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레인저·GMC 시에라… 국내서 맞붙는 美 픽업트럭

대표적인 미국 자동차 기업인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가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서 격돌한다. 픽업트럭은 땅이 넓은 미국을 대표하는 차종이다.

GM 한국사업장(한국지엠)은 7일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GMC 시에라 출시 행사를 열었다. 시에라는 GM 산하 픽업트럭·스포츠유틸리티차(SUV) 브랜드 GMC가 국내에 내놓는 첫 번째 차량이다. 차체가 큰 픽업트럭 중에서도 가장 덩치가 큰 대형 픽업트럭이다. 전장(차 길이) 5890㎜, 전폭(차의 폭) 2065㎜, 전고(차 높이) 1950㎜다. 작년에 미국에서 24만1522대가 팔려 미국 내 대형 픽업트럭 판매량 4위를 기록했다. 1위는 포드 F시리즈(65만3957대), 2위는 쉐보레 실버라도(52만3249대), 3위는 램 픽업(46만8344대)이었다.

그래픽=손민균

시에라는 2.7리터(ℓ)부터 6.6리터까지 가솔린과 디젤의 다양한 파워트레인으로 생산되는데, 국내에는 6.2리터 V8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최고가 드날리 트림 단일 모델로 출시된다. 10단 자동변속기와의 조합으로 최고 출력 426마력, 최대 토크 63.6㎏·m의 성능을 낸다. 복합 연비는 리터당 6.9㎞다. 가격은 9330만원인데, 국내 출시를 기념해 디자인을 일부 특화한 드날리-X 스페셜 에디션 모델은 9500만원이다.

GM 한국사업장은 국내에서 틈새시장으로 꼽히는 픽업트럭 시장에서 고가 전략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을 꺼내 들었다. 국내 픽업트럭 판매량은 작년 2만9685대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 칸, 쉐보레 콜로라도 등 저가 준대형 픽업트럭 모델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시에라는 대형 픽업트럭인 데다 가격도 1억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여서 사실상 신시장을 개척하는 숙제를 안았다.

카를로스 미네르트 한국지엠 영업·서비스 부문 부사장은 시에라 판매에 대해 “굉장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정윤 한국지엠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국내 핵심 수요층을 40대·50대 성공한 전문직·사업가 남성으로 설정했다며 “픽업트럭에 대한 이미지가 미국과 한국이 다른데, 시에라를 통해 변화를 만들고자 하이엔드(초고가) 픽업트럭을 국내에 출시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판매량이 매년 감소 중인 포드도 올해 픽업트럭을 통해 반등을 노린다. 포드는 지난달부터 픽업트럭 레인저의 사전계약을 시작했다. 포드 레인저는 전장 5370㎜, 전폭 1920㎜, 전고 1885㎜다. 시에라보다 한 차급 낮지만, 국내에선 픽업트럭 시장 규모가 작아 함께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레인저는 작년에 미국에선 5만7005대가 판매돼 도요타 타코마(23만7323대), 쉐보레 콜로라도(8만9197대), 지프 글래디에이터(7만7855대), 닛산 프론티어(7만6183대)에 이어 판매량 5위를 기록했다.

포드 레인저는 2.0리터 디젤엔진을 탑재했다. 10단 자동변속기와의 조합으로 최고 출력 205마력, 최대 토크 51.0㎏·m의 성능을 발휘한다. 복합 연비는 리터당 10.1㎞이고, 판매 가격은 6350만원(와일드트랙 트림), 7990만원(랩터 트림)이다.

포드 레인저는 2021년 국내에서 985대가 팔렸으나, 작년엔 618대로 판매량이 줄었다. 신차 효과로 포드 판매량을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포드의 국내 총 판매량은 2018년 1만1586대에서 매년 감소해 작년엔 5300대에 불과했다.

픽업트럭은 과거 짐차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최근에는 차박(차에서 숙박)과 캠핑 열풍을 타고 국내에서도 매력적인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내년 기아 모하비 픽업트럭을 양산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국내에서 픽업트럭을 판매하지 않는데, 북미에선 2021년 투싼을 기반으로 한 픽업트럭 싼타크루즈를 출시해 판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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