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니 철저 조사하라” 거리로 나선 인도 야당···모디까지 향하는 비판
미국 행동주의펀드 힌덴버그 리서치가 폭로한 비리 보고서로 최대 위기를 맞은 인도 아다니 그룹 사태가 인도 정치권으로 번졌다. 화살은 아다니 그룹과 가까운 사이인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게로 향하고 있다.
인도 야당 의원 수백명이 6일(현지시간) 거리로 나와 아다니 그룹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고 로이터통신·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 집회는 금융 수도 뭄바이, 남부 도시 첸나이, 수도 뉴델리 등 전국에서 열렸다.
야당 의원들은 이 사태에 대한 비판의 칼날을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게까지 겨누고 있다. 모디 정부가 일자리와 인프라 사업을 아다니 그룹에 몰아주는 방식으로 특혜를 줬다는 취지다. 가우탐 아다니 회장은 모디 총리가 구자라트주 총리였던 시절부터 두터운 친분을 자랑했다. 아다니 회장의 자산은 모디 총리가 집권한 최근 몇 년 동안 200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회 참가자들은 인도 최대 국영은행인 스테이트뱅크오브인디아(SBI)와 생명보험공사(LIC)가 아다니 그룹에 투자한 것을 대표적인 특혜 사례로 꼽았다. 로이터에 따르면 LIC는 아다니 항구 지분 9.14%, 아다니 토탈 가스 지분 5.96%를 보유하고 있다. SBI는 전체 대출 장부의 0.9%에 해당하는 약 2700억루피(33억달러)가 아다니 그룹에 대한 대출이라고 밝혔다.
뉴델리에서는 시위대가 공중에 가짜 지폐를 뿌리며 모디 총리에 대한 비판 구호를 외쳤고, 일부는 모디 총리와 아다니 회장의 얼굴이 그려진 가방을 불태우기도 했다. 일부는 경찰 바리케이트를 무너뜨려 구금되기도 했다고 AP는 전했다.
인도 상·하원은 아다니 그룹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며 3일째 휴회를 이어갔다.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당 자이람 라메쉬 사무총장은 “수년 동안 아다니 그룹에 제기된 심각한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어떤 조치가 취해졌느냐. (아다니 그룹이) 당신(모디 총리) 밑에서 공정하고 공평한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우타르프라데시주 의회 시브 판데이 사무총장은 “정부는 아다니 그룹에 투자한 사람들이 아닌 아다니를 살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아다니 그룹의 시가총액이 1100억달러 이상 증발하면서 일반 투자자들도 큰 손실을 봤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내년 열리는 총선에서 3연임을 노리는 모디 총리의 정치적 입지를 위협할 수 있다. 다만 야당을 넘어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는 정치적 움직임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AP는 이번 시위가 “대중의 분노라기보다는 정치적 연극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 또한 “부정부패나 특혜 의혹도 모디 총리를 위협할 순 있지만, (진짜 위협은) 야당이 사람들을 거리로 동원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가 아다니 그룹을 넘어 인도 경제 전반에 영향을 끼치리란 우려도 크다. 특히 중국의 코로나19 리스크를 피해 인도로 향한 글로벌 기업과 투자자들이 이번 사태를 악재로 여기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블룸버그는 “불과 열흘 전만 해도 아다니 제국은 천하무적이었다. 그러나 이제 글로벌 성장 엔진이자 국제 투자자들의 목적지로서 인도의 신뢰성에 대해 어두운 질문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이어 “중요한 시기에 인도의 성장이 차질을 빚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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