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94 아니면 효과 없다? 엉성한 천마스크도 제 역할을 한다

한겨레 입력 2023. 2. 7. 10:05 수정 2023. 2. 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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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현의 코로나 디코딩][주철현의 코로나 디코딩]
(17) 호흡기 방패 ‘마스크’
정부는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실외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최근 실내에서의 마스크 착용이 권고로 전환되면서 길었던 마스크와의 동행이 막을 내리고 있다. 코로나19의 경우 무증상 감염이 흔해 누가 감염자인지 애매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강제해 바이러스 전파 차단 효과를 극대화해왔다. 이런 배경을 가진 마스크 착용 의무 폐지는 이제부터 코로나19 방역에서 무증상 전파는 감수하겠다는 의미다.

방역 측면에서 마스크는 일등 공신이라 할 수 있지만 일상에 미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장점만 있는 방역 수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방역의 본질은 집단을 배경으로 번지는 전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개인의 자유에 제한을 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백신과 마스크는 이번 팬데믹에서 집단 이익과 개인 권리가 충돌한 대표적 수단들이었다. 특히 마스크 착용 의무는 사회적 문화적인 배경에 따라 여러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계속되는 변이 출현으로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마스크 착용에 대한 균형의 무게 추는 개인의 권리 회복으로 기울게 되었다. 이제부터 마스크 착용은 온전히 개인의 몫이고 결과도 개인의 책임이다. 자신의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각자가 마스크 착용을 선택하는 것이다.

마스크를 쓸 것인가 말 것인가? 합리적 선택을 위해서는 최소의 지식이 필요하다. 이에 코로나 시리즈의 마지막 칼럼으로 개인 보호를 위한 마스크 효과와 사용법에 대해 정리해 볼 것이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처가 해제된 1월30일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교실에서 마스크를 벗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마스크가 불편한 이유도 있지만

먼저 불편한 점을 생각해보자. 답답함이 먼저 떠오른다. 내뿜는 숨결에 섞인 습기로 미세한 구멍이 막히기 시작하면 숨쉬기 더욱 어려워진다. 거기에 운동하면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면 고산지대 적응훈련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만약 마스크를 했는데도 숨 쉬는 것이 하나도 불편하지 않다면 제대로 착용 못한 것이다. 마스크는 공기에 섞인 바이러스 비말을 걸러내는 필터의 일종이다. 필터는 공기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막는다. 따라서 공기펌프 같은 것이 달린 특수한 마스크가 아니라면, 숨쉬기 불편한 것이 정상이다.

특히 안경을 쓴 사람에게 겨울철 마스크는 고역이다. 마스크의 움직임을 잘 관찰해보면 숨을 들이마실 때는 밀착이 되었다가 내쉴 때는 살짝 뜨게 된다. 이것은 귀에 끈을 거는 간단한 구조를 가진 마스크의 한계다. 이때 콧날 사이로 빠져나오는 내뿜는 숨결의 습기가 차가운 안경 표면과 닿으면 뿌옇게 응결이 된다. 아주 성가신 상황이지만 바이러스 방어의 측면에서 안경은 훌륭한 안전 장구라는 것이 그나마 위로가 될 것이다. 외부에 무방비로 노출된 눈의 각막을 바이러스 비말로부터 보호하기 때문이다.

이외의 소소한 불편함을 넘어 마스크는 사회적 부작용도 만들어 낸다. 소통 장애가 대표적이다. 소통에는 소리로 전해지는 언어적 소통과 비언어적 소통이 있다. 그런데 마스크는 비언어적 소통에서 가장 큰 부분인 표정을 지워버린다. 따라서 비언어적 맥락 파악이 중요한 문화권일수록 마스크의 부작용도 따라서 커진다. 서양과 동양의 마스크에 대한 상반된 선입견은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대화에서 몸짓, 표정 등의 비언어적 소통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서양에서는 마스크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특히 낯선 상대가 다가올 때 의중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은 불안한 감정을 일으킨다. 마스크가 만드는 불편한 감정은 영화에서 잘 드러난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자신의 신분을 감춰야 할 상황에서 영웅들은 눈 주위를 가리고 악당들은 입을 가린다. 같은 닌자라도 눈 부위를 가리면 영웅이고 입을 가리면 악당이다.

영화에서 마스크가 악의 상징이 된 것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간단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징성은 팬데믹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선입견이 되었다. 호흡기 바이러스가 배출되는 통로가 입이라는 점에서 영웅들의 복면은 팬데믹 시대에 아무 짝에 쓸모없는 물건이다. 오히려 악당들이 개인 방역을 잘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마스크에 대해서는 동양이 더 과학적이고 선진화된 개념을 가지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나라별 코로나19 치사율. 색이 진할수록 치사율이 높다.

