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 “중국 최고 지도자 오판으로 정찰 풍선 사건 발생”

NYT, 前국무부 차관보 셔크 인용 보도
“과거 중국은 경제 최우선시하며 대응 유연
현재는 미국과 강대강 경쟁구도에 갇혀 있고
시진핑 집권하에서 예측 가능성도 낮아”

지난 4일 대서양 위에 떠있는 중국 정찰 풍선 아래로 제트기가 날아가는 모습. <AP연합>

미국 상공을 떠다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해안에서 격추된 중국 정찰풍선 사건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도력을 의심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 주석이 국가 주요 조직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다는 외부 이미지와는 달리, 내부 기관 간 소통과 보고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는 의미다.

6일(현지시간)뉴욕타임스는 “실수로 거기에 있었든, 아니면 군사적인 모험이었든 간에 이 비행체의 출현은 중국이 세계 강대국 지위를 탐색하는 방안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고 보도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부 차관보를 지냈던 수전 셔크는 “이 풍선은 국내외적으로 중국에 큰 피해를 줬다”면서 “(이 풍선은)시진핑의 능력과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을 강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 풍선과 이후 대응으로 미국은 예정했던 앤서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을 취소했다. 블링컨의 중국 방문이 성사됐다면 시 주석이 국가안보나 반도체 관련 미국과의 갈등을 완화하고 국내 경제 활성화에만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셔크 전 차관보는 “과거에는 중국 정부가 경제발전을 최우선에 두면서 각종 이슈에 유연하게 대응했으나, 시진핑 집권하의 지난 몇 년간은 그렇지 않았다”면서 예측가능성이 낮아져 모두가 ‘위험한 상황’이라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은 강대국 경쟁에 갇혀있고, 이 때문에 대만 해협 문제 등 군사적 돌발상황이 생길 수 있는 사안을 중국이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예측하기가 힘들어졌다는 의미다.

NYT는 이번 풍선 사건이 급작스런 제로코로나 폐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러시아와의 무제한 파트너십 체결 등을 포함한 여러 ‘명백한 오판’뒤에 발생했다고 봤다.

일각에서는 미국 고위급 방중을 앞두고 세심한 대응이 부족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테일러 프레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중국군사전문가는 “중국은 정치적 여파를 예상 못했거나 이에 무관심했을 수 있고, 아니면 외교 일정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오랫동안 계획해온 사안을 실행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 미국 국방부 관리인 드류 톰슨 싱가포르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 선임연구원은 “(풍선사건으로)중국의 의사결정에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점이 드러났다”면서 “시스템 자체의 문제라 이런 일은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중국이 민첩한 결정을 하기 어렵고, 위기가 진화하는 동안 효과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 중국과의 노력에 좋지 않은 징조“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