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테슬라’ 종목살 때 주가뿐 아니라 ‘환차익’ 고려한 투자 기회 열려”

세종=박소정 기자 2023. 2. 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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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만에 우리 외환시장이 ‘폐쇄’에서 ‘개방’ 구조로 탈바꿈한다. 내년도 하반기부터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RFI·Registered Foreign Institution)의 원화 거래를 허용하고, 이들의 외환 거래 시간도 새벽 2시까지 대폭 연장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런 변화가 반영되면 외국인 투자자는 JP모건 등 해외 현지 금융기관을 통해, 우리 시각으로 야간인 현지 거래 시간에 맞춰, 자신이 원할 때 현물환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국내 서학개미 역시 전날 미리 환전을 해놓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이, 자신이 원하는 환율과 주가에 해외 주식 종목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외환당국은 이번 조치를 통해 안정적 성격의 해외 자금이 대폭 유입돼, 우리 자본시장과 환율의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규 해외 금융기관 투입으로 인한 건전성 우려와 관련해서는 우리 국내 외국환중개회사나 외은지점 등을 통해 빈틈없이, 그리고 국내 금융기관과 동일한 기준으로 모니터링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국제차관보)과 한국은행 국제국 외환업무부 송대근 부장·이승우 과장은 지난 6일 기재부와 한은에서 각각 진행한 백브리핑을 통해, 내년도 하반기 외환시장 구조 개선 방안 추진에 따른 일상의 변화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이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글로벌 수준의 시장접근성 제고를 위한 외환시장 구조 개선 방안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다음은 이들과의 일문일답.

-이번 조치가 외환시장 제도 변경 내용 면에서 1997~1998년 이후 가장 큰 변화인 듯하다.

“그렇다. 당시 고정환율제도에서 변동환율제도로 변화됐었다.”

-글로벌 금융기관의 거래 가능 예시를 상세히 들어달라.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투자자 자기 거래 시간에 현물환 환율이 없고 한국 금융기관과 연결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었다는 점이 가장 컸다.

지난해 영국 감세안 발표에 따라 파운드화가 크게 움직이는 일이 있지 않았나. 그게 우리 원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고파는 거래 유인이 있다고 한들, 당시 런던 금융시장 거래 시간에는 원화를 실제로 거래할 수가 없었다. 굳이 거래하려면 역외 차액결제 선물환(NDF) 시장에서 환율을 정해놓고 시장이 열리길 기다려서 현물환 시장에서 2차 거래를 해야 했다.

런던에서 전화나 메신저를 통해 씨티은행 서울지점이나 신한·우리은행에 연결이 돼야지만 NDF든, 현물환이든 거래가 가능했다. 이제는 직접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씨티 런던이 참여 기관이면 연락 없이도 거래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 와닿는 변화도 묘사 가능할까.

“만약 테슬라란 종목을 사고판다면, 대부분 환율은 전날 자기가 편한 시간에 환전해 넣고 주가 변동 흐름만 보다가 ‘살 때다, 팔 때다’를 판단하는 식이다. 효과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원화 환율도 달러가 가장 쌀 때 사고, 테슬라도 가장 쌀 때 사는 게 원칙이다. 시시각각 주가는 판단할 수 있지만, 환율은 판단 어렵다는 제약이 있었다.

최근 일부 증권사를 중심으로 환율에 민감한 투자자들이 있어서 야간에도 환율 국제 흐름을 반영한 ‘가(假)환율’이란 걸 제시한다고 한다. 종가와 다른 개념이다. 만약 오늘 밤 미국 고용지표에 따라서 원·달러 환율이 20원 올랐다면, 어떤 사람은 달러를 팔고 싶어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가환율을 적용해 거래했다가 다음날 정산하는 우회 방식을 썼다고 한다.

이제는 이럴 필요도 없다. 야간에도 바로 현물환 환율이 바로 나오기 때문에 시세를 반영해서 야간에 맞는 투자법을 활용할 수 있는 시기가 곧 올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 방안 시행으로 예상되는 효과는.

“거래량은 지금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역외에서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경로가 생기기 때문이다. 국내 원화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증가하는 과정에서 거래가 늘어날 것이다. NDF가 역외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NDF 수요도 외환시장으로 흡수될 것으로 본다.”

-이번 변화가 환율 측면에서는 어떤 영향을 가져올까.

“환율 측면에서는 거래량이 늘어나게 되고, 시장 참가자들이 더 많이 참가하게 되면서 변동성이 안정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예를 들면 국내에서는 해외에 투자하고자 하는 수요가 있는 반면, 외환시장 구조가 개선되면서 역외에서 국내 원화 자산에 대한 관심이 늘고 국내 투자 수요가 늘어나게 될 것이다. 양방향으로 다양한 수요를 가진 시장 참가자들이 늘어나게 되면 환율이 더 안정적으로 변하지 않을까.”

-자본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그간 더 들어올 수 있는 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약 요인이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 기업 실적이나 자본시장 여타 제도가 받쳐준다면, 해외자금 유입이 더욱 촉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글로벌 자산운용사·투자은행(IB)을 보면, 대형 기관일수록 위험성 있고 거래 체제가 불안정해서 NDF 거래 자체를 막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성격의 자금이 더욱더 유입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오재우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장이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글로벌 수준의 시장접근성 제고를 위한 외환시장 구조 개선 방안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은행이나 국내 외은지점에 불리해지는 것 아닌가.

