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노쇠 막아야 전신노쇠 막는다[지정현의 치아 건강이 100세 건강]

기자 2023. 2. 7.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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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앞에 장사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누구나 다 나이를 먹습니다. 어릴 때야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자란다는 것이지만 성장이 끝난 다음부터는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늙어간다는 것이지요. 이것이 노화(aging)입니다. 이것은 누구도 피해 갈 수 없습니다. 그런데 같은 나이에도 어떤 사람은 건강하게 혼자 힘으로 생활할 수 있는데, 어떤 사람은 스스로 움직여서 혼자 생활할 수 없기도 합니다. 이것은 노쇠(frailty)입니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영양섭취가 제대로 안 되고 질병에 의해 체력이 약해지면서 신체활동을 못 하면서 체력과 지구력, 생리적 기능이 저하돼 취약해지는 상태입니다. 노인의학에서는 노쇠를 노인증후군의 하나이자 장애 전단계로 봅니다. 노쇠 예방을 위한 7개 수칙은 회복탄력성을 높이고 구강을 건강하게 하고 다양한 식이와 금연을 하고 만성질환을 관리하고 사회참여를 잘하고 신체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입과 관련된 것이 3개나 포함됩니다. 이처럼 구강건강을 지켜서 구강노쇠(oral frailty)를 막는 것이 전신의 노쇠를 막는 아주 중요한 일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보다 빨리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경우는 1980년대 초부터 80세에도 자신의 치아를 20개 이상 가져야 한다는 ‘8020운동’이라는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치아가 20개 이상이면 먹는 것과 영양섭취에 어려움이 없다는 연구를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이 운동은 2000년 ‘8020재단’ 설립과 75세 이상 노인의 치과 무료검진 도입으로 시작돼 2016년에는 80세 이상 일본 노인의 절반이 20개 이상의 치아를 가질 정도로 효과적이었습니다.

이렇게 20개의 치아를 지켜내지 못한 경우는 씹는 기능이 떨어져서 영양섭취가 어려워지기도 하지만 외모도 달라지고 발음도 어눌해져서 의사소통이 어렵게 되면서 스스로 사회참여를 기피하게 되고 노쇠를 자초하게 됩니다. 이처럼 노년기의 금연과 구강건강 유지는 보행이나 친목 봉사 등 노인들의 건강한 사화참여와 신체활동 증진에 대한히 중요합니다. 노년기에 잔존 치아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이 저작과 영양섭취뿐 아니라 근력과 인지기능 유지 및 사회참여와 신체활동을 가능케 해 노년기 ‘회복탄력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서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이는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8월 말경 한국형 구강노쇠 항목 개발을 위한 전문가합의가 진행됐습니다. 다음은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합의한 구강노쇠 6개 항목입니다. 씹는 힘 저하, 위아래 치아 맞물림 감소, 혀의 근력 떨어짐, 삼킴기능 감소, 구강건조(타액기능 감소) 및 구강위생 불량. 이 중 2개 항목 이상에 해당되면 구강노쇠로 진단하고 다음과 같은 구강돌봄(완화) 진료를 제시했습니다.

먼저 연 2회 치과에 방문해 구강검진과 스케일링 및 의치 관리를 받도록 권고합니다. 이는 구강노쇠로의 이행을 멈추게 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구강 주위 근육들, 혀나 뺨, 저작근들의 근력을 유지시키거나 향상시킬 수 있는 운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노쇠가 심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분들이 가능하겠지요. 노쇠가 심해서 돌봄이 없이는 움직이지 못하는 와상 환자들은 혼자서 칫솔질을 할 수도 없고 치과에 방문하기도 어렵습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치과의사가 요양병원의 촉탁의로 방문해 진료하는 제도가 여러 법적인 규제 때문에 시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개인의 노력으로 되지 않는 이런 부분에 제도적인 개선이 있어야 돌봄이 필요한 노쇠한 노인들의 구강노쇠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웰빙에 이어 웰다잉을 말합니다. 사는 동안 건강하게 잘 먹고 잘 움직이고 살고 싶다는 의미죠. 영원히 살고 수명을 늘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사는 동안 건강하게 잘 사는 것, 이것이 우리 모두의 소망이 아닐까요.


■지정현은 누구?

지정현은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치의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의 외래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죽전 스마트치과에서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죽전 스마트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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