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담임 기피’ 갈수록 심각…중·고교 담임 10명 중 3명이 기간제

“생활 지도 등 책임질 일만 많아…제비뽑기·투표로 담임 정하기도”

비어있는 교실. 게티이미지뱅크

3월 개학을 앞두고 일선 중·고교 교장들 사이에서 "담임교사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볼멘 소리가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교사들이 학급 담임 맡는 것을 갈수록 꺼리는 바람에 새 학기를 준비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다. 실제 담임 기피 경향이 심해지면서 중·고교 담임 10명 가운데 3명은 기간제 교원이며, 최근 약 10년 사이 이 비율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현장에서는 업무가 갈수록 늘어나는데 교권은 추락해 학생·학부모를 대하는 것이 ‘감정노동’이 된 점, 특히 각종 분쟁으로 책임질 일은 증가하지만 교권 보호 장치는 미흡한 점 등을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7일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에 따르면, 2022학년도(4월 1일 기준) 전국 중·고교 담임 11만295명 가운데 기간제 교원 비율은 27.4%(3만173명)에 이른다. 이 비율은 10년 전인 2013학년도만 해도 15.1%에 불과했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계속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매년 2∼3%포인트씩 높아지고 있어 올해는 3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중학교는 담임교사 5만4373명 가운데 28.5%(1만5494명)가 기간제 교원이다.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기간제 교원이 2만3000명이 채 안 되는 점을 고려하면 기간제 교원 3명 중 2명이 담임 업무를 맡은 셈이다. 고등학교는 담임교사 5만5922명 가운데 26.2%(1만4679명)가 기간제 교원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담임교사가 대부분의 학과 수업을 맡는 특성상 기간제 교원 비율(3.9%)이 중·고교보다 확연히 낮지만, 역시 비율이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교육부는 2020년 초 기간제 교원에게 책임이 무거운 보직이나 담임을 맡기지 말고 정규 교원과 비교해 불리하게 업무를 배정하지 말 것을 17개 시·도 교육청에 당부했다. 고용이 불안한 기간제 교원에게 ‘힘든 일’을 떠맡기지 말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뚜렷한 변화는 없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은다.

교육계에서는 담임교사가 감당해야 하는 업무가 많은 데다 최근 교권 추락으로 학생 생활지도나 학부모와의 소통에 대한 부담이 커진 것이 ‘담임 기피 현상’을 심화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부담에 비해 담임수당은 2016년부터 월 13만 원으로 8년째 동결돼있다. 이에 대해 서울 강남의 한 고교 교사는 "학급을 관리하는 것이 학생에 대한 애정과 사명감만으로 되지 않고 책임질 부분이 많아진 게 현실"이라며 "일은 고되지만 보상은 거의 없기 때문에 부장·담임 등을 제비뽑기나 투표로 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한나 총신대 교직과 교수는 "기간제 교원은 아무래도 한 학급을 지속해서 지도하고 학생들에게 연계성 있는 교육을 담당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담임을 맡은 교사에게는 학교의 잡무·행정 업무를 일정 부분 면제해주는 등 학교 차원의 지원과 노력이 있어야 하며, 담임 교사의 생활 지도가 정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게 법적 보호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