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만에 빗장푼 외환시장 '널뛰기 환율' 없어지나…야간 환 시장 위험해질수도
[헤럴드경제=김현경·홍태화·김광우 기자]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가 7일 내놓은 ‘외환시장 구조 개선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우리나라 외환시장 선진화를 위해 가야 할 방향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국내 외환시장에서 외국 자본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외환거래 활성화로 인한 환율 변동성 완화 및 소비자 편의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대에 따라서다.
이날 발표된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은 크게 ▷국내 외환시장 대외 개방 ▷개장시간 대폭 연장 ▷선진수준 시장 인프라 구축 등으로 나뉜다. 특히 새벽 2시까지 연장된 개장시간과 함께 국내 외환시장에 외국 금융기관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이 담기며 이목을 끌었다. 한은은 이같은 외환시장 개방성 정책을 통해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최우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결국 외환시장 선진화는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으로, 방향성에 대해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예전에는 자본 유출에 의한 환율 변동성 증가와 경기 변동 등의 현상이 나타났지만, 이제는 다시 자산이 돌아올 수 있다고 볼만큼 펀더멘탈이 견고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논의가 시작됐을 때와 비교했을 때, 급격한 외환시장 변동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었다고 본다”며 “무엇보다 환율 변동성 완화와 함께 개장시간 확장 등 국민의 편의성 높일 수 있는 측면도 있어 적절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로 인해, 외환 거래 및 유동성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거래량과 함께 시장 참여자들이 증가할 경우 환율 변동성은 완화될 수밖에 없다. 최우진 연구위원은 “지금 외환 거래 자체가 은행한테만 허가된 규제인 탓에 기업이나 증권사의 입장에서는 긴밀히 대응하기가 힘들다는 얘기가 많았다”며 “관련한 민원도 계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 규제가 풀리며 거래가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개선안 적용 이후 단기적으로는 변동성 커질 우려도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점차 자리를 잡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주식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가능성도 생긴다. 정부는 앞서 MSCI 선진지수 편입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다. 후진적 외환시장 실태가 영향을 미쳤다. 역외 외환시장 부재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번 개혁이 성공적으로 완수되면 이같은 우려는 상당부분 사라질 수 있다.
MSCI에 편입 효과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연구기관 별로 추정치는 가지고 있다. 지난해 6월 발표돼 비교적 최근 연구인 자본시장연구원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의 효과, 선결과제 및 시사점’에 따르면 선진국 지수 편입으로 우리나라로 50억~360억달러 범위의 자금순유입이 예상된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지난 2021년 5월 4일 선진국지수 편입시 우리나라로 17조8000억원~61조1000억원(159억~547억달러) 규모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주가상승을 가져온다고 봤다. KB증권은 지난해 2월 글로벌 패시브자금을 중심으로 20조~65조원이 순유입 된다고 분석했다. 글로벌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지난해 2월 선진국지수 편입시 440억달러의 자금순유입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완화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개선 방안을 통해 기형적으로 성장하며 투기의 장이 됐던 역외 NDF 시장의 자금을 이동시킬 수 있을 전망이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역외 NDF(차액결제선물환) 시장에서 거래하고 있는 역외 거래자들의 거래 수요를 일부 국내 현물환시장으로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투자자들은 환헤지를 위한 거래 시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하고 거래가격 면에서 유리할 경우 역외 NDF 시장 대신 국내 현물환시장을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국내 외환시장에서 더딘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현물환 거래량을 증가시켜 시장의 유동성을 확충하고 역내 시장의 양적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외환시장 선진화로 인해 거래 규제가 완화되면 환율 변동성이 되레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 자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다.
특히 거래시간을 연장하고 나서 유동성이 적은 야간시간대에 큰 손이 움직이는 등 급격한 이벤트가 발생하면 쏠림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환투기 리딩방’이 기승을 부리는 등 개인들도 환에 눈을 뜬 상황”이라며 “거래량이 적은 시간대에 ‘큰 손’들이 움직이면 시장 왜곡이 발생할 수 있고, ‘환 개미’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관련한 문제의 경우 모니터링 강화를 통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성태윤 교수는 “환율 변동성과 함께 급격한 외환 유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급격한 외환시장 변동에 대한 고려가 담긴 개선 방안이라고 본다”며 “정부 차원에서 모니터링 강화를 통해 단기 변동성에 대응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우진 연구위원은 “외환위기는 벌써 25년 전의 일이며 한국의 펀더멘탈이 무너질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 이상 외국 자본으로 인한 큰 부작용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단기적 변동성에 잘 대응하며 큰 기조로 방향성을 유지해나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개선 방안으로 당장 외환시장에 급격한 변화가 생기기는 힘들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개장시장 연장이나, 외환시장 대외 개방의 경우 큰 틀에서 금융소비자나 외국 기관들에 더 큰 편의성을 주는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참여자가 늘어났다고 해서 단기간에 거시적인 지표들이 움직일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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