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0년 만의 집중호우로 잠긴 상가…시공사·임차사 반년째 갈등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r2ver@mk.co.kr) 입력 2023. 2. 7. 11:27 수정 2023. 4. 18. 10: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롯데시네마, 신대방점 영업 중단…“손실 배상”
협성건설, 천재지변 누가 막겠나…“갑질 그만”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협성휴포레시그니처’. [사진 출처 = 다음 로드뷰]
지난해 집중호우로 침수 사고가 발생한 근린상가가 6개월째 방치된 가운데 시공사 협성건설과 임차사 롯데시네마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신대방점이 입점한 지하에 피해가 집중된 만큼 부실시공이 수해의 원인이라며 시공사에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협성건설은 천재지변으로 인한 침수일 뿐 시공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7일 매경닷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협성휴포레시그니처스퀘어’ 지하상가는 현재 비어있는 상태다. 이 지하상가는 지난해 5월 입주를 시작했지만, 지난해 8월 침수 피해가 발생한 뒤 피해복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하상가 2층에 입점한 롯데시네마가 침수로 영업을 잠정 중단한 상태에서 시행·시공사인 협성건설과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어서다. 롯데시네마와 협성건설은 수분양자들의 재산권 피해가 더 커지지 않도록 사태 해결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지만, 어마어마한 복구 비용을 놓고 좀처럼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롯데시네마는 영업 중단으로 인한 손해를 협성건설이 배상해 줄 것을 청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시공사 및 롯데시네마가 설치한 시설 복구 비용 전액 ▲재오픈까지의 영업 손실 ▲시설교환가치 감소액 배상 ▲재오픈 전까지 관리비 면제 ▲재오픈 이후 3개월간 임대료 면제 등이다.

협성건설은 상가건물이 입은 수해는 인력으로 막을 수 없었던 천재지변이라며, 롯데시네마의 무리한 이익 제공 강요를 불공정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절차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발표 자료를 보면 협성휴포레시그니처스퀘어가 침수된 지난해 8월 8일 서울지역 강수량은 381.5㎜에 달했다. 일제강점기였던 지난 1920년 일일 최고 강수량(354.7㎜)을 102년 만에 웃돌았다. 이날 시간당 최고 강수량(141.5㎜)를 기록한 행정구역은 공교롭게도 신대방동 일원이었다.

지난해 8월 기록적 폭우로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협성휴포레시그니처’ 에스컬레이터에 빗물이 쏟아지고 있는 모습. 지난해 7월 말 지하 2층에 입점한 롯데시네마의 손해가 컸다. [매경DB]
지난해 8월 기록적 폭우로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협성휴포레시그니처’ 주변이 흙탕물에 잠겼다. [매경DB]
실제로 주변 상인들에 따르면 당시 협성휴포레시그니처스퀘어는 지하는 물론 지상 1층에도 정강이까지 물이 차올랐다. 지상 1층과 지상 2층을 잇는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는 빗물로 운영이 불가능했다.

협성건설 법무팀 관계자는 “부실시공에서 기인한 침수라면 응당 책임지고 피해복구에 나서겠지만, 이번 사태는 부실시공이 아닌 폭우가 원인”이라며 “인접한 도림천의 범람으로 발생한 피해를 시공사에게 전액 배상하라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토로했다.

동작구청도 구조적 결함은 없는 것으로 확인해 부실시공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마감재 부분 하자 사항이 다수 발견돼 시정할 것을 통보한 상황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양측이 견해 차이를 쉽게 좁히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 상가임대차상담센터에 접수된 임차인과 임대인 간 분쟁 1만4045건 가운데 침수 피해 관련이 844건을 차지한다.

보험 처리도 난항을 겪고 있다. 협성건설과 롯데시네마 모두 화재나 수해 발생 시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보험에 가입돼 있지만, 롯데시네마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신대방점은 롯데시네마가 입점하는 조건으로 시공사가 인테리어를 해 준 곳이라 롯데시네마는 집기만 마련해 들어갔다”며 “그만큼 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는 범위가 다른 지점과 다르게 설정돼 있어 보험 처리가 불가능한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법조계 “자연재해, 일방적 책임 묻기 어려워”
다수의 지방자치단체가 상가임대차상담센터를 운영 중이다. 사진은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옆 부산신용보증재단에 마련된 상가임대차상담센터에서 소상공인이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 부산시]
민법 제623조에 의거하면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쾌적한 거주 환경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어, 일차적인 복구 책임은 임대인 몫이 된다. 평소에도 임차인이 누수 현상을 겪어 임대인에게 수리를 해 달라고 부탁했음에도 이행되지 않았다면 책임 소재는 임대인에게 있다. 반대로 임차인이 예방 조치를 적절히 하지 않았다면 임차인에게 과실을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천재지변의 특성상 임대인에게도 위험 부담이 존재하기 때문에 임차인의 시설물은 자체적으로 수리해야 한다. 이를 반영했을 때 협성건설이 롯데시네마에 인테리어 서비스를 제공한 것은 빌트인의 개념으로 해석되므로 협성건설이 재시공해 줘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롯데시네마가 3개월간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는 조건에서 임대차계약을 맺었고, 지금까지 영업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렌트프리 기간을 영업 이후로 연기하는 것도 상식적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롯데시네마가 설치한 시설 복구 비용 전액과 시설교환가치 감소액 배상 등은 무리가 있는 요구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자연재해의 경우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피해자라 어느 한쪽에 100% 책임을 지우기는 힘들다”며 “원론적이지만 소송을 진행하게 된다면 구조적 문제 입증부터 쉽지 않은 다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부실시공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중요한 것은 임대인이 침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해 줘야 할 의무를 다했는지가 될 것 같다”며 “개인 간 갈등이 아니고 기업 간 갈등이라면 불가항력인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인 만큼 적정선에서 보험이나 합의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보편적”이라고 말했다.

롯데시네마발 집객 효과를 기대한 수분양자들의 불만과 항의도 거세다. 수분양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시행사를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수사해 달라는 고소·고발장을 동작경찰서에 접수하기도 했다.

협성건설이 롯데시네마와의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새 사업자를 찾기도 쉽지 않다. 통상 멀티 플렉스 영화관은 업체별 시공 기준이 상이하다. 새 영화관을 들이려면 기존의 인테리어를 갈아엎고 공사를 새로 해야 한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침수 피해 초기에 오갔던 요구 조건”이라며 “시공사가 시설 복구 비용을 부담해 영업 정상화만 된다면 영업 손실이나 설치물 교환 비용 등에 대해서는 충분히 협의점을 찾아갈 수 있도록 논의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어려운 업황 속에서도 적극적으로 협의를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면서 “많은 고객이 이용하는 문화시설인 만큼 혹시 모를 추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점 점검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고객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영업 개시 전 모든 안전 관련 항목을 체크하겠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