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숙박을 콘텐츠 가치가 있는 상품으로…여가와 놀이문화 시장의 개척자 '야놀자'

정명원 기자 2023. 2. 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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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자들] 숙박 중개에서 여행·레저 테크기업으로



편견의 벽을 깨고 작은 아이디어를 빅 트렌드로 만들어 나간 개척자


작은 아이디어에 '사람, 메시지, 상황'이라는 요소를 잘 결합시키면 빅 트렌드가 될 수 있다. '티핑 포인트'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은 유행을 만들어내고 그 유행을 트렌드와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해서는 3가지 법칙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첫 번째는 소수의 법칙이며, 두 번째는 고착성 요소, 그리고 세 번째는 상황의 힘이다. 모텔을 부정적 공간에서 노는 공간으로 변화시키면서 여가와 놀이 문화 시장을 개척해 나간 야놀자는 '소수의 법칙', '고착성 법칙' 그리고 '상황의 힘'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성공적으로 키워나간 개척자이다.
티핑 포인트를 만드는 3가지 법칙

- 소수의 법칙 : 80/20 법칙, 일의 약 80%를 참여자의 20%가 수행하는 것
- 고착성 요소 : 메시지의 임팩트가 유지되는 것
- 상황의 힘 : 유행을 확산시키는 특수한 상황

출처 : Malcolm Gladwell. 2006. The Tipping Point: How Little Things Can Make a Big Difference.

먼저, 소수의 법칙은 특정 분야의 정보에 대한 통찰력을 지닌 소수가 시장의 판도를 바꾼다는 뜻이다. 이수진 대표는 야놀자를 창업하기 이전에 모텔에서 일하며 모텔 운영과 소비자 특성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축적하게 되었다. 그는 숙박업에서 모텔 운영자들이 운영에 필요한 정보 수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상에서 착안, 2004년 숙박업 종사자를 위한 커뮤니티 '모텔 이야기' 운영을 시작하였다. 말콤은 이처럼 시장이나 특정 분야에 대한 안목과 통찰력을 가지고 정보와 지식을 축적할 수 있는 주요 행위자를 '메이븐(Maven)'이라고 지칭하였다.

이수진 대표 창업의 시작은, 메이븐으로서 그가 지닌 정보와 지식이 업종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소수의 법칙과 관련이 있다. 메이븐으로 시장에 대한 이해력이 높았던 이수진 대표는 모텔 정보와 관련하여 공급자와 소비자 간 정보 비대칭 현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포착하였다. 당시에는 모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하였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모텔에 대한 정보를 공공연하게 탐색할 수 있는 경로가 거의 존재하지 않던 시기였다. 이에 그는 2005년에 2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던 '모텔투어'를 인수하여 야놀자 비즈니스 모델의 원형인 숙박업 중개사업을 시작하였다.

두 번째, 고착성 요소에 따르면 아무리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이 탁월한 역량을 지녔다고 하더라도 범람하는 정보와 콘텐츠 속에서 새로운 정보나 메시지가 목표점으로부터 떨어져 나간다면 유행을 만들어낼 수 없다. 따라서 한 번 확보된 고객의 중요한 정보나 메시지가 타깃으로부터 떨어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수진 대표의 경우 커뮤니티와 플랫폼을 통해 정보와 소비자들이 흩어지지 않고 고착되도록 하는 수단을 확보할 수 있었다.

스프
"초기에 숙박, 레저 업소들을 어떻게 중개 플랫폼에 참여시켰나?"

야놀자 김종윤 대표
"이커머스, 배달 등 결국 시장은 다 똑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었는데, 여행 시장이 관광에 속하는 이 시장만은 안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시점의 차이지 무조건 움직일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고요. 다행히 실제 움직였고, 최근에 코로나 등 상황이 바뀌면서 더 가속화된 부분도 있고요. 저는 그래서 예측은 가능했다고 생각이 들고 다만 이거를 과감하게 시도한 게 야놀자가 처음이었기 때문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합니다."

▶ 야놀자는 어떻게 숙박과 레저 중개 플랫폼을 구축했나?...<스프 인터뷰> 전문 보기
[ https://premium.sbs.co.kr/article/ZGwz0Lwr9n ]

