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지진 피해 왜 컸나…허약한 내진 인프라가 피해 키워

정원식 기자 2023. 2. 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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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튀르키예 가지안테프에서 한 남성이 전날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생존자를 찾고 있다. AP연합뉴스

6일 새벽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하루 만에 4000명을 넘기는 등 피해 규모가 급속하게 커지고 있다.

이번 지진의 규모는 7.8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규모 7.8은 이전까지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지진이었던 1939년 12월 지진의 규모와 동일하다. 당시에는 3만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비슷한 규모의 지진이라고 해도 실제 일으키는 피해는 제각각이다. 2015년 4월 네팔에서 발생한 동일 규모 지진에서는 9000명이 사망했고, 2013년 9월 파키스탄 발루치스탄주에서 발생한 규모 7.7 지진은 825명의 사망자를 냈다.

이는 지진의 깊이와 지진이 일어난 지역의 인구 밀집도 및 건축 방식, 지진이 발생한 시간대 등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지진이 이렇게 큰 피해를 낸 원인은 무엇일까.

①얕은 지진 깊이, 새벽 시간대, 인구밀집 지역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의 피해가 큰 이유로 가장 먼저 지진의 깊이가 18㎞로 비교적 얕다는 점을 꼽았다. 호주 커틴대학 크리스 엘더스 교수는 알자지라에 “깊이가 얕을수록 지진에 의해 발생한 에너지가 지표면에 훨씬 더 강한 충격을 준다”고 설명했다.

또 지진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지역에 튀르키예에서 6번째로 큰 도시인 가지안테프가 포함돼 있고, 새벽 4시 무렵 지진이 발생해 다수가 잠을 자던 중 피할 새도 없이 매몰됐다는 점도 피해 규모를 키운 요인이다.

②큰 지진 없던 튀르키예 남부, 내진 설계 방심

전문가들은 지진이 강타한 지역의 건물들이 지진을 견딜 만큼 튼튼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미 지질조사국(USGS)의 구조공학자 키쇼르 자이스왈은 튀르키예 수도 이스탄불에 지어진 최신 건물들과 달리 지진이 발생한 튀르키예 남부 지역의 오래된 고층건물들은 내진 설계가 돼 있지 않다고 AP통신에 말했다.

튀르키예 정부가 2012년 펴낸 ‘국가 지진 전략 및 행동계획’에 따르면, 튀르키예는 1950년대 이후 도시화가 급격히 진전되는 과정에서 자연 재해에 취약한 부실한 건물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다. 정부는 최소 1만7000명이 사망한 1999년 지진을 겪으면서 모든 건물에 대한 내진 설계와 감리를 의무화 했으나 2000년 이후 내진 기준에 맞게 지어진 건물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특히 이번 지진이 발생한 튀르키예 남부의 경우 서부와 달리 지난 200년 동안 큰 규모의 지진을 겪은 적이 없어서 지진에 대한 대비나 경계 수준이 낮았다고 BBC는 지적했다.

게다가 내전을 겪었던 시리아 북부 지역의 경우 내진 설계는 커녕 건물들이 오랫동안 폭격과 포화에 노출되면서 지진에 더욱 취약해진 상태다.

③ 인프라·인력 부족…추운 날씨도 변수

벌써 지진이 발생한 지 24시간이 지났지만, 인프라와 인력 부족으로 구조 작업은 생각만큼 빠르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시리아는 내전으로 인해 구호 인프라도 허약한 것으로 알려져 우려를 낳고 있다. 국제 적십자·적신월연맹 메이 알 사이그 대변인은 알자지라에 “기계가 낡고 굴삭기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의료시설이 빈약해 중상자들에 대한 빠른 치료와 대처도 늦어지고 있다. 이들리브의 몇 안되는 병원 중 하나인 알시파 병원의 경우 병상 한개 당 2~3명의 환자를 수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날씨도 변수다. 튀르키예는 7일까지 영하의 온도가 유지될 전망이고, 특히 지진의 진원지인 가지안테프의 경우 최저 영하 6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잔해 밑에 깔린 채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상태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영국 포츠머스대학교 화산학자 카르멘 솔라나 교수는 “(지진 발생 후) 24시간이 생존자 구출에 중요하고 48시간이 지나면 생존자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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