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 담을 그릇 안갖고 오셨다면, 안팝니다”

2023. 2. 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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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 하나 주세요." "담을 그릇은요? 그릇 없으면 안 팝니다."

담을 그릇을 내밀었다가 가게 주인한테 면박을 받거나 거절 당하기 일쑤다.

그래서 고객이 그릇을 가져오지 않으면 케이크 포장 판매를 하지 않겠다는 이 가게, 대단한 용기다.

통상 10개 안팎으로 들어오던 연말 케이크 예약이 작년엔 500개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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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현희 얼스어스 대표 환경운동
일회용품 줄이기 ‘용기내 챌린지’
“고객 많이 이해해 용기 얻는다”
다회용기로만 포장이 가능한 카페 ‘얼스어스’ 길현희 대표.

“케이크 하나 주세요.” “담을 그릇은요? 그릇 없으면 안 팝니다.”

손님과 가게 주인의 대화다. 안 팔겠다는 주인의 단호함은 바로 일회용품 쓰레기 때문이다. 일회용기 사용을 줄이자는 ‘용기내 챌린지’가 유행이다. 물건을 살 때 일회용품 없이 텀블러나 냄비, 밀폐용기 등으로 포장하는 환경보호 실천 운동이다.

하지만 이름처럼 용기(容器)뿐 아니라 용기(勇氣)도 필요하다. 담을 그릇을 내밀었다가 가게 주인한테 면박을 받거나 거절 당하기 일쑤다. 업주 입장에선 차라리 일회용품 포장이 편하기 때문이다.

사실 더 용기가 필요한 건 소비자가 아닌 가게 주인이다. 일회용 포장 없이 팔고 싶어도 당장 고객들 불만이 상당하다. 매출만 보면 당연히 손해다. 그래서 고객이 그릇을 가져오지 않으면 케이크 포장 판매를 하지 않겠다는 이 가게, 대단한 용기다.

길현희 대표는 서울 종로구와 마포구에서 카페 ‘얼스어스(earth us)’를 운영하고 있다. 케이크로 입소문이 자자한 카페다.

밀폐용기에 포장한 ‘얼스어스’케이크.

여기서 케이크를 포장하려면 상당한 각오가 필요하다. 예약은 필수, 꽤 긴 주문서도 미리 작성해야 한다. 조건도 구체적이다. 작은 케이크는 가로·세로 10㎝·높이 11㎝, 큰 케이크는 가로·세로 16㎝· 높이 11㎝ 이상의 용기를 지참해야 한다.

종이나 합성수지로 된 일회용기도 불가하다. 가게에서 허용하는 다회용기는 밀폐용기나 냄비 정도. 마땅한 그릇이 없다면 도마나 볼에 담아가도 된다.

2017년에 문을 연 카페가 올해로 벌써 7년차다. 그 사이 소비자 인식도 빠르게 바뀌었다는 게 길 대표의 생각이다. 2018년 ‘쓰레기 대란’ 등 일회용품 쓰레기 문제가 부각되면서 다회용기 포장도 한결 익숙해졌다.

길 대표는 “다회용기 포장만 한다고 차갑게 평가받을 땐 의욕도 떨어졌다. 고소를 하겠다는 협박이나 일회용기를 가져와 포장해달라는 막무가내도 있었다”고 전했다.

또 “소비자에게 불편함을 주면서 시작한다는 게 서비스업 입장에선 쉽지 않은 일”이라며 “특히 카페 특성상 여름철에는 매출 30~40%까지 차지하는 일회용기 포장을 포기하기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끈기 있게 다회용기 포장 판매를 이어간 끝에, 이젠 실제 포장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통상 10개 안팎으로 들어오던 연말 케이크 예약이 작년엔 500개를 넘겼다. 케이크 박스, 일회용 칼 등을 500여개 일회용 쓰레기를 실제 줄인 셈이다.

이제 일회용품은 제도 상으로도 점차 사라질 예정이다. 작년 11월 24일부터 환경부는 매장 내에서 컵, 빨대 등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했다. 계도 기간이 끝나는 올해 11월 말부턴 최소한 매장 내에선 일회용품은 사라진다.

배달과 포장에서도 다회용기 사용이 더디지만 늘어가고 있다. 서울시는 작년부터 4개 배달 플랫폼과 함께 강남·관악·광진·서초·서대문 등 일부 구에서 다회용기 배달 시범 사업을 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서울 시 내 490개 매장이 참여했고, 하루 평균 배달 175건이 다회용기로 주문됐다.

주소현 기자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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