 6억5000만 헥타르 가운데 우리나라는 약 800만 헥타르로 육지 면적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넓은 편이다. 네이처 지속가능성 제공

먼저 이들 해조류를 양식할 수 있는 조건(수심 200m 미만 등)을 갖춘 바다의 면적은 6억5000만 헥타르로 전체 바다 면적의 1.8%에 이른다. 얼마 안 되는 것 같지만 우리나라 면적의 60배가 넘는다. 나라별로 보면 1억 헥타르가 넘는 인도네시아가 가장 넓고 논문 저자들의 나라인 호주가 7000만 헥타르로 뒤를 잇고 있다.

섬나라이면서 이미 해조류 양식을 꽤 하고 있는 일본은 뜻밖에도 900만 헥타르가 채 안 돼 바로 뒤인 우리나라와 별 차이가 없다.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에서는 입지 조건이 열악한 우리나라가 해조류 양식에서는 세계 20위 안에 드니 반갑다.

연구자들은 다섯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해 이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했다. 각 시나리오를 보면 2050년을 목표로 ‘식량’은 섭취 칼로리의 10%를 해조류에서 얻는다는 계획이고 ‘사료’는 가축 섭취 칼로리의 10%를 맡고 ‘연료’는 바이오연료의 50%를 해조류에서 만들고 ‘모두’는 위의 세 가지가 모두 실현된 경우다. 끝으로 ‘아스파(Aspa)’는 소처럼 되새김질하는 가축의 사료에 특정 해조류를 0.5% 첨가한 경우다. 그 결과 메탄 생성을 68% 억제하고 사료 전환 효율을 14% 높일 수 있다.

해조류 활용 시나리오별 온실가스 흡수량(이산화탄소 환산량)을 보여주는 그래프다. 위부터 식량, 사료, 연료, 모두, 아스파 순서다. 네이처 지속가능성 제공

이들 시나리오가 실현되는 데 필요한 면적은 1억 헥타르가 조금 넘어 해조류 양식 조건이 맞는 면적의 5분의 1 수준이다.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부수적으로 농지 1억5000만 헥타르를 자연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식량과 사료, 연료작물 재배 수요가 그만큼 줄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대 관심사인 온실가스 감축량을 보면 아스파 시나리오가 연간 26억 톤(이산화탄소 환산량 기준)이나 된다. 지구촌 되새김질 가축의 사료에 0.5% 수준으로 첨가할 해조류를 양식하는데 필요한 바다 면적이 100만 헥타르가 채 안 되는 걸 생각하면 엄청난 효과다. 반면 ‘모두’ 시나리오의 감축량은 13억 톤으로 절반이다. 아스파 시나리오를 충족하는 데 필요한 해조류 양식 면적은 모두 시나리오의 1%가 채 안 되는데 감축량 기여도는 두 배나 되니 이게 뭔가 싶다.

아스파는 홍조류인 아스파라곱시스속(Asparagopsis)의 약자로 이들 해조류에는 할로겐화된 메탄 유사물이 많이 들어있다. 메탄(CH4)의 수소 대신 염소, 브롬 등이 붙은 화합물로, 해조류가 자신을 지키려고 만든다.

그런데 이 물질이 포함된 해조류 분말을 사료에 더해 먹이면 장내 메탄생성 미생물이 메탄을 만드는 과정을 방해해 트림이나 방귀로 나오는 메탄이 크게 줄어든다.

뿐만 아니라 메탄으로 바뀌지 못한 대사물을 다른 미생물이 분해하고 이때 나온 에너지의 일부를 가축이 회수하면서 사료 전환 효율이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 ‘이렇게 좋은 걸 왜 아직 안 쓰고 있지?’ 이런 의문이 들 텐데 안 그래도 호주, 미국 등 대규모 축산을 하는 나라들에서 최근 많은 연구가 진행됐고 첨가 사료를 먹은 가축에서 특별한 부작용이나 육질, 풍미 등 상품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없는 것으로 밝혀져 여러 기업이 상업화에 뛰어들고 있다.

다만 논문에서는 두 가지 측면을 우려하고 있다. 먼저 아스파라곱시스속 해조류가 생존력이 강한 외래종이라 자칫 잘못하면 양식 과정에서 빠져나가 주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할 위험성이 있다. 이미 자라고 있는 지역에서 양식해야 하는 제한 조건이 있는 셈이다. 

