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지휘자 한국 온다…“평화 전하는 공연은 나의 사명”
우크라이나의 정상급 클래식 음악 지휘자 유리 얀코가 한국에 온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포화가 얀코의 고향을 휩쓸었다. 우크라이나가 군사적 열세에도 러시아에 결사 항전하면서 전쟁은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전쟁 상황이지만 얀코는 오는 24일 오후 7시30분 경기 부천시 부천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제300회 정기연주회의 지휘봉을 잡는다. 피아니스트 김준형이 협연한다.
얀코는 경향신문과 e메일 인터뷰를 하면서 “음악을 통해 평화와 선(善)의 문제를 전하고 싶다”며 “전쟁 중에 국외에서 하는 공연은 나의 사명과도 같다”고 말했다. “사람마다 직업적 소명의식을 갖고 각자의 방식으로 우크라이나의 명예와 영광을 수호합니다. 저는 음악을 통해 세계인의 관심을 끌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계 전체에 호소합니다. 이 싸움에 대항하는 우크라이나를 도와주세요.”
이번 연주회에선 ‘베토벤의 레오노레 서곡 제3번’ ‘피아노 협주곡 제4번’ ‘교향곡 제3번 영웅’을 선보일 계획이다. ‘영웅’은 베토벤이 프랑스 혁명이 전파한 자유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작곡한 작품이다. 얀코는 “베토벤은 주최 측이 제안한 프로그램이었지만 동시에 저의 의사와 맞았다”며 “현재 제 심상에 적합한 작품이었고 우리 국민의 영웅적 투쟁과 조화를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로 불리는 하르키우는 얀코가 자란 고향이자 음악의 터전이다. 얀코는 2001년부터 하르키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과 상임지휘자를 맡아왔다. 최근 하르키우 필하모닉 공연장의 일부가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파괴됐다. 얀코는 “하르키우 필하모닉은 내 인생”이라며 “다행히 공연장이 많이 파괴되지는 않았지만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얀코는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름반도를 러시아가 점령한 2014년 이전에는 러시아에서도 여러 공연을 지휘했다. 얀코는 “이제 러시아에서의 지휘는 불가능하게 됐다. 그곳에는 피비린내 나고 정당하지 않은 전쟁만이 있다”며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반드시 이길 것이고 명예, 자유, 그리고 독립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의 인연은 처음이 아니다. 얀코는 2010년 6월 대전시립교향악단, 2019년 8월 춘천시립교향악단 공연의 지휘를 맡으러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부천 필하모닉의 지휘자인 장윤성의 초대를 받았다. 얀코는 “한국은 인상적인 역사와 특별한 아름다움을 가졌으며 고도로 발전된 나라이고, 사람들은 따뜻하고 친절하다”며 “이번 초대도 고민 없이 수월하게 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얀코는 1961년 하르키우에서 태어났다. 1985년 하루키우 예술학교, 1991년 키이우 국립음악원을 졸업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로부터 2004년 명예 예술인으로 선정됐고, 2009년 3급 공로훈장을 받았다. 2021년 6월8일 우크라이나 제헌절에는 인민 예술인 칭호를 받았다. 이탈리아, 독일, 미국, 프랑스, 스페인 등에서 지휘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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