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한파] ㊦ 하루아침 프로젝트 중단 통보…노사 갈등 점화

박예진 2023. 2. 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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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칼바람에 프로젝트·신사업 연이어 중단
판교역 야간 풍경 [사진=성남시]

[아이뉴스24 박예진 기자] 최근 주요 게임사가 연이은 구조조정으로 규모를 축소하면서 업계에서 노사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최근 데브시스터즈가 쿠키런 IP(지식재산권) 기반 팬 플랫폼 '마이쿠키런' 프로젝트를 중단하면서 구성원 30여 명을 대상으로 회사가 당일 해고를 통보했다는 내부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회사는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며 면담 등 재배치 과정을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입장 차는 그간 게임업계 근로 관행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환배치 과정에서도 내부 다른 프로젝트에 소속되기 위해선 면접 등을 통과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접히면 기술적인 역량이나 게임 엔진 등 여러 차이로 내부에서도 당장 투입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찾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종료 또는 팀 해체 시 의사와 관계없이 전환배치되거나 대기발령 받는 이유다. 기존 업무와 유관한 타 프로젝트가 없으면 해당 인력에겐 사실상 회사를 '나가라'는 압박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회사에서는 보통 1개월~3개월 치 급여를 주고 사실상 권고사직을 통보하는 일이 잦다. 근로자 입장에서도 회사에서 주는 돈을 받고 밖에서 다른 프로젝트를 찾는 게 빠른 경우가 많다는 판단이 들면 서로 합의하기도 한다.

김광훈 노무법인 신영 노무사는 "노동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면서 "면담 등을 통해 (기존 인력을) 이동시키려는 노력을 했다면 이는 회사의 정당한 조치고, 이후 근로자가 마땅히 갈 곳이 없어 거부하고 이로 인해 회사가 사직을 권고했는데 이 역시 싫다고 한 상황까지 갔다면 법적으로 문제되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중단 및 팀 해체 자체보다는 소통 방식이 문제였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프로젝트 중단을 통보하는 일은 상당히 회사 입장에서도 부담스럽고 조심스러운 일"이라면서 "데브시스터즈의 경우 이러한 통보 과정에서 생긴 소통 문제로 내부 직원의 불만이 터져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데브시스터즈 외에도 고용 규모를 축소하고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게임사들이 늘면서 갈등은 심화하고 있다. 최근 프로젝트 중단 등에 따른 계약해지 또는 해고 경험 사례도 대폭 늘어났다. 한국문화연구원이 조사한 2022 게임산업종사자 노동환경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계약 해지 또는 해고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전체의 7.2%로 전년 대비 4.5%p 증가했다.

사유로는 프로젝트 중단·취소 또는 종료(39.5%)가 가장 많았으며, 이어 회사 폐업(30.2%), 게임 개발·서비스 주기 변화에 따른 인력 재배치 또는 사내 조직개편(19.8%), 예산 부족에 따른 인원 감축 조정(10.5%) 순으로 나타났다.

회사 폐업으로 인한 비중이 전년(6.9%)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이는 직원의 고용 불안정성에 게임업계 전반 경영난도 작용했음을 시사한다. 실제 앞서 사업 부진으로 베스파는 전직원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고 엔픽셀과 원더피플도 구조조정 국면을 맞이한 바 있다. 엔씨소프트는 불투명한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응한다는 이유로 최근 북미법인 엔씨소프트웨스트에서 비개발 직군을 중심으로 전체 직원의 20%를 감축했다.

여기에는 신입 개발자 초봉을 5천만원까지 일괄 상향하는 등 2021년부터 시작된 연봉 인상 도미노가 부메랑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게임 업계 인사실 관계자는 "게임사 구조조정과 실적 부진 등으로 핵심 개발자들의 이력서들이 물밀듯 들어오기도 하는데, 상당히 고연봉을 요구해 난감한 경우도 있었다"면서 "게임사들이 그간 연봉 인상이라는 유인책으로 얼마나 큰 인건비를 지출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게임사의 무분별한 사세 확장 및 업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근무체계에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대박'이라는 환상을 맹목적으로 좇지 않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면서 "수익성을 위한 무분별한 사세 확장과 채용으로 개발자들을 몰아넣다가 삐끗하면 대량해고로 이어지는 악순환도 있고, 작은 회사는 하나의 게임이 성과를 못 내고 후속작 개발비를 마련하지 못하면 그냥 회사를 접어야 하는 경우도 다수"고 설명했다.

이어 "근본적으로는 국내에서 경직된 근무 구조로는 현실적으로 해결이 어렵다"면서 "할리우드식으로 프로젝트를 계약 단위로 한 유연한 근무 체계 도입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제시했다.

/박예진 기자(true.ar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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