가장 간편하고 효과 좋은 전파속도 억제 수단

단순한 마스크가 팬데믹에서 얼마나 큰 활약을 했는지는 국가별 방역 성적표라고 할 수 있는 치사율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 통계 사이트에서 인구 백만명당 사망자를 순서대로 정렬해보면 비동양권 국가들이 순위를 다툰다. 대부분 동양권 국가들은 낮은 치사율 성적표를 가지고 있다. 같은 동양권 국가라고 해도 의료 인프라, 백신 접종률, 방역 정책의 종류와 강도들은 천차만별이었다. 따라서 이런 원인보다는 마스크에 대한 선입견이 없다는 공통점이 더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특히 한·중·일의 경우 꽃가루나 미세 먼지 등의 영향으로 마스크 공급과 착용이 일반화되어 있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신종 바이러스의 팬데믹에서 치사율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전파속도다. 전파속도는 위중증 환자의 발생 속도를 결정하며, 위중증 환자의 발생 속도가 의료 인프라의 한계를 넘어서면 사망자가 치솟게 된다. 바이러스 전파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록다운(봉쇄), 거리두기, 집합 금지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지만 가장 부작용이 적으면서 효과적인 것이 마스크다. 신종 바이러스는 집단 면역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무서운 속도로 퍼져나간다. 이런 특성을 가진 신종 바이러스의 치사율을 낮춘다는 이득이 더 컸기 때문에 마스크를 의무화했던 것이다.

마스크의 전파속도 억제 효과는 집단 면역의 형성 정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집단 면역(누적 감염자)의 수가 늘어날수록 신종 바이러스의 전파속도는 자연스럽게 느려지기 시작한다. 따라서 감염자의 증가 상황에 맞춰 마스크 착용 의무는 순차적으로 해제됐다. 이제는 몇 가지 예외적 상황을 제외하고 착용 의무는 전부 사라졌다. 이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집단 면역 차원이 아니라 개인 방역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

개인 방역의 차원에서 마스크의 장점은 호흡기 바이러스를 막는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감염 확률을 낮춘다. 막는다는 의미에서 마스크는 백신보다 훨씬 뛰어난 물리적 방패다. 백신은 바이러스 감염을 막아주는 것이 아니라 감염이 일어난 뒤 위중증 진행을 막아준다. 하지만 마스크는 감염 자체를 막아준다. 또한 백신의 경우는 변이가 발생하면 효과가 급격히 떨어지지만 마스크는 어떤 변이라도 상관없이 작동하는 만능 방패다.

마스크의 기본 원리는 간단하다. 공기만 통과시키고 비말(공기방울)은 통과하지 못하는 크기의 필터로 우리 입과 코를 막는 것이다. 너무 간단해서 그런지 의외로 마스크는 별것 아닌 것으로 무시되고 오해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잘못된 오해를 해소해야 올바른 사용이 가능해진다.

마스크 필터의 구멍 크기와 바이러스 입자의 크기 비교는 의미가 없다. 막아야 하는 것은 바이러스 입자가 들어있는 비말이며 마스크에서 중요한 것은 비말을 막을 수 있는 필터다.

문제는 바이러스 입자가 아닌 비말

마스크 무용론의 가장 대표적인 것인 바이러스 입자 크기가 마스크 필터의 구멍보다 훨씬 작아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다. 마스크의 구멍은 마이크로 단위, 바이러스의 크기는 나노 단위다. 산술적으로 마스크 구멍이 바이러스보다 천배 정도 크다. 바이러스가 쉽게 통과하는 마스크가 어떻게 바이러스를 막는다는 것인가? 여기까지만 보면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이 논리에서 빠져 있는 것은 바이러스의 감염력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마스크 필터의 구멍 크기와 바이러스 입자의 크기 비교는 의미가 없다. 막아야 하는 것은 바이러스 입자가 들어있는 비말이며 마스크에서 중요한 것은 비말을 막을 수 있는 필터다.

바이러스가 세포와 접촉해 감염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표면 단백질의 구조(형태)가 유지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형태는 물속에서만 제대로 유지된다. 물이 없으면 생명, 더 정확히는 단백질이 기능하지 못한다는 대전제는 미세한 비말 속에서도 적용된다.

바이러스의 감염력은 비말이라는 미세한 물방울 속에서만 유지된다. 비말은 배출된 직후부터 증발하는데 완전히 증발이 되면 그 속의 바이러스 단백질이 변성된다. 감염을 일으키는 구조가 망가지는 것이다. 계란을 뜨거운 팬에서 한번 익히면 다시는 투명한 흰자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번 변성이 된 단백질은 이전 형태로 돌아가지 못한다. 무생물 상태인 바이러스 입자는 일단 변성된 단백질을 수리할 방법이 없다. 즉 감염력을 영원히 상실하게 된다. 습기가 가득한 사우나에서 감염 위험이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는 환경도 한몫하지만 비말이 증발하지 않고 오랫동안 떠다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엉성한 마스크라도 큰 비말, 즉 위험한 비말은 걸러낼 수 있다. 픽사베이

