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환수도 하는데”...깜깜이 성과급체계 손본다

2023. 2. 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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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금융사 경영진 성과보수체계 점검
단기지표 치중 비판에 “장기간 살펴볼 것”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6일 금융감독원 업무계획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응답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

금융당국이 올해 금융사 경영진의 성과보수체계를 대대적으로 손 볼 전망이다. 서민 경제가 고금리·고물가로 시름을 앓고 있는 가운데 금융사가 금융사고를 내고도 역대급 성과급 잔치를 벌이자 경고등을 켠 것이다. 현행법을 개정해 당장 해외처럼 성과급을 ‘환수(clawback·보수환수제 도입)’하지는 못하더라도 주가나 순이익 등 단기 성과에 치중됐던 성과보수체계와 잘못된 관행도 바꾸겠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금융지주 및 은행의 지배구조 현황, 이사회 운영 외에 금융사 경영진의 성과보수체계 적정성 등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금융사가 경영진에 성과보수를 지급할 때 지배구조법을 준수했는지, 지급 기준이 되는 금융투자회사성과지표(KPI)에 장기 성과가 합리적으로 연동돼있는지 등을 살피겠다는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일부 고위급 임원의 성과급이 최소 수억원, 수십억원이 된다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며 “이자이익으로 낸 실적이 오로지 주주와 임직원을 위해 쓰이는게 맞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성과보수 체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최근 금융사는 이자이익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내자 직원들에게 300~400% 이상의 성과급을 지급한 바 있다. 고위급인 지주 및 은행 회장, 임원 성과급 또한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금융사 CEO나 임원진의 성과보수체계를 보면 크게 재무성과와 비재무성과가 활용되고 있다. 사별 상황에 따라 일부 차이는 있지만, 큰 틀에서는 비슷하다. 통상 재무성과에는 ▷자기자본이익률(ROE) ▷비은행부문이익 ▷기본자본(Tier1)비율 ▷실질고정이하여신(NPL)비율 ▷상대적주주수익률 ▷주가 ▷비은행부문이익 등이 활용된다. 비재무성과에 조직문화, 본업 및 핵심경쟁력 강화, 신사업 확장 등이 포함돼있는데, 정성적인 부분이다보니 외부에서는 제대로 평가가 됐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이같은 내용이 공개는 돼 있지만, 실질적인 비중 등이 나오지 않다보니 외부에서는 ‘깜깜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실제로 각 그룹 내에서도 본업이 아닌 사옥 매각 등 일회성 요인으로 이익을 내 성과급을 가져가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의식이 있다”며 “연말만 되면 지주사들이 주가를 올리기 위해 배당, 자사주 소각 등을 얘기하는 것도 단기 성과를 올리기 위한 차원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과보수체계가 정량적 성과에 쏠려있다보니 각종 사모펀드나 금융사고가 터져도 성과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금융당국은 일정기간 성과보수를 이연, 분할해 지급하도록 하는 ‘이연성과급’ 제도를 도입했지만 일괄지급이 이뤄지는 경우가 상당하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예를 들어 부동산 관련 본부를 보면 부동산 컨설팅, 자문 주선을 통해 수익을 늘리는데 이를 단기간 수익으로 인식한다”며 “실질적으로 컨설팅이나 자문에서 해당 딜이 긍정적인 효과를 냈는지를 장기간 살펴본 뒤 성과보수로 가져가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해외에서 도입하고 있는 성과보수 사례를 폭넓게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례를 보면 이연지급 외에 스톡그랜트(stock grant·성과급 대신 주식을 지급하는 것)와 보수환수제 등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환수 제도는 거액투자에 의한 손실이 발생하거나 재무회계 등의 부정이 발각되었을 경우 임원에게 이미 지급된 실적연동의 보수를 되돌려받는 제도를 말한다.

우리나라도 지배구조법 신설시 이같은 조항을 검토했으나, 논의 끝에 반영되지는 않았다. 금융당국도 성과보수체계를 대대적으로 뜯어 고치는 건 우리나라의 문화 등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지배구조 개선관련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례만 봐도 문제가 된 펀드를 팔아 수수료를 챙겼다해도 실제 성과급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가 않다”며 “문제가 있어도 이를 되돌려받기 쉽지도 않지만 해외에 참조할만한 사례가 있다면 전반적으로 이를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은 기자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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