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당무개입 논란, 처음 아니다?…과거 사례 보니

변문우 기자 2023. 2. 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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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개입 발언 한 마디로 탄핵 위기까지…MB·朴도 전대에 등장
文은 전대 불참…정치권 일각 “尹, 당내 기반 얕은 탓 목소리 커져”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한 달 앞두고 이른바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화두에 올랐다. 윤 대통령이 친윤석열계 후보인 김기현 의원을 의도적으로 밀어주려한다는 추측이 제기되면서다. 실제 김 의원의 경쟁후보였던 나경원 전 의원은 대통령실과의 갈등 끝에 불출마를 선언했고, 안철수 의원은 '윤안연대'(윤석열-안철수 연대)를 주장했다가 대통령실의 반발을 샀다.

공교롭게도 김 의원의 경쟁자들이 모두 '반윤'으로 몰리기 시작하자, 정치권 일각에선 '대통령의 당무 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동시에 여당 전당대회 때마다 불거졌던 대통령의 '특정 후보 밀어주기' 논란도 회자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서로가 가장 강력한 경쟁자이자 협력자였다. 사진은 지난 2022년 2월25일 서울 상암동 SBS에서 열린 방송토론회에서의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불법이지만…정권마다 반복된 당무개입 논란

대통령이 전당대회를 비롯해 당무에 개입하는 것은 헌법과 선거법상 금지돼있다. 정치중립 의무를 어겨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헌법 제7조 2항에 따르면,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명시돼있다. 또 공직선거법 9조1항은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나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당무개입 논란은 정권을 막론하고 반복됐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무개입 논란으로 임기 중 탄핵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이 많이 당선되면 좋겠다'는 한 마디 발언으로 탄핵소추를 당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개인으로서 가지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았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냈다.

하지만 당시 헌법재판소는 '정치자유보다 대통령으로서 정치중립이 우선'이라며 해당 사건을 기각했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은 국정의 책임자이자 행정부의 수반이므로 공명선거에 대한 궁극적 책무를 지고, 공무원들은 인사권을 갖고 있는 대통령의 정치성향을 의식할 수밖에 없어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하면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높다"고 판결 이유를 들었다.

이어진 정권들에서도 대통령의 당무개입 논란은 계속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전당대회에 참석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친이(친이명박)계'에 힘을 실어주려 한다는 의심을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진 않았지만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추측도 제기됐다. 친이계 인사들이 대거 공천을 받으면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2016년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모두 참석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서청원·이정현 전 의원 등 특정 후보를 지원 사격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은 이른바 비박계 의원들을 노골적으로 배척했고, 이 탓에 2015년 '유승민 찍어내기' 파동이나 당내 '진박 감별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새누리당 공천개입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왼쪽부터 고(故)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 측근의 비리로 대국민 사과하는 모습. 오른쪽은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전대 참석 거부…당무개입 논란 비껴간 文

정권마다 대통령의 당무개입 논란이 빚어지자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전당대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친문재인계 후보를 밀어준다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다. 2018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때에는 영상 축사로 대신했다. 또 당시 청와대도 전당대회와 관련해 입장을 내는 것을 극도로 삼갔다.

정치권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 당시 여당 내 비문재인계 의원들이 거의 전무했기에, 문 전 대통령이 굳이 당무에 개입할 이유가 없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문 전 대통령 때는 (당무개입 논란이) 상당히 적은 편이었다"며 "확실한 자기 세력이 있었고 (문 전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사람이 후보로 나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표적 예시가 추미애·이해찬 전 대표"라며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당청 관계가 긴밀했고 견고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윤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과 정반대의 입장에 처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오랜 기간 정치에 몸 담으며 세(勢)를 불렸던 문 전 대통령과 달리 '갑자기' 정치에 입문한 윤 대통령은 당내 기반이 상대적으로 얕다는 분석에서다. 윤 대통령이 '반윤 후보'를 적극적으로 배척하는 것도 그만큼 우군(友軍) 확보가 절실해서란 해석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앞선 정권에서도 당무개입 논란이 이어져왔지만 윤 대통령처럼 적극적으로 당무개입해 '전당대회 판'을 정리하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앞으로 (윤 대통령이) 전당대회는 물론 총선에서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금은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보내지만 앞으로는 직접 (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서) 얘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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