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개방···정부는 환율 안정 기대하지만 ‘외국인 놀이터’ 우려도

이윤주 기자 2023. 2. 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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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 세미나에 참석한 패널들이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정부가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국내 외환시장을 대외에 개방하고, 외환 거래 시간도 대폭 연장하기로 하면서 다양한 시장 참가자가 늘어나고 거래량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국제금융 펀드의 투자기준이 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네셔널(MSCI)선진국지수나 세계3대지수 중 하나인 세계국채지수(WGBI)편입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MSCI와 WGBI는 외국인의 투자접근성을 높여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같은 개방조치가 국내 외환시장이 선진금융기법을 앞세운 외국 자본의 놀이터로 변질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와 제도 시행 이전까지 면밀한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의 골자는 일정 요건을 갖춰 정부의 인가를 외국 금융기관(RFI)에 대해 국내 은행 간 시장(국내 외환시장) 참여를 허용하고, 개장 시간도 오전 9시∼익일 오전 2시로 연장하는 것이다.

송대근 한은 외환업무부장은 “역외에서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경로가 생기다 보니 국내 원화 자산에 대한 투자수요가 커지고, 거래도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수요도 어느 정도 국내 외환시장으로 흡수되면 거래량과 거래 참여 기관 수 모두 현재보다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한은은 다양한 참가자가 들어와 거래량이 늘어나면 환율의 변동성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환당국은 부인하고 있지만 MSCI 선진국지수와 WGBI 편입 위한 초석이라는 분석도 시장에서는 나온다. 정부는 2008년부터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WGBI는 지난해 9월 WGBI관찰대상국에 올라 조만간 편입여부가 확정된다. 지난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국내 자본시장제도를 국제 기준에 부합하도록 획기적으로 개선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국내 외환시장이 경제규모에 비해 민감했다는 점을 들어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특히 유동성이 적은 야간이나 새벽에 역외 기관이 움직이는 등의 상황이 발생하면 시장이 출렁이면서 쏠림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문영선 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운용섹션장은 이날 세미나 종합토론에서 “외환시장 개방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줄이려면, 원·달러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하는 시장 참여자들이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렇게 해야 야간시간대 현물환시장 호가가 경쟁력을 가져 NDF 시장 참여 고객도 유입될 수 있고, 시장 쏠림이 나타날 때도 변동성을 축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성희 KB국민은행 채권운용본부장은 “RFI의 외환시장 참여가 현물화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NDF는 차액만 결제해도 되고 달러 계좌만 있어도 돼 거래가 편리한 측면이 있는데, RFI에 엄격한 의무 확약을 받으면 그냥 NDF 거래를 하려는 곳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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