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 양현석 복귀-SM 이수만 퇴진, 엇갈린 1세대 오너십[SS연예프리즘]

정하은 2023. 2. 7.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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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왼쪽)와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총괄프로듀서. 제공 | SM, YG엔터테인먼트

[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철옹성 같았던 가요계 1세대 수장의 영향력이 이제 ‘오너 리스크’가 되어 돌아오고 있다. 이에 SM은 변화를, YG는 회귀를 택했다.

지금의 K팝 기반을 만든 굴지의 기업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와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가 방탄소년단(BTS)을 필두로 한 하이브의 약진에 서로 다른 회생카드를 꺼내들었다. SM은 이수만의 퇴진을, YG는 양현석의 복귀를 택했다. 이들의 엇갈린 행보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K팝 생태계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SM은 ‘이수만 없는’ SM을 선언했다. 지난 3일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는 SM 설립자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독점 프로듀싱 체제에서 벗어나 5개의 제작센터와 내·외부 레이블이 독립적으로 음악을 생산하는 ‘멀티 프로듀싱’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30년 가까이 이어온 창업주 이수만 1인 프로듀서 체제가 막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YG의 선택은 달랐다. YG의 부흥을 이끈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는 지난 2019년 버닝썬 사태를 비롯해 해외 원정 도박, 성 접대 등부터 아이콘 비아이와 관련한 마약 범죄 은폐 의혹으로 사면초가에 몰리자 그해 6월 사임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양현석은 마약 수사 무마를 위해 제보자를 협박한 혐의(보복 협박) 관련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법적 리스크를 덜어낸듯 3년 6개월 만에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복귀와 동시에 보란 듯 신인 걸그룹 베이비몬스터의 론칭도 알렸고, 연일 내리막을 걷던 YG의 주가는 새해 첫날 장에선 무려 9.58% 포인트 뛰어올랐다.

SM엔터테인먼트 CI

업계에서는 K팝 산업의 규모가 날로 커져 가는 만큼 오너 리스크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이수만과 양현석이 K팝의 성장에 있어 절대적인 역할을 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들의 이름 석자가 곧 회사의 이미지를 대표하다 보니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이제 더 이상 엔터 기업은 아티스트만 관리하는 회사가 아니다. 하이브가 IR(기업홍보)로 주주 소통을 강화하고 IP(지식재산권) 전략에 힘을 싣는 것도 국내 굴지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덩치가 커졌기 때문”이라며 “내부에서 이수만은 ‘선생님’, 양현석은 ‘회장님’으로 통한다. ‘정신적 지주’로 통솔되던 수장의 영향력은 옛말이다. 기업을 키운 오너가 되레 발목을 붙잡는 형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SM의 이수만 퇴진 결정은 뼈아픈 고찰이자 쇄신을 위한 각오다. 이수만은 H.O.T, S.E.S, 신화, 슈퍼주니어, 동방신기, 소녀시대, 엑소 등 수많은 한류스타를 발굴했고 최근까지도 NCT, 에스파 등을 통해 녹슬지 않은 혜안을 보여줬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고 SM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SM은 이수만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수년간 시달렸다. 음악 자문 명목으로 연간 100억 원이 라이크기획으로 흘러 들어갔다. 결국 SM은 지난해 10월 라이크기획과의 계약 조기 종료를 결정한데 이어 이수만과의 계약도 종료하며 대대적인 변화에 나섰다.

이수만 없는 SM과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내부의 혼란도 빚어지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이수만의 퇴진을 호재로 보고 있다. 이수만이 없는 ‘SM 3.0’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YG엔터테인먼트 CI

이는 YG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양현석은 비아이의 마약 수사를 무마하려 제보자를 협박한 혐의에 대해서 무혐의를 받았지만 이에 대해 검찰이 항소한 상황이고, 해외에서 수억 원대 도박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마약과 관련한 소속 가수들의 끊임없는 사건사고로 YG를 바라보는 시선은 갈수록 나빠졌다. 여기에 결정타를 제공한 건 버닝썬 사태였다.

곧 출소하는 빅뱅 출신 승리가 중심에 있던 버닝썬 논란의 여파로 퇴진했던 양현석이 스리슬쩍 복귀하는 모양새는 대중에게 반감을 안길 수밖에 없다. 상장 회사에서 오너 리스크 관리는 필수다. 블랙핑크의 약진과 차기 걸그룹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식이 반짝 오를 순 있지만, 오너 리스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YG의 미래를 낙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jayee21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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