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소희'가 건넨 위로, 그리고 경고 [무비뷰]

임시령 기자 2023. 2. 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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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하게 우리 사회 속에 경고장을 내던진다.

영화 '다음 소희'(감독 정주리·제작 트윈플러스파트너스)는 졸업을 앞둔 특성화고 여학생 소희(김시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다음 소희' 속 소희와 닮아있는 부분이다.

영화는 모든 소희를 위로함과 동시에 '다음' 소희는 없어야 한다고 소리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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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소희 / 사진=영화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간결하게 우리 사회 속에 경고장을 내던진다. 경고는 결코 가볍지 않다. 무시하고 싶을 만큼 현실적인 감정 노동자들의 실태가 가슴에 내리꽂혀 깊이 박힌다.

영화 '다음 소희'(감독 정주리·제작 트윈플러스파트너스)는 졸업을 앞둔 특성화고 여학생 소희(김시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소희는 씩씩하고 할 말은 하는 성격의 당찬 여고생이다. 졸업 전 취업을 해야해 좋아하던 춤도 그만두고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가게 된다.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실적률에만 목을 매는 회사의 압박, 진상 고객들의 욕설과 성희롱은 소희를 점차 병들게 한다. 목표치 이상의 실적을 세웠음에도 실습생이란 이유로 인센티브조차 제때 들어오지 않는다.

결국 폭발한 소희는 팀장 보람(최희진)에게 권리를 따지지만 돌아온 건 무급 징계다. 모든 것을 체념한 소희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형사 유진(배두나)는 소희의 사건을 조사하던 중 콜센터 회사의 부조리함을 알아챈다. 책임 소재를 따지기 위해 학교, 교육청 등 열심히 뛰어다니지만, 어느 한 곳 사과 한 마디 없다. 과연 유진은 소희의 억울함을 밝힐 수 있을까.

다음 소희 스틸컷


작품은 지난 2017년 1월 발생한 전주 통신사 콜센터 여고생 투신자살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당시 학생은 극단적 선택 전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소희' 속 소희와 닮아있는 부분이다.

영화는 소희가 콜센터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60명 이상이 근무하는 사무실에는 상담하는 목소리만 울려 퍼진다. 사무실 전면에는 '실적률, 방어률'이라는 수치로 직원들의 이름이 줄 세워있다. 소희는 실적 압박을 견뎌야 했다. 서비스를 해지하려는 고객을 잡아야 했고, 성희롱과 욕설을 들어도 화를 낼 수 없다. 감정노동자들의 업무를 간접 체험하게 하는 사실적인 묘사는 한숨과 분노를 절로 부른다.

콜센터뿐만 아니라 오로지 취업률, 성과만 바라보는 기관들도 꼬집는다. 이로 인해 검증받지 못한 열악한 업무 환경에 놓이게 된 학생들의 모습도 비참하다. "그 어느 곳도 책임진다는 말이 없다"는 유진의 대사가 있다. 비단 소희뿐만 아니라 소희처럼 살고 있는 이, 그처럼 생을 마감한 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부분이다. 영화는 모든 소희를 위로함과 동시에 '다음' 소희는 없어야 한다고 소리 높인다.

배우 배두나와 김시은의 연기는 잔잔하지만 강렬하다. 1부와 2부로 나뉜 독특한 전개 방식이지만, 각각 자신만의 호흡으로 감정선을 이끈다. 김시은은 밝던 소희가 생기를 잃어가는 모습을 설득력 있게 그린다. 배두나 또한 큰 장치 없이도 오로지 눈빛과 특유의 담백함으로 형사 유진을 소화한다.

'다음 소희'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보고 난 뒤 의미를 곱씹게 하는 무언의 매력이 관객에게도 전해질까. '다음 소희'는 8일 개봉된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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