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년간 쌓인 힘 폭발했다…3개 지각판 모인 튀르키예 “북쪽으로 수 미터 움직인 듯”

최정석 기자 2023. 2. 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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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지진, 3개 지각판 맞닿은 데서 터져
아라비아·아나톨리아판 경계면서 에너지 축적
아나톨리아판 밀리며 에너지 폭발해 지진 발생
6일(현지 시각) 구조대원들이 지진으로 붕괴한 튀르키예 남동부 디야르바크르의 한 건물에서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달 6일 오전 4시 17분쯤(현지 시각) 튀르키예 남동부 도시인 가지안테프에서 규모 7.8 강진이 발생했다. 같은 날 오후 1시 24분에는 가지안테프에서 북동쪽으로 조금 떨어진 도시 카흐라만마라슈에서도 규모 7.5 강진이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도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현재까지 4000명 가까운 사람이 숨지고 1만8000여 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밑에서 생존자 수색 작업을 진행 중인 일부 지역에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사상자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지진은 84년 전인 1939년 12월 27일 튀르키예 북동부 도시 에르진잔에서 규모 7.8 강진이 발생한 이후 가장 강력한 지진으로 기록됐다. 당시 사망자 3만3000명, 부상자 10만명이 발생했고 건물 11만6000채가 무너졌다. 이번 지진도 비슷한 규모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손민균

역대급 강진이 84년 만에 다시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튀르키예 남동쪽의 지각판 구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번에 강진이 발생한 가지안테프 인근 지역은 아나톨리아판, 아프리카판, 아라비아판 등 3개 지각판이 함께 붙어있는 지역이다. 서로 다른 지각판이 경계선을 마주하고 있는 곳은 잦은 충돌로 많은 지진이 발생한다.

이렇게 여러 지각판이 함께 붙어있는 곳 중 가장 유명한 게 일본 후지산이다. 후지산은 유라시아판, 필리핀판, 태평양판, 북아메리카판 등 거대 지각판 4개가 맞닿은 곳에 있다. 그만큼 지진도 잦고 화산이 한 번 터질 때 위력도 매우 강력하다.

이번 가지안테프 지진은 아나톨리아판과 아라비아판이 오랜 기간 힘겨루기를 한 끝에 아나톨리아판이 밀리면서 84년동안 누적된 힘이 폭발한 결과다. 최진혁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활성지구조연구센터장은 “아나톨리아판과 아라비아판의 관계는 쉽게 말해 ‘소싸움’을 벌이는 두 마리 황소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최 센터장은 “두 황소가 비슷한 힘으로 서로의 머리를 맞대고 있으면 어느 한 쪽도 밀리지 않고 가만히 있는데, 이 때가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 상황”이라며 “다만 움직임은 없을지언정 두 머리가 만나는 지점에서 힘은 모이고 있는데, 이러다 한 쪽이 밀리면 그동안 쌓인 에너지가 폭발하면서 지각판이 크게 움직이고 지진이 발생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가지안테프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 큰 지진이 있었던 건 지난 1976년 11월 무라디예에서 발생한 규모 7.5의 지진이다. 이후 약 50년간 이 지역에는 큰 지진이 없었다. 아나톨리아판과 아라비아판이 서로를 미는 에너지가 50년간 누적됐다는 것이다. 최 센터장은 “아라비아판은 아나톨리아판 방향으로 매년 약 1~1.5㎝씩 이동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가하는데, 50년간 지진이 없었다는 건 그 에너지가 그동안 쌓였다는 뜻”이라며 “단순 계산을 하면 이번 지진으로 아나톨리아판이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m가량 북쪽으로 이동했을 거라 추측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진이 비교적 얕은 곳에서 발생한 점도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지진이 땅속 깊은 곳에서 발생할수록 지표면 위에 나타나는 피해는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강한 지진이 얕은 곳에서 터지면 피해는 커지기도 한다. 이번 가지안테프 지진은 땅속 17.9㎞ 지점에서 발생했는데 규모가 7.8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얕은 곳에서 일어난 편이다. 비슷한 사례로 지난 2015년 네팔에서 발생한 규모 8.1 강진은 땅속 11㎞ 지점에서 발생해 9000명 가까운 사망자와 21500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튀르키예가 위치한 아나톨리아판은 남쪽으로 아라비아판과 아프리카판, 북쪽으로 유라시아판과 경계가 맞닿아 있다. 여기에 아나톨리아판은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아 주변 지각판이 밀어내는 힘을 온전히 흡수하기도 어려워 튀르키예는 항상 잦은 지진에 시달려왔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지진은 총 20번으로 이 중 6번을 제외하면 모두 규모가 6.0 이상이었다. 이번 가지안테프 지진을 포함해 총 4번은 규모가 7.0 이상으로 5~6년에 한 번씩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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