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불황이라며 보험료 올리더니…그들만의 성과급 잔치에 뒷말

황원영 2023. 2. 7.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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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1위는 메리츠화재 
손보사, 지난해 실적 역대급 전망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해보험사가 지난해 경기 침체 속에서도 역대급 실적을 내며 수천만 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더팩트 DB

[더팩트│황원영 기자] 지난해 경기 침체에도 손해보험사(손보사)가 역대급 실적을 냈다. 이에 따라 올해 지급하는 성과금 규모도 최고 수준이 될 전망이다. 메리츠화재는 연봉의 6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면서 손보업계 연봉 톱에 맞는 위상을 보였다. 다만, 지난해 경제난이 가중된 가운데 고액의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데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 손보사, 줄줄이 사상 최대 성과급 지급…메리츠화재가 최고 수준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올해 성과급으로 연봉의 60%를 이달 중순 지급한다. 지난해 6월말 기준 메리츠화재 직원의 평균연봉은 7829만 원이다. 이를 고려하면 1인당 약 4700만 원을 받는 셈이다.

당초 업계 내에서는 메리츠화재 성과급이 연봉의 40% 내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해 거둔 호실적에 힘입어 대폭 늘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8683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역대 최대 실적을 썼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0.9% 증가한 수준이다.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사상 처음 1조 클럽에 가입했다.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1787억 원으로 29.4% 늘었다.

삼성화재는 지난달 31일 연봉의 47%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이 역시 역대 최대 규모다. 또 다른 삼성 보험계열사 삼성생명은 연봉의 23%를 성과급으로 받았는데, 삼성화재가 2배 이상 높다.

DB손해보험은 연봉의 41%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KB손해보험은 월 상여금 기준 550%를 성과급으로 책정했다. 이들 보험사의 차장급 평균 연봉이 1억 원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성과급으로 5000만 원~6000만 원을 받게 된다.

오늘 3월에는 현대해상이 임직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할 전망이다. 성과급이 결정되지 않았으나 연봉의 30% 내외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성과급 잔치 배경에는 지난해 손보사가 거둔 역대급 이익이 자리한다. 지난해 삼성화재는 1조283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14.1% 늘어난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1조6062억 원으로 6.6% 늘었다.

같은 기간 현대해상은 전년 대비 32.8% 증가한 5746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영업이익은 808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6.4% 증가했다. 흥국화재는 1465억 원으로 역대 최대 이익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136.2% 폭등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141.8% 증가한 1865억 원으로 집계됐다.

아직 4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DB손해보험과 KB손해보험 역시 호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1~3분기 DB손해보험은 8170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호실적을 거둔 이유로 자동차보험 손해율 하락이 꼽힌다. 코로나19에 따른 거리두기와 기름값 상승으로 자동차 운행이 줄면서 사고 건수도 떨어졌다. 이에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낮아졌고 실손보험 손해율도 개선되면서 실적이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기준 보험사별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삼성화재 81.7%(전년 대비 -0.2%포인트) △현대해상 80.3%(-0.9%포인트) △DB손보 79.8%(+0.3%포인트) △KB손보 80.2%(-1.2%포인트) 등으로 모두 적정손해율인 83%를 밑돌았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손보사 실손보험 손해율은 127.9%를 기록했다. 지난 2019년 133.9%를 기록하던 것과 비교하면 소폭 감소했다.

◆ 실손보험료 인상 폭탄 안겨…보험 가입자는 불만

다만, 이 같은 성과급 잔치에 소비자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심각하다는 이유로 보험료를 대폭 올린 데다 소비자 혜택도 줄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실손보험료는 평균 8.9% 올랐다. 출시 시기별로 보면 2009년 9월 이전 판매한 1세대는 평균 6% 오르고, 2009년 10월∼2017년 3월 출시한 2세대는 평균 9%대 올랐다.

특히 실손보험 갱신 주기가 5년인 소비자의 경우 5년치 인상률이 한꺼번에 반영돼 보험료가 두 배 넘게 폭등하는 경우도 발생할 전망이다. 실손보험료는 2017년 20.9% 인상된 후 2018년에는 동결했고, 2019년과 2020년에는 각각 6~7% 인상했다. 또 2021년에 10~12%, 2022년에는 14.2% 인상됐다.

보험업계는 누적 적자 규모를 고려하면 실손보험료 10%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보험료 10% 인상을 주장하면서 수천만 원대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데 대한 소비자의 시선이 따가운 상황이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앞서 실손보험과 관련해 "실손보험은 높은 손해율로 팔수록 적자라고 하지만 소비자 민원도 크게 늘고 있다. 보험사들이 보험금 누수방지라는 명분으로 보험금 지급 심사를 강화하고 민원발생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선량한 소비자들이 제대로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손보사는 지난해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문턱을 높인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한도까지 축소했다. 대출금리는 지난해 11월 기준 연 7.78∼12.98%로 13%에 육박했다.

업계 관계자는 "역대급 성과급 잔치를 벌이면서 소비자 혜택을 줄이고 보험료 인상 등 책임을 전가하는 게 옳은 일인지 고민해야 할 것"일고 말했다.

정부 역시 이 같은 성과급 잔치에 비판하기도 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어려운 경제 여건 속 은행 등 금융권 공적 기능을 강조하면서 "임직원 성과급 지급에 신경 쓰는 것 대비 사회공헌 노력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손보사 관계자는 "손해율 개선에 따른 이익 개선이 주된 요인이기는 하지만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다양한 요인이 호실적에 작용했다"며 "이익 환원을 통해 임직원을 격려하고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어 이와 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순이익을 낸 만큼 상품 개발과 서비스 향상에도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일부 의료기관과 비양심적인 보험 가입자로 인해 실손보험 손해율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won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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