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적인 ‘뇌파’ 발생…‘뇌전증’은 무엇?

임태균 2023. 2. 7.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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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은 비정상적인 뇌파가 발생하는 질환으로 반복적인 발작이 주된 증상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병무청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병역면탈 합동수사팀을 구성해 뇌전증 환자로 위장해 병역을 면제받거나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은 병역의무자와 병역면탈을 조장한 병역브로커 등 70여 명의 병역비리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병역비리 스캔들로 주목받은 ‘뇌전증’은 어떤 질환일까?

◆간질?=뇌전증(腦電症‧epilepsy)은 뇌 속에 있는 신경세포가 서로 연결돼 미세한 전기적 신호로 정보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뇌파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신경세포에 과도하게 전류가 흐르면서 불규칙하고 반복적으로 발작이 나타나는 게 주된 증상이다. 이 때문에 나쁜 의미를 가진 간질(癎疾)이나 전간증(癲癎症)이라는 이름이 붙기도 했다. 뇌전증은 발작이 특별한 유발 요인 없이 최소 24시간 이상의 간격을 두고 2회 이상 발생한 경우에 진단할 수 있다.

뇌전증은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뇌전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4만8293명으로, 하루 평균 400명 이상이 뇌전증으로 진료를 받는 셈이다. 발생률은 9세 미만에서 가장 높다가 성인기에는 낮은 발생률을 보인 후 60~70세 이후 다시 증가하는 U자 곡선을 보인다.

최윤호 가톨릭대학교 의대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전증은 전체 인구의 0.5~1%에서 나타날 만큼 전 연령층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흔한 신경계 질환 중 하나로 결코 불치병이나 정신병이 아니다”며 “숨겨야 하는 질환이 아닌, 정확한 진단으로 치료가 가능한 질환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정상적 뇌파가 원인=뇌전증 발작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발병 연령에 따라 다를 수도 있는데 ▲유전 ▲분만 중 뇌손상 ▲뇌염이나 수막염 후유증 ▲뇌가 형성되는 중에 문제가 있는 경우 ▲뇌종양 ▲뇌졸중 ▲뇌혈관 기형 ▲뇌 내 기생충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발작은 크게 뇌 전체에서 시작되는 ‘전신발작(대발작)’과 뇌의 일정한 부위에서 시작되는 ‘국소발작’으로 나뉜다. 발작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면서 눈을 치켜뜨고 소리를 지르며 입에 거품이 고이는 대발작을 주로 떠올리지만 실제로 성인에서는 국소발작이 더 흔하다.

국소발작은 한쪽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거나 한쪽 얼굴만 씰룩이며 멍한 표정으로 고개와 눈이 한쪽으로 돌아가면서 입맛을 다시거나 손을 만지작거리는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전신발작에는 몸이 전체적으로 굳어지다가 떠는 전신강직간대발작, 갑자기 하던 행동을 중단하고 멍하니 바라보거나 고개를 떨어뜨리는 결신발작, 갑자기 전격적 또는 순간적으로 전신이나 사지, 몸통의 일부에 강한 경련이 일어나는 근간대발작이 있다.

◆치료는?=뇌전증 치료는 약물치료와 수술치료로 나뉜다. 뇌전증 발작을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항경련제 복용이다. 뇌전증 환자의 약 60% 이상은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다만 뇌전증 발작의 종류와 뇌전증 증후군에 따라 사용하는 약물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최근에는 뇌전증 치료를 위한 약물 개발속도가 빨라지면서 20가지가 넘는 다양한 기전의 항뇌전증 약물이 출시되고 있다. 그러나 뇌전증 환자의 약 30%는 약물치료로도 발작이 잡히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으로 진단된다. 이때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최 교수는 “뇌전증에 대한 수술기법이 발달하고 수술 성적이 향상되면서 굳이 난치성 뇌전증이 아니더라도 원인에 따라 수술 후 뇌전증 조절률이 높을 때는 수술치료를 일차적으로 고려하기도 한다”며 “뇌종양이나 동정맥 기형 등 뇌전증의 원인이 되는 병소가 뚜렷이 있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뇌전증 발작을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항경련제 복용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다만 모든 뇌전증 환자가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술 전 두개강 내 전극을 이용한 뇌피질파 검사 등 충분한 검사를 통해 예상되는 수술 결과와 수술로 발생할 수 있는 신경증상이나 합병증에 대한 면밀한 검토 후 수술 여부와 수술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이외에 발작 완화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치료법으로는 ▲미주신경자극술(VNS) ▲뇌심부자극술(DBS) ▲반응성뇌자극술(RNS) ▲케톤생성 식이요법 등이 있다.

최 교수는 “뇌전증 환자의 발작이 잘 조절되는 경우에는 지적 능력이나 업무능력에서 다른 일반인들과 차이가 없다”며 “뇌전증 발작은 신경세포의 일시적이고 불규칙적인 이상흥분현상으로 발생하는데 이러한 현상을 억누르는 약물을 쓰거나 병소를 제거하면 대부분 조절이 가능하고 일부에서는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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