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올해는 ‘크립토볼’ 없다... 슈퍼볼 광고서 가상화폐 실종

뉴욕/정시행 특파원 2023. 2. 7. 14:3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FTX 파산 사태와 침체 위기 여파
작년 678억원어치 광고했던 4개 가상화폐 업체, 올해는 전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광고’로 불리는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 ‘슈퍼볼(Super Bowl)’의 올해 TV 광고에서 가상화폐 업체가 싹 사라진다. 슈퍼볼 중계방송사인 폭스 스포츠는 6일(현지시각) 오는 12일 수퍼볼 TV광고 판매를 완료한 결과, 올해는 가상화폐 업체들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매년 2월 미식축구의 최강자를 가리는 슈퍼볼은 전국민적 축제로 약 1억명이 시청한다. 하프타임과 경기 도중에 들어가는 TV 광고 역시 브랜드 홍보 효과가 최고로 꼽힌다. 지난해 기준 30초에 평균 650만달러(81억원), 1초당 21만6000달러(2억7000만원)에 이르는 광고비를 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광고주나 해당 기업의 위상을 방증하기도 한다.

2023년 미 프로축구 최강자를 가리는 슈퍼볼은 오는 12일(현지시각) 애리조나에서 필라델피아 이글스(왼쪽)와 캔자스시티 치프스(오른쪽) 간에 열린다. /AFP 연합뉴스

지난해의 경우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로 급성장한 코인거래소 FTX를 비롯해 코인베이스, 크립토닷컴, 이토로 등 가상화폐 업체 4곳이 총 5400만달러(678억원)를 들여 슈퍼볼의 노른자 광고를 차지해 ‘크립토볼(Crypto Bowl)’이란 말까지 나왔었다. 이는 암호화폐가 통화 체제의 주류로 자리잡을 정도가 됐다는 위상 변화를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닷컴 버블이 정점이던 2000년 슈퍼볼에 신생 닷컴 회사들이 22억달러 어치 슈퍼볼 광고를 쏟아내 ‘닷컴볼’에 비견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1월 FTX가 설립자 샘 뱅크먼-프리드의 사기 의혹과 함께 파산 절차에 들어갔고, 코인베이스 등 나머지 3개 업체도 연방준비제도의 긴축과 침체 우려에 따른 주가 하락과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대규모 해고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폭스에 따르면 4개사 중 2개 업체는 광고 계약 직전 단계까지 갔으나, FTX의 파산 신청 이후 업계 분위기가 악화하자 광고 계획을 모두 철회했다. CNN은 “작년 슈퍼볼이 가상화폐 업체의 커밍아웃 파티였으나 올해는 파티가 끝났다”고 했다.

FTX 파산 사태를 일으켜 사기 혐의를 받는 샘 뱅크먼-프리드가 지난 1월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 출석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올해 슈퍼볼에 암호화폐와 관련지을 수 있는 유일한 광고주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게임 개발업체 ‘리미트 브레이크’ 뿐이다. AP통신은 가상화폐 업체들이 빠진 올해 빈자리는 주류와 식품업체, 영화제작사, 자동차 회사 등 전통적인 기업들이 채울 것이라고 전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