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지 할인분양 아파트 등장에 건설사들 `안도의 한숨`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수도권 대단지 아파트 할인분양 사례가 나오면서 건설사들이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아파트 분양가를 낮추면 건설사는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미분양 우려도 크게 덜 수 있기 때문이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평촌 센텀퍼스트(안양 덕현지구) 재개발 조합은 최근 총회를 열고 3.3㎡당 분양가를 기존 3200만원 수준에서 2889만원으로 10% 인하하기로 했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 우려가 확산하자 분양가를 낮추기로 한 것이다. 안양 덕현지구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해 분양가를 할인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대단지 아파트에서 할인 분양 사례가 나오면서 건설업계는 옅은 미소를 짓고 있다.

건설사들은 마케팅 비용 절감 측면에서 아파트 분양가 인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대형 건설사들은 전국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비례율과 분양가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상황이다. 비례율은 조합원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산과 재개발 이후 획득하게 되는 자산의 비율을 말한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 시장은 경색됐는데, 재개발 조합은 여전히 분양가를 높게 책정해 청약 시장에 나오고 있다"며 "대부분 건설사들은 조합이 분양가를 낮춰 아파트가 모두 완판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또 조합이 분양가 인하를 결정하면 건설사 입장에서 별도의 비용 없이 아파트를 홍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통상 건설사들은 미분양 발생 시 별도의 광고비 등을 집행해야 하지만, 조합이 분양가 할인을 결정하면 추가적인 비용없이 아파트를 홍보할 수 있게 된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미분양 발생으로 1~2년 간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는 것보다는 분양가를 낮춰 미분양을 빠르게 해소하는 것이 비용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다만 건설사의 분양가 인하 요구에 재개발·재건축 조합은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재개발·재건축 조합은 미분양 발생 가능성보다는 분양 수익성에 대해서만 고민하는 편이다.

수도권 대단지 한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훌륭한 입지에 고급 아파트가 조성되는데, 시공사가 분양가 인하를 요구하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며 "분양가를 할인하지 않아도 모두 완판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