마지막으로 특정 환경의 변화가 급격한 변화의 양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상황의 힘'이 야놀자가 놀이와 여가 문화를 개척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요소이다. 시장조사기관인 Gartner에 따르면, 2005년은 웹 서비스가 폭발기-계몽기를 거쳐 안정기에 접어든 시기이다. 즉, 이 시기에는 웹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가 안정기에 접어들고 모바일 앱 중심의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이수진 대표가 비즈니스를 위해 핵심 프로세스 중 하나로 삼았던 커뮤니티와 중개 서비스가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다. 티핑 포인트를 만들어 내기 위한 핵심 요소 3가지를 갖추고 있었던 야놀자는 여가와 놀이 시장을 개척해 나가면서 B2C 여행·레저 분야에서 국내 시장을 선도하는 슈퍼 앱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더불어 클라우드 솔루션을 제공하는 B2B 분야에서도 글로벌 고객사를 꾸준히 늘려가며 강자로 자리 잡기 위한 노력을 함께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현재 야놀자는 1,700만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170여 개 국에 호텔 운영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5년간 연평균 41%의 성장을 이루어 냈다(그림 1).
<그림 1> 야놀자의 사업 성과 개요 (2022년 기준) / 출처 : 야놀자

숙박업, 기회와 편견이 공존하는 시장


이수진 대표는 숙박업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업종임에도 '불륜, 러브모텔' 등과 같이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인식이 존재하는 모순적 현상에서, 모텔이 콘텐츠로서 가치를 지닐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였다. 모텔 외관만 보고 숙박을 결정하던 이용자들에게 객실 내부를 사진으로 살펴보고 예약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하고, 쿠폰 적립으로 카페 포인트 적립처럼 재방문을 유도하였다. 이는 음성적이고 부정적이던 모텔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개선시키는 것을 넘어 모텔을 콘텐츠의 가치를 지닌 상품으로 재창조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또한 모텔이라는 공간의 개선 없이는 모텔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수진 대표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하여 2011년 모텔 디자인·시공을 전담하는 계열사를 직접 세우고 2019년부터는 '신개념 여가 공간'을 콘셉트로 국내외 디자이너와 협업한 작품을 내놓는 등 모텔의 리모델링 수준이 아니라 다양한 여가생활에 맞춘 공간 트렌드 창조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숙박 시설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모텔은 이제 여행의 질을 향상시키는 역할은 물론 파티룸, 스터디룸과 같은 다양한 캐릭터를 지닌 콘텐츠로서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위기에서 발견한 새로운 기회

이수진 대표가 새로운 브랜드인 야놀자를 만들게 된 계기는 위기에서 찾을 수 있다. 2005년 창업 이후 2년여의 시간 동안 모텔투어를 통해 성장을 이루어 내고 있던 시점에 모텔투어의 개발자가 경쟁사로 이직하면서 내부 핵심 역량과 함께 비즈니스 노하우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수진 대표는 이때, 숙박 중개 플랫폼이 진입 장벽이 낮은 시장이고 잠재적인 경쟁자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즉, 숙박 중개 플랫폼의 산업 매력도는 낮은 수준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잘 나가는 업체로부터 인력을 스카우트하는 경쟁 패턴이 계속 나타나는 곳이어서 같은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했다가는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게 된다.

이때부터, 사명 변경과 함께 R&D 투자를 병행해 대체 불가능한 핵심 역량의 양성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이수진 대표는 야놀자를 새로운 브랜드로 만들면서 사업 방향 또한 새롭게 전환하는 것을 모색하게 되었다. 앞서 설명했던 데이트 장소 혹은 여가 공간으로의 콘텐츠 개발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콘텐츠 개발을 추진하면서 여가와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들이 플랫폼에 포함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2018년, '글로벌 레스트(R.E.S.T.) 플랫폼'을 선언한 것도 이러한 전략적 지향과 일맥상통한다. 글로벌 레스트 플랫폼 실현을 위해 숙박 예약뿐만 아니라 호텔 룸서비스 주문, 체크인·아웃 등 여가 활동의 시작과 끝을 야놀자 앱 하나로 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야놀자가 여가와 놀이 문화를 아우르는 슈퍼 앱을 전략적 목표로 삼으면서 비즈니스의 핵심 활동과 자원들이 또 한 차례 변모하게 된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테크 기업으로의 정체성을 지니게 된 것이다. 여가를 위한 종합 서비스는 결국 콘텐츠의 개발과 데이터, 그리고 기술의 통합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테크 기업으로서의 성장, 구체적으로 클라우드 솔루션 비즈니스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삼으면서 야놀자는 '이지 테크노시스', '산하정보기술' 등 국내외 객실 관리시스템(PMS) 기술업체를 차례로 인수하여 클라우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객실 관리 시스템은 객실 예약, 체크인, 체크아웃, 객실 관리, 회계 등을 모두 아우르는 호텔 자산관리 시스템이다. 더불어 구글 등과 같이 글로벌 업체 출신의 인재를 영입하면서 플랫폼의 정점인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데이터의 가치를 위한 활동에도 박차를 가하게 된다.

스프
"야놀자는 왜 기술 기반 테크기업으로 방향 전환을 했나?"