마스크 성능보다 중요한 건 착용 습관

또 다른 대표적 오해는 KF94 수준이 아니면 효과가 없다는 식의 마스크 종류에 대한 것이다. 바이러스 감염에 대해 생각할 때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이 이분법적인 생각이다. 바이러스 감염은 확률의 결과이다. 한 개의 바이러스 입자가 세포와 접촉한다고 무조건 감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각각의 입자는 감염에 성공할 확률을 가진다. 따라서 무조건 걸리거나 걸리지 않는 대응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등 당첨을 확신하고 복권을 딱 한 장만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 장의 당첨 확률은 낮다. 하지만 많이 살수록 당첨 확률은 올라가고, 조합이 가능한 번호를 모두 산다면 무조건 당첨될 것이다. 바이러스 감염도 마찬가지다. 호흡기로 들어오는 비말 속에 바이러스 입자의 수가 많을수록 감염 확률이 올라간다. 비말이 커질수록 많은 바이러스가 들어있고 감염 확률도 올라간다. 마스크는 비말의 통과 확률을 낮춰준다. 필터가 촘촘할수록 감염 확률이 더 낮아지는 것이지 완전히 확률을 0으로 만들지는 못한다. 이를 반대로 이야기하면 아무리 엉성한 마스크라도 큰 비말, 즉 위험한 비말은 걸러낼 수 있다는 말이다.

마스크가 좋다는 것은 필터의 구멍이 촘촘하다는 의미이고 이는 앞서 이야기 한 대로 숨쉬기 더 어렵게 만든다. KF94 수준의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면 호흡이 힘들다. 그렇지 않다면 마스크가 제대로 밀착되지 않아 공기가 새고 있는 상황일 것이다. 이렇게 엉터리로 착용하고 다니는 것보단 자신에게 적합한 마스크를 선택해 바르게 착용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뛰어나다. 마스크는 몇 분 착용하고 마는 물건이 아니다. 따라서 마스크의 종류보다 중요한 것은 적절한 상황에서의 올바른 착용 습관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최상의 마스크도 무용지물일 수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엉성한 천 마스크도 충분한 역할을 한다.

사람이 주위에 있다고 무조건 위험한 것이 아니라, 실내외에 상관없이 누군가와 마주 보고 말하는 상황을 주의해야 한다. 픽사베이

마스크 착용은 타인을 배려하는 행위

착용 습관과 관련된 대표적인 오해가 실외에선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마스크 실내 착용 의무의 해제와 더불어 많은 혼란을 주는 내용이다. 물론 사람들이 밀집되어 있고 환기가 어려운 실내에서의 감염 위험이 큰 것은 당연하다. 방역 규칙의 단순성을 위해 실내외를 구분하지만 바이러스 감염이라는 측면에서는 이는 너무 단순하다.

그럼 감염의 위험은 언제 커질까? 바이러스 감염원은 감염자다. 사람이 주위에 있다고 무조건 위험한 것이 아니라, 말하는 특정 상황이 위험하다. 조용히 숨만 쉴 때는 감염자라고 하더라도 비말이 생성되지는 않는다. 또한 배출되는 순간 감염력이 가장 강한 바이러스 입자의 특성상 비말이 싱싱할수록 위험하다. 즉 실내외에 상관없이 누군가와 마주 보고 말하는 상황을 주의해야 한다.

사람이 없는 허허벌판에서 마스크는 쓸데없는 물건이다. 실내라도 침묵이 요구되는 극장이나 공연장의 경우 환기가 제대로 된다면 안전하다. 하지만 실외라도 마주 보고 이야기를 하거나 시끌벅적한 응원을 하는 운동장은 위험하다. 일상에서 바이러스 감염 확률은 역동적으로 변한다는 것을 잘 고려하면 좀 더 합리적 개인 방역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의무나 권고의 문제를 떠나, 타인을 고려하는 마스크 착용을 언급하고 싶다. 마스크의 바이러스 차단 효과는 비대칭적이다. 감염자가 마스크를 하는 것이 비감염자가 마스크를 하는 것보다 효과가 월등하다. 마스크라는 물리적 장벽은 비말 생성원에 가까울수록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비록 무증상 감염이 흔한 코로나19지만 본인은 알 수 있는 미세한 자각 증상은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는 에티켓, 외국 여행을 다녀왔으면 사나흘은 마스크를 착용하는 센스 등이 우리 주변과 사회를 조금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 스스로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개인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타인과 사회를 위한 배려를 하는 셈이다. 따라서 마스크를 한 사람은 불안감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위한 배려를 하고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연재 끝>

<알려드립니다>

지금까지 ‘주철현의 코로나 디코딩’ 연재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의 다양한 측면을 살펴보았습니다. 코로나19의 끈질긴 유행은 우리는 타인과 소통 없이는 살 수 없는 사회적 존재라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일깨워 주었습니다. 다음부터는 ‘연결’(connection)이라는 주제로 유전자에서부터 집단에 이르기까지 생물학 전반에서 일어나는 다양하고 흥미로운 사실들을 다뤄 보겠습니다.

주철현(울산의대 미생물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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