다음은 해조류 첨가물로 사료 전환 효율이 높아지면서 고깃값이 떨어져 사람들이 고기를 더 먹게 되면서 감축 효과가 일부 상쇄되는 문제다. 별걱정을 다한다 싶지만, 전기 전환 효율이 높은 LED 조명으로 바뀌면서 조명 설치가 급증해 빛공해가 심해진 걸 보면 그럴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식량’ 시나리오처럼 인류가 섭취하는 칼로리의 10%를 해조류로 충당하는 게 가능할까. 우리나라나 일본처럼 해조류를 즐겨 먹는 나라조차 전체 칼로리 섭취량의 2%가 안 되고 지구촌 전체로 보면 지금의 100배 수준으로 높여야 하니 말이다. 해조류는 종마다 특유의 풍미와 식감이 있어 어릴 때부터 접하지 않으면 거부감이 들기 마련이다. 따라서 해조류를 재료로 쓴 새로운 메뉴 개발과 함께 해조류에 풍부한 단백질이나 다당류를 추출해 대체육 등 다양한 가공식품에 주요 원료로 쓰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해야 해조류의 칼로리 기여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홍조류인 아스파라곱시스속 해조류에는 할로겐화 메탄 화합물이 많이 들어있다. 이들 해조류 분말을 첨가한 사료를 먹은 되새김질 가축의 장에서 메탄 생성이 억제되면서 사료 전환 효율이 올라간다. 최근 논문에 따르면 첨가 사료로 되새김질 가축을 키우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연간 26억 톤이나 줄일 수 있다. greenergrazing 제공

탄소 흡수원이긴 하지만...

한편 학술지 ‘네이처 식물’ 1월호에도 해조류 양식과 관련한 사설과 논문이 실렸다. 먼저 사설을 보면 앞서 논문에서 다룬 식량과 연료 측면에 더해 비료의 가능성을 얘기하고 있고 아울러 같은 호 논문에서 분석한 탄소 저장 수단으로서의 경제성도 언급하고 있다.

사설에 따르면 과거에는 해안이 있는 많은 나라에서 해조류를 천연비료로 썼다고 한다. 해조류에는 질소와 인은 물론 각종 미네랄도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20세기 들어 화학비료가 개발되면서 생산과 수송 비용에서 경쟁이 안 되는 해조류 비료가 밀려났다. 과유불급이라고 화학비료를 지나치게 쓰면서 작물에 흡수되지 못한 질소와 인이 바다로 흘러들어와 부영양화가 일어나면서 해조류가 급격히 자라 해안 생태계가 교란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따라서 비료용 해조류 양식은 부영양화된 생태계를 회복하고 동시에 화학비료를 대체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해조류는 그 자체가 탄소 흡수원(carbon sink)으로 주목받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해조류는 성장이 빠른데 특히 갈조류가 두드러져 종에 따라서는 하루에 50㎝를 자라기도 한다. 따라서 바다 위에 구조물을 설치해 이런 해조류를 키운 뒤 잘라 바다 밑으로 가라앉히면 수십~수백 년 동안은 탄소를 포획해 격리하는 효과가 있다. 학술지 같은 호에 실린 논문에서는 이 방법의 경제적, 물리적 한계를 분석하고 있다.

2100년까지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막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앞둔 시점에서 해조류를 탄소 흡수원으로 쓰는 건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꽤 효과적인 방법처럼 보인다. 그런데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1월 3일자에는 해조류의 탄소 흡수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바다 밑 퇴적층에 사는 미생물 가운데 메탄생성 고세균이 가라앉은 해조류 유기물을 분해할 때 나오는 메탄이 대기로 빠져나가면서 해조류 탄소 격리 효과의 3분의 1을 상쇄시킨다는 것이다. 

절대량으로 보면 미미하지만, 메탄의 온실가스 효과가 탄소의 45배나 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역에 따라서는 발생한 메탄의 이산화탄소 환산량이 포획한 이산화탄소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 따라서 탄소 흡수원 용도로 해조류 양식을 계획할 때는 주변 바다밑 퇴적층 환경을 조사해 상쇄 효과를 잘 살펴야 한다.

수년 전 완도를 여행할 때 그림처럼 펼쳐진 해조류 양식장의 풍경에 감탄한 기억이 난다. 최근 K푸드가 인기가 많다는데, 해조류가 뜨면 한층 더 세계의 주목을 받지 않을까. 

※ 필자소개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고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직접 쓴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7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가 있다. 번역서로는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을 썼다.

[강석기 과학 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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