야놀자 김종윤 대표
"어떤 숙박시설이든 레저시설이든 두 가지를 원합니다. 첫 번째, 고객이 편하길 원하거든요. 두 번째, 공급자는 효율화되기를 원합니다. 고객이 편하고 공급자가 효율화되면 분명히 그 시장은 성공할 겁니다. 그러면 실패하는 이유는 그거를 못 하기 때문이죠. 저는 그 차이, 기술에서 봤습니다. AI를 통해서 가장 최적화된 가격을 알려준다면 공급자도 수요자도 만족할 겁니다. 가격을 업데이트하는 거를 사람이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너무 관리하기가 어렵다 보니까 고객은 "아니 지금 이 시점에 왜 이렇게 싸거나 비싸?", 싸면 공급자가 손해인 거고 비싸면 고객이 손해인 거죠. 합리적이지 않았습니다."

▶ 야놀자가 테크 기업으로 방향 전환을 했던 이유…<스프 인터뷰> 전문 보기
[ https://premium.sbs.co.kr/article/ZGwz0Lwr9n ]

결론적으로 이수진 대표는 사업 과정에서 만난 위기 상황을 오히려 야놀자의 탄생과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동력 확보의 계기로 만들었다. 여가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슈퍼 앱 사용자들의 증가는 앱과 최적화된 야놀자 B2B 솔루션을 사용하게 되는 이유가 되고, 사업주는 야놀자의 솔루션을 기반으로 운영효율성을 달성하며 다양한 상품을 경쟁력 있게 슈퍼 앱 유저들에게 전달하는 플라이휠(Flywheel) 모델로 성장의 선순환을 구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개척자들 야놀자<그림 2> 야놀자의 플라이휠 모델 / 출처 : 야놀자

코로나, 다시 마주친 위기 상황

특별한 IT기술이 없었지만, 닷컴붐부터 모바일 시대로 넘어오는 IT서비스의 특성을 파악하고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정보 제공을 통해 성장해 나가던 야놀자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새로운 위기 상황을 만나게 된다. 바로 코로나다.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여행과 여가 관련 부문의 서비스 시장이 급속히 위축되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2019년, 2020년 여행과 숙박 관련 업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항공사와 면세점의 매출은 -73%, 숙박업은 -26%로 매출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3> 코로나 직후 여행 숙박 관련 업종 매출 증감률 (2019-2020년) / 출처 :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야놀자도 코로나 초기, 매출이 95% 가까이 감소하는 상황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 비즈니스를 내놓은 상태이긴 했지만 신사업 초기였기 때문에 전체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았다. 예측 불가능한 위기를 만난 상황에서 야놀자는 이를 탓하기보다는 이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한다. 먼저 코로나가 해외로의 여행 경로가 막힌 상태에서 국내 여행에 대한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빠르게 판단하고 지자체와의 협업을 통해 지역의 새로운 여행 콘텐츠를 발굴하기 시작하였다.

이전까지 국내 여행은 교통이 편한 곳이 주요 관광지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콘텐츠의 중요성을 일찍이 파악했던 야놀자는 관광객들의 여행 목적이 인스타를 위한 콘텐츠 소비로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남들과 다른 경험과 새로운 콘텐츠 가치가 있는 여행지를 개발하였고 부산의 '삼복도로', '갈대숲'과 같은 새로운 여행 콘텐츠를 발굴하였다. 여기서 중요한 비즈니스의 포인트는 바로 여행 분야에서 '프리미엄'의 가치 발견이었다. 해외여행의 통로가 막히면서 소비자의 국내 여행지에 대한 니즈가 지불 의도와 함께 증가하게 된 것이다. 프리미엄급의 여행 상품에 대한 니즈가 커지면서 여행 상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마진의 크기 또한 커지고 이는 서비스의 고부가 가치화를 가능하게 하였다. 이는 고객당 거래액의 증가와 제휴 점당 거래액의 증가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림 4> 고객 당 거래액의 증가와 제휴점당 거래액 증가 현황 / 출처 : 야놀자


둘째, 소비자 구매 패턴이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전환되는 속도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비대면 서비스 실행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강화해 나갔다. 먼저 하드웨어 솔루션 부문에서 숙박 업체의 키오스크와 IoT 시스템의 도입을 통해 숙박업체들이 인건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소프트웨어 솔루션 부문에서는 예약 시스템과 결제 시스템과 같은 소프트웨어의 활용을 통해 가격 전략 등의 최적화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마지막으로 야놀자의 슈퍼 앱을 통해 비용 경쟁력이 있는 판매채널 확대와 판매 관리의 효율성 개선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이처럼 호텔, 레저시설, 레스토랑 등 여가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플랫폼(SaaS: Software as a Service)을 강화하여 현재(2022년)는 전 세계 170여 개 국 4만 3천여 호텔 고객사에 60개 이상의 언어로 운영 솔루션을 제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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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premium.sbs.co.kr/article/jDwqH2q9ye ]

정명원 기자cooldud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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