“역외기관이 국내 시장에 참가하게 되면 외은지점에 불리하지 않느냐는 우려가 있는 반면, 글로벌 은행 아시아지점에 분산된 원화 관련 기능들이 서울 지점으로 집중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국내 외은지점이나 국내 은행이 RFI를 통해 원화 유동성 공급을 한다든지, (대출을 통해서) 사업 영역을 넓힐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대고객 전자거래를 통해서 국내 은행들이 그간 국내 고객으로 한정됐었는데, 역외 고객까지 접근해서 새로운 사업을 펼치는 등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RFI는 외환당국의 모니터링 범주에 포함되는 것인가.

“그렇다. RFI에 대해서도 현재 국내 기관과 마찬가지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RFI가 거래를 국내 중개사를 통해 하기 때문에 모든 거래들이 실시간으로 파악이 되고, 거래 이후에도 국내 기관들이 외환 전산망을 통해 보고하고 있는 것처럼 RFI도 국내 시장 참가자와 마찬가지로 보고할 수 있도록 관리 체계를 마련할 것이다.”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 구두개입·실개입을 해왔고, 때로는 국내 거래자에게 매매 거래내역서 등도 받아왔다. 거래시간이 새벽 2시까지 연장되고 RFI가 들어오면 이런 개입 정책에도 변화가 있는 것인가.

“시장 내 외환당국이 강제적 조치를 했을 때 실효성이 지금보다 더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 같다. 물론 국내 금융기관으로만 구성된 금융시장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일부 비공식적이고 암묵적인 조치를 통한 당국 권위 차원에서는 일부 변화가 있을 거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시장은 시장에 의해 작동하는 것이기에, 정부 당국이 감내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모니터링 수준과 공식적인 시장 안정 조치 영역은 RFI나 국내 금융기관이나 차이가 없을 것이다.”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이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글로벌 수준의 시장접근성 제고를 위한 외환시장 구조 개선 방안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내년 하반기까지 국내 은행의 준비 기간이 충분하다고 보나.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준비가 전반적으로 추진되는 상황을 살펴보면서 필요시 조정하겠다.”

-반대로 또 시작 시기가 너무 늦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시장과 금융기관, 은행을 설득하고 협의하는 데 1년 넘게 걸렸다. 수십년 이어온 시장 구조를 바꾸는 일이다. 국가 백년대계 사업이다. 이를 추진하면서 서두르는 것보다는 시범 운영한 뒤 충분한 사전 준비와 여러 단계를 거쳐 큰 무리 없이 시장에 정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충분히 대응할 시간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

섣불리 제도를 바꿨다가 다시 번복하는 것보다는, 장기적 시각에서 모든 시장 참여자가 알고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제도의 성공적 시행을 위해 중요한 것이고, 앞으로도 그런 원칙을 바탕으로 추진할 것이다.”

-RFI 참여 중 JP모건 등 해외 투자은행의 참여는 가능한데 시타델증권 같은 곳은 안 된다는 의미인가.

“국내 외환시장에 역외 금융기관이 참가하는데, 현재 시장에 있는 국내 금융기관과 동일한 성격의 기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자기자본 거래회사(PTF·Principal Trading Firm), 헤지펀드 등은 외환시장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없다.”

-NDF 시장이 현물환의 움직임을 일부 좌우하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메커니즘에 대해 설명해 달라.

“NDF란 꼬리가 몸통을 흔든단 이야기는 주가지수 선물·현물시장과 동일하다. NDF는 만기 시 현물결제가 없고 차액만 결제하면 되는데, 그것도 원화가 전혀 필요 없는 달러만 가지고 움직이면 된다. 환율이 어떻게 움직인다고 했을 때 NDF는 투기적 수요가 진입하기 굉장히 좋은 조건이다. NDF 시장 자체가 작을 때는 현물환의 움직임이 완충하거나 제어하지만, 우리처럼 (NDF가 현물환시장 규모의 2배에 달하는) 구조에서는 투기적 수요인 NDF가 현물환 시장을 움직이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거래 편의성은 높아지더라도 다른 통화와 달리 당국의 시장 모니터링 수준이 높은데, NDF 거래를 흡수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NDF 거래를 흡수할 것이라고 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NDF 관련 규제 강화되면서 그 거래에 따른 부수적인 비용이 과거보다 늘어났고, 이 방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NDF 보다는 국내 외환시장에서 DF 거래를 더 하고 싶다는 의견이 있었다. 역외 금융기관의 NDF를 DF 거래로 바꾸고자 하는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흡수 가능하다고 본다.”

-이번 외환시장 구조 선진화 추진의 의의는.

“외환시장의 구조를 바꾸는 정부의 첫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밖에서 볼 때는 작은 일일 수 있지만 외환시장 관련해서는 엄청난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속도가 다소 늦더라도 제대로 바꿔나가는 게 필요한 일이다.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하고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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