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와 이용규, 이종욱, 고영민…그때도 ‘속도’로 일본을 잡았다

안승호 기자 2023. 2. 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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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최지훈. 정지윤 선임기자



#장면 1: 2008년 베이징올림픽 예선 일본전 9회초, 한국은 3-2로 전세를 뒤집은 뒤 이종욱의 기습번트로 1점을 더 보태 4-2로 달아났다. 곧바로 이종욱은 2루를 훔쳤는데, 당황한 일본 포수 아베 신노스케의 송구가 ‘중전안타’로 빠지며 다시 추가점으로 연결됐다.

#장면 2: 2008년 베이징올림픽 준결승 일본전 7회말, 1-2로 추격 중이던 한국은 1사 뒤 이대호가 볼넷을 얻어 나가자 대주자 정근우를 기용했다. 고영민의 안타로 이어진 1사 1·2루에서 이진영의 우전적시타가 나왔다. 그러나 우익수 이나바 아츠노리가 전진수비를 하고 있던 데다 타구가 짧아 홈인이 불투명한 상황, 정근우는 절정의 스피드로 3루를 돈 뒤 지금도 한일전 하이라이트에서 자주 나오는 명품 슬라이딩으로 홈을 스치듯 지나가며 동점을 밟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이 열릴 즈음은, 한일야구가 대등한 수준에서 경합을 할 때였다. 류현진과 김광현 같은 빼어난 좌완투수가 가세해 투수진의 변화가 생기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속도전’에서 일본에 우위를 점하던 시기였다.

2007년부터 3~4년간은 한국야구에 ‘속도 혁명’이 불어닥친 시간이었다. 이는 도루하는 스피드만은 아니었다. 외야에서의 중계플레이를 포함한 수비에서의 작은 움직임부터 플레이 하나하나에 속도가 붙었다. 당시에는 김성근 감독의 SK가 속도 야구에 불을 붙였고, 김경문 감독의 두산이 ‘육상부’라는 타이틀로 맞불을 놨다. 두 팀은 한국야구 트렌드를 바꿨다. 또 당시 대표팀에는 정근우, 이용규, 이종욱, 고영민 같은 빠른 선수들이 즐비했다.

2009 WBC 대표팀의 정근우. 경향신문 DB



2010년대 이후로 한국야구는 ‘속도전’에서 ‘파워게임’으로 상당 부분 변모했다. 국제 경쟁력에서는 다시 한번 점검이 필요한 가운데 2023년 WBC에 나서는 한국 대표팀의 면면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6일 지난해 말 수술 이력이 있는 최지만이 소속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반대로 대표팀 합류가 불발되며 최지훈(SSG)이 가세한 것이 눈에 띈다.

최지훈은 지난해 도루 31개를 기록한 발 빠른 외야수다. 대주자, 대수비로 속도 싸움을 하는데 여러모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번 대표팀 구성에서는 다소 약점으로 보이는 부문이기도 했다. 지난 시즌 도루 24개의 외야수 박해민(LG)과 도루 34개의 내야수 김혜성(키움) 등이 버티고 있었지만, 속도를 경기를 풀어야 할 때 다양한 카드를 골라 쓰기에는 선택의 폭이 좁았다.

최지만의 이탈로 대표팀은 장기판으로 보자면 ‘포(包)’ 하나를 잃은 구도다. 그러나 그 자리를 대신해 차(車) 하나를 더 얻었다. ‘포’의 역할을 해줄 선수라면 박병호·강백호(이상 KT), 최정(SSG), 나성범(KIA), 양의지(두산) 등이 있다. 과거 대회를 보자면 어쩌면 ‘차’ 하나가 더 소중할 수도 있다. 대표팀에 속도가 더 붙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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