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튀르키예 강진으로 수천명 사망…인도적 지원 아끼지 말아야

연합뉴스 2023. 2. 7.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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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으로 무너진 튀르키예 건물 실종자 수색 (디야르바크르[튀르키예] AFP=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지진으로 무너진 튀르키예 남동부 디야르바크르의 한 건물에서 사람들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2023.02.06 clynnkim@yna.co.kr

(서울=연합뉴스) 6일 새벽(현지시간) 튀르키예와 시리아 접경 지역을 강타한 지진으로 4천300여 명이 사망했다. 지금까지 터키에서 약 2천900명, 시리아에서 약 1천400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최종 희생자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우려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사망자가 초기 통계의 8배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튀르키예는 아랍·아프리카 대륙판과 유라시아 대륙판이 충돌하는 지점에 있어 지진이 잦은 나라이지만 이번 지진은 이례적으로 강력했다. 규모가 7.8로, 약 3만 명이 사망하는 등 터키 역사상 최악으로 기록된 1939년 지진과 같은 위력이었다. 건물이 최소 5천606채가 무너졌다는 터키 정부의 발표는 강진의 충격을 가늠케 한다. 엄청난 피해에도 규모 7.5의 지진을 포함해 수십 차례의 여진이 계속되면서 추가 붕괴에 대한 공포로 구조 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한다. 무너진 건물 더미 속에 갇힌 주민들이 영하의 강추위와 악천후를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걱정이다. 시리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피해 지역은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이 13년째 내전을 벌이는 곳으로 사회기반시설이 낙후한데다 구호의 손길도 잘 미치지 않아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인도적 비극이 발생하자 앞다퉈 지원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각각 79명으로 구성된 2개의 수색·구조팀을 급파했고,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피해 지역에 긴급 구호팀을 이미 보냈거나 보낼 예정이다.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튀르키예의 오랜 앙숙인 그리스까지도 즉각 지원을 약속했다. 우리 정부도 지원을 서두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튀르키예 형제를 도울 준비가 돼 있다"면서 군 수송기를 이용한 구조 인력 급파와 의약품 지원을 신속히 추진하는 한편 추가 지원이 필요할 경우의 대응 방안도 적극적으로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튀르키예는 6·25 전쟁 때 유엔군으로 참전한 21개국 중 하나이다. 당시 약 1만5천 명의 병력을 파견했고 이 가운데 약 1천 명이 전사했다. '형제의 나라'로 불리는 튀르키예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당연한 도리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10위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만큼 국제사회의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수행할 필요도 있다. 비단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인류애적 차원에서 큰 비극에 직면한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힘닿는 데까지 도와야 한다. 우리 정부와 민간단체들은 2008년 중국 쓰촨성 지진, 2010년 아이티 지진,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지진 등 과거 국외에서 큰 재앙이 발생했을 때도 그 나라가 잘살든 못살든, 우리와 이해관계가 있든 없든 발 벗고 지원에 나선 바 있다.

튀르키예·시리아 강진을 계기로 국내의 지진 대비 태세도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는 태평양판, 유라시아판, 필리핀판의 경계에 있는 일본 열도와 달리 유라시아판 안쪽에 있어 일본보다 지진 발생 빈도나 강도가 낮지만 그렇다고 결코 지진 안전지대는 아니다. 지난 수십 년간 통계를 보면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연평균 50회가량 보고됐고, 규모 5.0 이상의 지진도 10차례 있었다. 2016년 경주 지진과 2017년 포항 지진이 대표적이다. 한반도에서 규모 7.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나 원자력 발전소가 많은 지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조차 하기 싫다. 그런데 국내에서 내진 성능을 가진 건물의 비율은 여전히 15% 남짓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한다. 2017년 2층 이상 또는 연면적 200㎡ 이상 건축물에 대한 내진 설계가 의무화됐으나 기존 건축물에는 소급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진에 취약한 상황이다. 법적 대상이 아닌 건축물에 대해서도 내진 설계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좀 더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활성 단층에 대한 조사도 서둘러야 한다. 정부는 경주·포항 지진 이후 국내에 있는 약 450개의 활성 단층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시작해 2041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국민의 안전이 달린 문제인 만큼 예산과 인력을 조기 투입해 조사 완료 시점을 앞당길 수는 없는지도 검토해주길 바란다. 국민들이 만약의 상황에서 정보가 없거나 행동 요령을 잘 알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일이 없도록 재난 대응 체계를 수시로 다듬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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